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 주연배우 송승헌(좌)-감독 김대우(우) / 사진 : 호호호비치 제공


이름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음란서생', '방자전'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 드라마 '가을동화', '여름향기' 속 순정남 송승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자가 만났다.

김대우 감독과 송승헌이 만난 작품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인간중독'. 이는 티저 포스터부터 캐릭터 포스터, 예고편까지 영화에 관련된 이미지가 공개될 때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올리며 대중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개봉 전까지 알려진 '인간중독'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의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사랑이야기를 담은 19금 멜로 영화라는 것.

송승헌은 "송승헌의 파격적인 도전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 말처럼 시나리오 속 사랑을 극대화하기 위해 베드씬도 있고요. 하지만 더 와 닿았던 것은 김진평이 실제 저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 감독님과도 닮은 부분이 많더라고요. 부인(조여정)과는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고, 김진평에게는 종가흔(임지연)이 결혼한 후에 만난 첫 사랑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제 첫 사랑 느낌을 많이 떠올려봤어요. 내가 첫 사랑을 만날 때 어땠었나?"라며 '인간중독'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 김진평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화제를 모은 19금, 노출이라는 단어와 다른 지점이다. 두 남자에게 '인간중독'은 첫사랑이었고 멜로였다. 김대우 감독은 송승헌과 처음 만나 작품을 준비하며 이야기했던 것을 털어놓았다.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여자를 바라보는 눈, 물건을 밀어주는 길이, 속도, 머리를 넘겨줄 때 방식. 제가 원한 건 작은 것들이었어요. 보통 영화의 전체적인 부분을 말하는데 그런 건 멜로에서는 얼마든지 찍으면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을 볼 때 눈의 순서, 물건을 밀 때 느낌, 이런 게 더 중요했어요. 그런 것들을 사전에 많이 얘기한 것 같아요."


첫 사랑과 멜로, 하지만 대중들에게 '인간중독'은 19금 영화로 각인되어있다. 하지만 김대우 감독은 "'방자전'때도 그랬다"라며 "다른 감독에 비해 파격적이고, 멜로고, 19금 파격 멜로라는 단어에서 아닌 건 없어요. 이 말 세 개가 붙은 것에 크게 부담도 없고요. 어차피 영화 보실 거니까"라고 덧붙이며 관객과의 신용을 이야기했다.

"'인간중독'에서 베드씬, 춤추는 장면, 바닷가에서 차 안에 앉아있는 장면, 이 모든 게 등가예요. 그게 난 사랑인 것 같아요. 육체적 관계도 좋지만 둘이 비를 바라보며 맥주 한 잔 마시는 그 날도 헤어지고 나면 그때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런 거잖아요. 베드씬 당연히 있고 순하게 찍는 사람들이 보면 파격이라고도 불리지만 저는 김진평이 종가흔(임지연)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키스했을 때 등 그런 장면 속 쾌락의 정도가 다 똑같다고 봐요."

노출에 대한 부담감을 묻자 송승헌은 "없었다면 거짓말인 거고"라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런 사랑을 하는 남자주인공이 되는 거라 이 작품에서 노출은 저는 오히려 멋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좋은 스텝들이 차린 밥상이 있는데 안 하면 제 손해인 것 같고. 이왕 하는 거면 어떤 배우보다 멋지게 하고 싶었죠"라고 욕심을 보였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송승헌의 파격 도전(?)의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수영복을 입고 촬영하기로 한 샤워씬을 찍는 날, 김대우 감독은 돌연 송승헌에게 앵글이 재미없다고 수영복을 벗고 찍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던 것. 송승헌은 당시를 회상하며 "각오를 하고 있던 씬이면 괜찮은데 갑작스럽게 수영복을 벗고 하자고 하시니까요. 처음으로 느낀 당황스러움? 그 많은 스텝들 앞에서 처음으로 제 벗은 몸을 보여준 거였거든요. 당황스러웠고 야속했죠, 그때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경험은 후에 촬영하는 베드씬에 훌륭한 예방접종이 되었다고.

송승헌의 결심에 스텝들과 감독의 노력이 더해졌다. 김대우 감독은 "베드씬에 관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실수가 나오면 안돼요, 배우가 노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논한다거나 버벅되는 실수가 나와서 배우가 연기를 다시 하는 것은 없는 거예요. 그런 상황은 없는 거다라는 전제로 준비하니까 모든 스텝들이 받는 긴장감이 상당했죠"라고 베드씬을 찍는 현장을 설명했다. '인간중독'의 베드씬은 감독의 말처럼 김대우 감독을 비롯해 촬영감독, 조명감독, 조감독이 모두 아름다운 영상을 위해 현장에서 며칠씩 잠도 헌납하고 준비에 임했다. 또한 미술 역시 한 공간에서 찍기위해 다른 공간을 허물어야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을 크게 만들어 배우들이 각기 다른 앵글을 위해 대기해야하는 시간을 줄였다.

"밤새 누구를 아름답게 찍기 위해 고민한다는게 참 아름다운 일이더라고요. 화면에 찍혀 나오면 너무 좋은 거예요. 송승헌 멋있어, 임지연 예뻐. 이게 우리 말투였어요. '송멋임예'"


그간 송승헌이라는 배우는 작품보다는 비주얼로 각인되어왔다. 훤칠한 키에 이른바 숯검정 눈썹의 그는 올바른 대학생, 부족함 없이 자란 바른 생활 청년의 느낌이 강했다. 그런 대중들의 이미지 때문에 김진평을 선택할 때 더욱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느냐 묻자 그는 "20대의 송승헌이었으면 사실 못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저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나는 이 안에서만 움직여도, 이만큼만 보여줘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라며 일정 선 안에 갇혀버렸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제가 '배우로서 이런 생각을 좀 더 일찍 했었으면' 이었어요. 이미지에 대해서 솔직히 이제는 생각을 안 하게 됐어요. 배우로서 좋은 것 같지도 않고요. 배우가 되고 싶지 스타가 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연기할 날이 더 많기 때문에."

송승헌은 김대우 감독에게 '노출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해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노출에 당황했지만 다 벗은 송승헌은 스타로서 지고있던 큰 짐을 배우가 되며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짐을 대신 김대우 감독이 졌다. 김대우 감독은 인터뷰 자리에서 '인간중독'을 찍던 어느 날, 너무 힘이 들어서 어두운 밤에 홀로 '인간중독' 엔딩곡에 의지한 채 하염없이 걷다 눈물을 흘렸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인간중독'의 엔딩곡을 들으면 그 길이 생각이 난다며 "배우들이 나중에 영화를 볼 때 엔딩곡을 들으며 감독이 이 음악을 들으며 울었구나 생각하며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간중독'이 숱한 화제를 모은 건 파격, 19금, 노출이라는 키워드였다. 하지만 감독의 말에 '인간중독'을 끝까지 본 관객들이 엔딩곡을 들으며 어두운 영화관을 걸어 나오면서 각각의 머릿속에는 어떤 이미지가 그려질까 궁금했다. 다 벗은 송승헌과 그를 다 벗긴 김대우 감독이 만난 '인간중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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