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효성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연기돌’이라는 말이 어느샌가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아이돌이라면 연기에 도전하는 게 당연해졌고, 데뷔 전에 드라마를 통해 먼저 얼굴을 알린 후 가수 활동을 시작하는 스타들도 많아졌다. 다재다능한 인재를 연예계에서도 대중도 원하기 때문이다. 2009년 4인조 걸그룹 시크릿의 리더로 연예계에 입문한 전효성은 데뷔 5년 차에 접어들어서야 연기를 시작했다. 탄탄한 그룹 인지도와 전효성의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미루어보았을 때 연기 데뷔가 늦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효성은 왜, 이제서야 연기를 시작했을까.

그는 최근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연기하고 싶었지만 회사와 활동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을 때 아직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회사에서 연기에 도전할 멤버로 저보다는 연기돌 비주얼에 가까운 (한)선화와 (송)지은이를 먼저 생각한 것도 있었고요. 아이돌이 연기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저도 선뜻 연기하고 싶다고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본업인 가수로서 먼저 뜻을 이룬 후에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저도, 회사도 했었던 것 같아요”라며 연기 도전이 늦어진 이유를 밝혔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전효성의 연기자의 꿈을 이뤄준 작품은 OCN 미스터리 수사극 ‘귀신보는 형사 처용’(이하 처용)이다. 극 중 전효성은 광역수사대를 떠도는 상큼발랄한 여고생 귀신 한나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의 우려와 달리 손발이 오그라지는 발연기나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아이돌의 불필요한 등장이 아닌, 주연 배우 오지호, 오지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극을 이끄는 주연 배우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전효성은 “‘처용’이 사전제작 드라마이다 보니 모니터를 할 수 없어서 아쉬웠어요. 촬영할 때를 지금 떠올려 보면 연기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부족하게 보였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건 괜찮게 그려졌다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좀 더 몰입했으면 더 잘 나왔을 텐데 틀리지 않으려고 대사와 동선 외우는 데 급급했던 것 같아 아쉬워요”라며 첫 연기를 스스로 평가했다.


'처용'이 첫 방송되기 전, 출연진을 보고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다. 오지호, 오지은 등 연기파 배우들 속에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도전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을 텐데도 전효성을 캐스팅한 제작진의 의도가 궁금했다.

전효성은 “원래 ‘처용’이 작년 7월엔 촬영에 들어가야 했는데 처용한테 대들어도 미워보이지 않는 톡톡 튀고 푼수끼 있는 나영이를 찾기 어려워 촬영이 미뤄졌었어요. 나영이 오디션이 진행되던 중에 제게도 기회가 찾아왔고 처음 도전하는 드라마 오디션인 만큼 캐릭터 분석에 집중하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그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라며 캐스팅 과정을 공개했다.

이어 전효성은 “사실 첫 번째 오디션에 붙고 나서 두 번째 오디션에 갔는데 작가님께서 ‘감독님이 아이돌을 믿고 쓴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난 반대’라며 돌직구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마음을 이해해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더니 나중에 작가님이 회식 때 ‘너 도움되라고 한 말이지 미워서 한 말 아니다. 이왕 연기 시작한 거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더 감동 받았어요”라며 오디션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얼음장 같았던 작가의 마음은 첫 대본 리딩 때 사르르 녹았다고 했다. 전효성은 “대본 리딩을 처음 해 보니까 인사를 하는데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그 와중에 리딩은 잘해야 하니까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최대한 열심히 했는데 작가님께서 만족해하시면서 웃는 얼굴로 오시더라고요. 그때 작가님이 ‘연습 많이 한 것 같다’고 해주셨는데 그제야 안심이 됐어요”라며 첫 대본 리딩을 회상했다. 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아이돌’ 전효성에게 제작진은 ‘아이돌이 연기하는 게 아닌 배우로 거듭나게 해주고 싶다’는 책임감으로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제작진이 마음을 연건 전효성의 성실함이 한 몫 했다. 전효성은 ‘처용’에 캐스팅된 후 자신이 맡은 한나영 캐릭터를 분석한 자필 편지를 보내 제작진에게 믿음을 줬다. 그는 “첫 도전이라 뭐든지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나영이의 모습과 나영이의 연애사를 상상해서 자필 편지에 썼는데 좋게 봐주셔서 저 역시 기뻤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자필편지를 써 내려간 덕분에 한나영 캐릭터를 자신 안에 녹일 수 있었다던 전효성은 “대본에 나와 있는 부분은 알지만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은 모르니까 만들어놔야 할 것 같았어요. 가족과의 사이, 선우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오)지은 언니랑도 만나서 ‘나영이가 왜 그랬을 것 같아?’라고 얘기도 주고받았는데 나영이와 선우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감독님에게도 나영이가 왜 경찰 지방령이 됐는지, 선우는 왜 좋아하는지 여러 가지 질문을 드렸고 그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들었고요. 자필편지를 바탕으로 충분한 대화를 나누니까 저 스스로 한나영 캐릭터를 완연히 이해하고 제 안에 녹아들게 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어요”라며 캐릭터 준비 과정을 전했다.

평소 귀신을 정말 무서워하는 전효성은 이번 드라마 ‘처용’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억울하고 불쌍한 귀신들을 만나면서 귀신 공포증(?)을 해결했다. 귀신이 무서운 존재에서 가엾은 존재로 바뀌었다고.

처음 연기에 도전하며 달라진 점이 또 있는지 묻자, 전효성은 “나 자신을 이겨낸 것 같아요. 연기를 처음 시작하면서 정말 좋고 설레기도 했지만 나한테 자신 있지 않은 장르에 도전한다는 게 너무 무서웠거든요. 다른 배우들과 달리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한다는 거 자체도 어려웠죠. 그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조금씩 성장해가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되고 주위 분들의 격려에 하나를 이겨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답했다.

‘처용’을 만나면서 그는 배우 전효성의 장점도 찾았다고 했다. 전효성은 “생각보다 눈물이 잘 나더라고요. 제가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보는 분들도 ‘순간 나도 찡했어’라고 얘기해주실 정도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전달할 수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어요”라며 연기 경험은 값진 교훈이었다고 했다.

시크릿 전효성으로 지낸 20대 초반을 지나 ‘배우’ 전효성으로 스물여섯 살을 맞이한 전효성은 인생 제 2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새해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전효성은 이 기세를 몰아 2014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드라마든 영화든 오디션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준비해서 꼭 새로운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특히 올해는 시크릿 멤버들 모두 개인 활동도 활발하게 할 예정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솔로 앨범을 꼭 내고 싶어요. 솔로 가수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실험해 보고 싶고 제가 하고 싶었던 퍼포먼스가 강한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니 올해 안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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