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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인터뷰] 정일우 "두 달간 패닉상태, 연기에만 몰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가 터지는 연예계. 그 속에서 사고없이 무난하게 10년차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면 그의 삶은 꽤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꽃미남 스타' 수식어를 떼고 한 작품을 완전히 책임질 수 있는 배우로 우뚝 선 정일우의 얘기다.
액션과 판타지가 섞인 퓨전사극 '야경꾼일지'는 정일우를 제외하곤 연기 경험이 적은 신인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낯섦을 줬다. 그럼에도 정일우는 드라마 방영 기간 내내 극에 몰입하게 하는 유일한 배우로 칭찬받았다.
정일우는 "감독님이 시작하기 전에 '네가 10년차 배우니까 믿고 맡길게. 디렉션을 주지 않을 테니 열심히 놀아봐'라고 하셨는데 정말 끝까지 안 주시더라고요. 어려운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제가 연기할 때마다 '좋아', '해봐!'라고 해주시고 이끌어주고 잡아주셔서 작품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감독이 정일우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은 이유는 그의 전작 '황금무지개'를 보고 일찌감치 그를 '야경꾼일지'의 주연으로 낙점할 만큼 그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일우는 시간 약속과 같은 기본에도 충실할 만큼 작품과 캐릭터에 스며들기를 원하는 배우이기에 감독의 눈에도 이런 성실함과 열정이 보였을 거다.
정일우는 "제가 연기한 작품은 평생 남잖아요. 그래서 작품할 때는 촬영과 대본 보는 것 외에 다른 일은 웬만하면 안 만들어요. 잠도 거의 안 자고 대본을 끊임없이 보면서 캐릭터를 잡아가죠. 그래서인가? 드라마 끝나고 쉴 때는 귀차니즘에 빠져서 모든 걸 안 하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청춘스타 정일우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은 지난 2011년 방영된 드라마 '49일'(2011)이었다. 인터뷰 때마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49일'을 꼽는 정일우는 이 작품으로 주연은 아니었지만 이요원을 비롯한 배우들과 작품에 조화롭게 어울렸고, 꽃미남 스케줄러라는 맞춤옷 캐릭터로 연기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잠재력까지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꽃미남 라면가게'(2011), '해를 품은 달'(2012), '황금 무지개'(2013)를 거쳐 '야경꾼 일지'까지 탄력받은 연기를 선보이며 계속해서 정일우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는 "'야경꾼 일지'를 하면서 연기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힘이 많이 됐어요. 책임감도 느끼게 되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고요. 무엇보다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죠. 굉장히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이에요"라고 말했다.
'거침없이 하이킥'(2006)으로 데뷔할 때만 해도 풋풋한 라이징 스타로 여겨졌던 정일우가 3~4년 만에 전혀 다른 배우로 느껴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성장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말한 그였다.
"제가 그동안 큰일 안 겪고 조용히 자란 경우인데, '황금 무지개'를 하기 전에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제일 큰 건 '황금 무지개' 끝나고 몸이 안 좋았어요. 삶의 의욕이 없었고, 두 달 넘게 굉장히 패닉 상태였어요.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배우로서 내가 젊고 활발하게 할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픔을 겪고 난 후에 세상을 보는 눈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어요. 이 작품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기 때문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겠단 생각을 했고요. 그래서 '야경꾼일지'를 시작한 후엔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연기에만 몰입해서 연기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미니시리즈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 정일우는 장르도, 캐릭터도, 모두 소화 가능한 배우임을 그 스스로 증명했다. 그래서일까. 정일우의 연기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드라마에선 아무래도 장르적 제한이 많아요. 초반엔 다르게 가더라도 후반부엔 또 바뀌죠. 안 그래도 차기작으로 영화를 많이 보고 있고, 연극도 하고 싶어서 보고 있는데 고민이에요. 그리고 제가 많이 바뀐 것 중 하나는 7개월 전에 담배를 끊었어요. 금연하고 나니 발성은 좋아진 것 같은데 삶이 재미없어요.(웃음) 드라마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또 담배를 피우게 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담배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라며 우스갯소리 섞인 계획과 변화에 대해 말했다.
작품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게 당연했던 시대는 갔다. 작품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해외 스케줄 때문에 다음 일정 때문에 인터뷰를 안 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왔다. 달라진 관행에도 정일우는 매 작품이 끝나고 여러 언론매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농담처럼 정일우에게 '매번 인터뷰하는 이유는 뭐냐'고 물었더니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반응이 되돌아왔다.
정일우는 "드라마 하는 내내 기자분들이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기사를 써주잖아요. 인터뷰가 기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10년째 활동하면서 친해진 기자들도 많아서 제 연기와 작품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게 좋아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날 정일우와의 여섯 번째 인터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이었다. 만날 때마다 상황도 달랐고, 작품 속 캐릭터도 달랐어서 그에 대한 느낌이 매번 달랐다. 이번엔 1년에 1번 연락하는 친구를 만나 허물없이 터 놓고 얘기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 속에서 글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연기에 대한 열의와 목표가 확고해진 정일우를 발견했기 때문일까. 배우 정일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졌다.
"배우로서 자격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인간으로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기 때문에 작품이든 뭐든 제가 선택한 것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9년간 함께해온 팬들도 예전엔 나를 좋아하니까 감사하단 정도였는데 이제는 팬들에 대한 책임감도 크죠.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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