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상어'에서 꽃미남 검찰 수사관 김수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이수혁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하얀 피부에 날카로운 눈매, 길고 오똑한 콧날, 얇은 입술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완벽하게 담아낸 V라인 얼굴. 설명만으로도 만화 속 여심을 휘어잡는 남자 주인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진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상어’에서 꽃미남 검찰 수사관 김수현 역을 맡은 배우 이수혁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 느낌이다. 어디선가 본 적 없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비주얼. 시크하고 도도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다정다감한 ‘남친돌’이 된 이수혁이 안방극장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의 문을 노크했다.

KBS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몽환적인 캐릭터 윤수로, ‘뿌리깊은 나무’의 냉혹한 무사, ‘차형사’의 톱모델까지. 기존에 이수혁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이미지는 대개 다가갈 수 없는 차가운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상어’ 속 김수현은 달랐다. 좋아하는 여자에겐 다정다감한 돌직구 멘트를 서슴없이 날렸고,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인 이수(김남길)와는 마지막까지 의리를 지키는 훈훈함까지 보였다. 분명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이수혁이 드디어 만난 셈이다.

“예전에는 연기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고 훈련도 안 된 상태였어요. 맡은 역할도 모델 이미지 때문인지 사람 냄새가 나는 캐릭터가 아닌 살인마, 귀신과 같은 일반적이지 않는 캐릭터를 주로 했었죠. ‘상어’ 하기 전에 좀 오래 쉬면서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다행히 이번엔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주신 작가님께도 감사할 따름이고요.”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캐릭터를 만나 배우가 가진 최고치를 보여줬을 때 시청자들은 환호한다. ‘상어’의 이수혁이 그랬다. 배우의 의외의 매력을 발견했을 때, 호감도는 2배로 상승하는 셈이다. 그도 이번에 캐릭터의 힘을 제대로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캐릭터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초반부 촬영 때 후반에 달라질 감정선이나 스토리에 대해 살짝 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걱정이 되더라고요. 초반과 후반이 많이 달라야 할까 고민이 많았던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촬영을 마쳤어요. 대본에 제가 해야 할 것들이 잘 쓰여 있었고 작가님이 후반부로 가면서 스토리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저는 그저 대본에 쓰인 데로만 했어요.”


이수혁의 작품을 봐왔던 시청자들은 ‘상어’를 모니터하면서 이번 촬영에 앞서 연기 준비를 따로 했는지 궁금해할 정도 그의 연기 변신에 주목했다.

“연기 준비를 따로 했다기보단 작품에 임하는 제 태도가 중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작년에 3~4 작품을 연달아 하다가 10개월을 쉬면서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주변 친구들도 이쪽 일을 많이 하는데 서로 조언도 해주고 위치도 바뀌는 걸 지켜보면서 욕심이 생긴 거죠. 제 욕심이 캐릭터에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특별해 보여야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표현의 한계를 느꼈다면, 이번에는 제 입장에서 연기하다 보니 시청자분들도 편안하게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상어’는 복수를 하는 자와 복수를 당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시에 조명함으로써 ‘복수’와 ‘용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작품은 복수에 대해 시청자에게 화두를 던지고, 극 말미에 와서야 용서가 최고의 복수임을 말한다. 내 아버지를 죽인 사람의 아들을 용서하고 그와 친구가 된다는 게 쉬운 일일까.

“저도 스토리만 들었을 땐 극대화해서 생각했어요. 용서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스토리가 흘러가는 걸 보니 이수의 잘못도 아니고 이수가 절 속인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가 진심으로 제게 사과를 했었다는 거죠. 큰 잘못이 있긴 하지만 저와 이수의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수가 저에게 항상 잘해줬고 복수를 해야 할 대상은 이수가 아니었잖아요. 힘을 합치는 게 맞는 거죠.”

이수가 직접 살인을 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만은 분명한데 실제도 극중 수현(이수혁)이처럼 이수를 용서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이수혁은 명쾌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결국엔 이해했을 거에요. 수현이의 성격 자체도 모질지 못하거든요. 전체적인 상황 설명도 충분히 됐고요. 이수가 저에게 사과를 안 한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사과한 장면도 있었잖아요. 저라도 수현이처럼 행동했을 것 같아요.”

결말에 대한 드라마 팬들의 의견은 언제나 양분화되기 마련이다. 특히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일 경우 더 심하다. ‘상어’ 역시 감옥에 간 조상국 회장이 사람을 시켜 이수를 죽이고 비열하게 웃는 모습으로 마무리돼 멜로도, 복수도 시원치 않게 마무리됐다는 의견이 있었다.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수혁이 본 ‘상어’의 결말은 어땠을까.

“제 개인적인 느낌은 ‘상어’ 결말 역시 우리 드라마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현실의 아름다움 보다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건. 그 안에서 교훈을 주려고 한 게 아닐까요? 저는 제 캐릭터가 잘 나온 거에 만족하고 있어요.”


이수혁과 남보라의 촬영 분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데이트 신청 신. 데이트에 앞서 이수혁은 남보라의 아버지이자 직장 상사인 박원상에게 남보라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또, 남보라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면서 “다음에 영화 보자”고 시크하게 말한 뒤, 남보라가 부끄러워하자 “영화 싫어해?”라는 두근두근 멘트로 여심 정복 1인자임을 확실히 알렸다.

“실제로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면 당돌해지는 것 같아요. (상대의 부모님에게도 당돌하게 ‘따님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나요?) 아직까지 그렇게 해본 적은 없는데 상황이 그렇게 된다면 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요?”

“수현이가 나쁜 남자는 아닌 것 같고 당돌하고 직설적이긴 한 것 같아요. 저는 대본을 봤을 때 약간 오그라들어서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반응이 좋긴 좋더라고요. (실제론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편인가요? 시크한 편인가요?) 다정다감하려고 하죠. 달콤한 멘트나 애정표현은 만나는 분마다 다른 것 같고, 이벤트는 잘 못해요. 어찌됐든 누구를 만나든 잘해주려고 하고, 만나는 순간에도 그 후에도 후회하지 않게 행동하려고 해요.”

이수혁과 남보라의 케미는 주인공 커플인 김남길-손예진 커플과 견주어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훌륭한 호흡을 보였다. “보라씨에게 제가 하는 대부분의 대사들이 평소에 쉽게 할 수 없는 말인데도 잘 받아주더라고요. 제가 무뚝뚝하게 오그라드는 대사를 해도 수줍어하고 잘 받아주니까 제 연기도 부각이 된 것 같아요. 고맙게 생각해요.”

만들어진 캐릭터의 모습이었다기 보다 평소에 은연중에 했던 모습들이 캐릭터에 묻어난 쪽에 가깝지 않았냐고 한 번 더 물었더니 이수혁이 호탕한 웃음과 함께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컷’ 소리와 함께 제가 방방 떠다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자상하게 하더라도 장난으로 하면 재밌을텐데. 수현이는 너무 대놓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수 있는 오그라드는 표현을 했죠.”


준비한 질문이 끝날수록 처음에 봤던 차도남 이수혁의 모습보단 ‘상어’ 속 다정다감한 김수현에 가까운 매력을 봤던 터라 이수혁의 실제 성격이 궁금해졌다. 그의 절친인 김영광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착하고 재미있는 친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영광이 형이 말한 것처럼 제게 재미있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영광이 형과는 워낙 친해서 말하거나 장난칠 때 서로 생각을 많이 안 해요. 친한 친구 사이여서 살가운 모습들을 보이는 거죠. 반면 일 할 때는 진지하게 임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일해서 그런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얼마나 친해져야 편한 모습을 볼 수 있나요?) 그런 모습을 몇 명 못 보는 것 같아요. 많아야 10명도 안 될 거예요.”

차근차근 대답하던 이수혁이 나날이 높아지는 인기에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기를 실감할 만한 일은 없었어요. 촬영장에만 있다가 이제야 쉬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곧 사인회를 하는데 한 번 봐야죠. (김)우빈이는 사인회를 못했던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닐 것 같긴 하지만요. 그리고 연기력에 대한 칭찬은요, 아직 호평을 들을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그 전에 얼마나 못했길래.(웃음)”

이제 막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이수혁. 시청자들 역시 ‘올해의 라이징 스타’ 이수혁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해 3개의 작품을 하고 싶었던 이수혁이 드라마 <상어>, 영화 <무서운 이야기2>를 끝내고 마지막 작품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할 지 벌써부터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곧 여러분들을 찾아 뵐 수 있을 것 같고요. 연기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훈련도 많이 하고 작품도 잘 선택해서 인사 드릴게요. 좀 더 성숙한 모습, 좀 더 가능성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고, 좋은 작품을 하나 더 하는 게 올해의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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