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끓는청춘' 주연배우 이종석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영화 '피끓는 청춘'은 충청도를 접수한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과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 네 남녀의 농촌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첫사랑, 청춘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들을 '피끓는 청춘'을 통해 만나보니 주연 배우 이종석의 진짜 사랑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최근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종석은 영화 속 중길이처럼 자신을 변화하게 해준 이성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가 남자답지 못하고 되게 어리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고요. 힘들 때 옆에 있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왜 그렇게 내 생각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냥 애기 같은 느낌이에요"라며 지난날의 자신을 회상했다.

뜨거웠던 연애가 차가운 이별로 끝을 맺는다고 해서 무조건 안 좋은 기억만 남는 건 아니다. 돌이켜보면 상대에게 고마웠던 점들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이종석은 "설레는 연애의 감정?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점이 고마웠어요. 사실 저도 학교 다닐 때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텐데 그때 (옛 연인 덕분에)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껴봤던 것 같아요"라며 상대의 진심에 한층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남자 나이 스물여섯이면 결혼보다는 연애를 먼저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종석은 "결혼은 빨리하고 싶어요"라며 대뜸 결혼에 대한 의사를 밝혀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연애는 헤어질 수 있지만, 결혼은 법적 절차가 있잖아요. 결혼으로 인한 안정감? 결혼하면 내 옆에 누군가가 항상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조금 빨리 어른스러워져야 연애도 재밌을 것 같은데 지금은 결혼이 더 하고 싶어요."

그 또래 남자들이 결혼보다 연애를 선호하는 데 반해 너무 다른 것 같다고 하자 이종석은 "연애는 힘든 것 같아요. 시간도 없고. 휴식이 있어야 새로운 공간에서 여자도 만나고 할 텐데 저는 항상 일터에 있으니까 그럴 시간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일터에서 찾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자 이종석은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속 얘기를 편하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진짜 친구가 될 수도 없죠. 데뷔하고 나서 친구도 별로 안 생긴 것 같아요"라며 같은 업계에서 짝을 찾기란 어렵다고 털어놨다.


◆"연애하기 무서워..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이성 선호"

결혼을 꿈꿀 땐 내가 원하는 이성상을 더욱 신중하게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가 출연한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이종석은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 영숙(박보영)의 마음은 뒤로 한 채 첫눈에 반한 여자 소희(이세영)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붓는다. 이종석에게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 둘 중 어느 쪽에 더 끌리는지 물었다.

"동등하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내가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요. 사실 그게 어렵죠. 어제 '골든디스크' 시상식 끝나고 (이)보영 누나하고 '너목들' 작가, 감독님하고 오랜만에 모여서 밥을 먹었어요. 보영 누나가 평소에도 저한테 연애나 사랑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동등하게 사랑하려면 '밀당'이 진짜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누나도 결혼은 했지만 '아직도 나는 밀당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절대 밀당 못하거든요. 좋으면 좋은 거 다 표현하고 싫으면 싫은 티 내고. 그러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연애하기도 무서워요. 그런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그래서 너무 속상할 때도 있고 외롭죠."

연애에 앞서 상대에게 받은 상처부터 고민하고, 다가올 이별에 미리 아파하는 이종석에게 영화 속 여자일진 영숙이처럼 본인보다 강한 여성은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좋을 것 같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는 "사실 나한테는 (나보다 강한 여성이) 좋은 여자 같기도 해요. 내가 기대는 걸 좋아하고 상대를 받아줄 만한 그릇이 안 되거든요. 내가 힘들 때 찡찡될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것도 이기적인 마음인데 말이죠"라며 선호하는 이성상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이종석은 그 스스로 누군가와 연애할 때 어른스럽지 못하고 '밀당'도 전혀 못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아직도 연애를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마음 한켠에 내린 상태로 보였다. '피끓는 청춘'의 중길이 눈빛 하나, 손짓 한번으로 충청도 여심을 싹쓸이한 것처럼 이종석도 '애교'로 이성을 사로잡는 편이라고 '피끓는 청춘' 시사회에서 밝힌 바 있다. 연애의 가능성을 일깨워 줄 단서를 찾던 중 그가 했던 애교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애교는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기로 했다.

"애교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빨리 열게 하는 건 스킨십 같아요. 제가 스킨십은 좀 빨라요. 그냥 자연스럽게 얘기하다가 터치. 이런 게 습관이 돼버려서 가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요. 애교가 '아앙~' 이런 애교가 아니고 현장에서 막내로 커오다 보니 지금도 막내가 아닌데 여전히 막내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컨대 제가 기분이 좀만 좋으면 동생들한테도 애교를 부릴 때가 있거든요."


◆상대에게 받고 싶은 건 사랑이 담긴 눈빛…"눈 마주치는 것도 스킨십"

누군가에게 늘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면 '외로움'이라는 감정 안에 그 스스로를 가둬버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반대로 그가 다른 사람에게 받고 싶은 애교나 따뜻한 말 한마디는 무엇인지 물었다.

"'별에서 온 그대'를 다시 보는데 '눈을 마주치는 것도 스킨십이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공감하는 게 나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건 느껴지잖아요. 그 눈빛에 사랑이 담겨 있는지 아닌지 느껴지니까요."

한참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이종석이 '연애 얘기를 하면 한없이 슬퍼진다'고 말하는 바람에 결론도 정답도 없는 이 얘기를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종석의 '청춘'은 무엇인지 듣고 인터뷰를 마치자고 했더니 "청춘은 일이다"라고 말해 현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종석은 "취미 생활도 없고 작년에는 다섯 작품을 해서 그런지 다 소화하지도 못할 음식을 먹는 느낌이었어요. 앞으로는 작품의 퀄리티도 고려해야 할 것 같고 연기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다음 도약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이종석과의 인터뷰는 홍보를 위한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기보다 인생의 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다 온 느낌이 들었다. 이종석이 '요즘 대세'로 불리는 이유는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말 아쉬운 마음에 '청춘을 즐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일할 때 일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누나의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더니 이종석의 유쾌한 답변이 이어졌다.

"청춘을 즐기기에는 어차피.(한숨)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김)우빈이하고 맨날 그 얘기 하거든요. 우빈이가 요즘에 자꾸 자랑하더라고요. '나 이나영 선배랑 광고 찍었다~'길래 제가 '야! 사인 받았어? 사인 받아와'라고 했죠. 제가 이나영 선배를 워낙 좋아하니까 사인 받아달라고 했어요. (직접 받으면 되죠) 봐야 받죠. 어디서 받아요. (전해야겠네요) 꼭 좀 전해주세요. 아직 내 존재를 모른다는 얘기도 있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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