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트라이앵글'애서 장동철(=허영달/1인2역)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재중 / 사진: 씨제스 제공


김재중은 데뷔 때부터 외모, 노래, 스타로서의 자질까지 두루 갖추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런 그가 연기를 넘어 주연배우의 책임감을 배우고 있다. 김재중은 세 편의 드라마와 다섯 편의 영화를 거쳐 최근 종영한 MBC '트라이앵글'의 타이틀롤을 맡아 괄목할 만한 연기 성장을 보여주며 내면이 꽉찬 배우로 발돋움했다.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연기돌(연기자+아이돌) 대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은 이유다.

어느 작품에나 주연 배우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김재중은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실천했다. 이범수, 오연수, 김혜은 등 대선배들과 임시완, 백진희 등 또래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작에서 김재중은 첫 주연의 역할만큼 배우들의 중심 역할을 해내야 했다. 김재중 그리고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에 많은 기대와 책임감이 따라붙는 순간이었다.

“주연 배우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많은 걸 느꼈어요. 주연 배우가 무너지면 좋아하는 것조차도 하기 싫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 같았죠. 연기, 그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연기를 잘하는 건 이제 기본이 됐다.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 스케줄 속에서 얼마만큼 현장에 잘 적응하고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김재중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더 좋은 연기와 완성도 높은 장면들이 나올 거라고 믿고 현장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를 자청했다.

“잠을 못 잘 때는 100시간 동안 3시간을 20분, 30분씩 끊어서 잤어요. 말이 참는 거지 도 닦는 느낌이었어요.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연기에 집중해야 해서 체력 안배에도 신경 썼고요. 내가 촬영 현장 공기를 망치면 ‘엄한 꼴 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잠을 못 자고 100시간 만에 처음 만난 배우와도 첫 신 찍는 느낌으로 가려고 티 안 내고 열심히 했어요.”


김재중은 체력적으론 고되고 힘들었지만 “많이 힘드시죠?”라는 자신의 인사에 “내가 힘들면 너는 얼마나 힘들겠니?”라고 화답해주는 선배 배우들 덕분에 힘을 얻었다. 나만 알 것 같았던 노력을 알아차려준 선배들의 넓은 아량에 감사한 마음으로 지난 4개월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도 했다.

특히 ‘트라이앵글’에서 첫째 장동수 역을 맡은 이범수를 비롯한 선배들은 김재중에게 “나도 내 연기에 질책하고 만족할 수 없다. 한 작품을 끝내면 더 잘해야 한다”는 말로 용기를 북돋아 줬다. 김재중은 “네가 어떻게 연기를 잘하느냐. 죽기 전까지 생각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아이돌 활동을 통해 쌓아 올린 이미지는 ‘트라이앵글’ 속 삼류 양아치 장동수를 연기하며 단박에 깨트렸다. “뭘 해도 괜찮을 수 있는 자유로운 캐릭터였기에” 김재중 스스로 느끼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다만, 촉박한 시간 속에 촬영이 진행돼야 하는 드라마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게만 느껴진다.

“처음에는 양아치는 침도 뱉고 욕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양아친데 욕을 빼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기분 나쁘면 ‘에이 씨!’ 한마디만 해도 기분 나쁜 게 다 표현되는데 욕을 못하고 다 설명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더 힘들었죠. 양아치 역할의 모토를 찾기 영화 ‘사생결단’을 봤는데 대사의 70%가 욕이라서 제가 배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리허설 때 욕을 많이 하면서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고 깨닫고 실제로 ‘슛’ 들어가면 욕만 빼고 했어요.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오디오 감독님은 다 들리니까 ‘영달아 욕하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극 초반 입모양이 살짝 나오는 게 있는데 아마 아는 분들은 ‘쟤 욕한다’고 하셨을 거예요.”


과거에는 캐릭터 분석 대신 ‘그때 겪었던 마음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성숙지 못한 생각을 했던 그가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사람 김재중으로서도 더 다양한 만남과 경험에 욕심을 갖게 된 건 연기에 대한 애정의 깊이가 더욱 깊어졌기 때문일 거다.

“앞으로 배우를 죽기 전까지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보고 싶어요. 비난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비난이 온다면 또 하나의 과제가 생기는 거겠죠. 최민식 선배의 인터뷰 기사에서 ‘연기의 벽을 오랜만에 느꼈다’는 걸 보고, 평생 연기를 해도 딜레마는 언제 올지 모르는구나 싶더라고요. 예를 들어 실존하지 않는 인물의 연기는 원래 있던 사람 혹은 상황으로 재구성시킬 때 잘못하면 큰일이 생길 것 같긴 한데 그런 딜레마는 항상 연구하고 있어요.”

가수와 배우로 살며 ‘새로운 기쁨’에 중독된 김재중은 배우만의 특혜인 다양한 인물의 삶을 사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매번 잘하는 것만 하고, 좋아하는 곳만 간다면 불행할 것이고 스스로 만족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을 것이다. 김재중이 배우로서 찾은 연기의 매력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분명히 좋은 작품일 거예요. 가수로 따지면 정말 좋은 곡이 있는데 내 파트에서 노래를 너무 못했으면 그 노래는 듣기 싫거든요. 반대로 노래는 별로인데 내가 잘 부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들으려고 처음부터 그 노래를 들어요. 작품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열심히 하고 보람을 느꼈던 과정이 분명 있었다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100발 100중의 연기는 없겠지만, 이번에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제가 수혜자이기도 한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고 말한 김재중은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며 웃었다. “연기하다 죽을지, 노래하다 무대 위에서 죽을지 모르겠지만 둘 중에 하나일 것 같아요,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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