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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신' 김혜수, "태어나 이런 반응은 처음입니다만"(인터뷰)
직장인의 애환을 공감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이 막을 내렸다. 수개월 미스김으로 살았던 김혜수는 "미스김이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난 캐릭터라는 점과 무겁지 않게 현실을 풀면서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대본, 여기에 유쾌하면서도 여운은 분명한 연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매우 좋았다. <직장의 신> 같은 드라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요목조목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짚어냈다.
주변의 반응도 그 어느때 보다 뜨거웠다. 모바일 메신저가 하루에 1~2건 정도 왔다면 <직장의 신>을 하는 동안에는 2~300개가 와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김혜수는 "태어나서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주위에서 연락을 많이 주셨고 제가 부탁을 한 것도 아닌데 전문가 이상의 평을 해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너 약먹고 연기하느냐', '<직장의 신> 재밌습니다만' 등의 연락을 받으면 아무래도 재밌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아프니까 계약직이다…"사회적 약자인 우리에게 용기를 준 미스김"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서로의 입장 차가 있다. 정규직은 권고사직이 아니어도 조직 내에서 스스로 아웃되는 분위기가 조장되어 회사를 떠날 수 있으며, 계약직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회사라는 거대 조직이 만든 시스템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혜수도 <직장의 신>을 하면서 계약직과 정규직의 입장 차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성인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 <직장의 신>은 직장 얘기로 국한된 것 같지만 우리 엄마, 아빠, 삼촌과 누나, 취업을 앞둔 사람들, 은퇴한 직장인까지 모두를 포괄하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와 전혀 무관한 사람은 아동들밖에 없을거다"고 말했다.
작품이 있을 땐 일을 하지만 작품이 없을 땐 쉴 수 밖에 없는 연기자들도 어찌 보면 계약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에 김혜수는 "나는 입장이 좋은 편이다.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부당 계약에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돈을 받은 만큼 안하면 비참하게 짓밟히기도 한다. 나도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직장의 신>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스스로 자처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김이 잠정적으로 용기를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논문표절시비, 많이 힘들었다"
'미스김 어록'이 만들어질 만큼 <직장의 신>의 명대사는 방송 기간 내내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김혜수도 "좋은 대사들이 정말 많았다. 그 중 하나는 엔딩 쯤에 정주리에게 '계약직이건 정규직이건 정말 중요한 건 네가 원하는 길을 가라'는 말이었다. 사회 구조에 맞춰 안전하게 사는걸 우리 모두 당연시 여기고 있지 않나.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우리도 모르게 적응하고 부응해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 선택을 한다는 건 다른 것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인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거다. 중요한건 내 목소리에 귀 기울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거다. <직장의 신> 속 미스김이 정주리에게 하는 말들은 미스김이 김혜수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했다"며 공감했던 순간들을 끄집어냈다.
첫 방송을 앞두고 논문표절시비에 휩싸였던 김혜수는 <직장의 신> 제작발표회에서 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표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에 김혜수는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왜 문제 삼아?'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나로 인해 불편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배우들과 관계자들에게 미안했다. 제작발표회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전례는 없었지만 내 입으로 얘기하는게 깔끔하고 정확한 것 같아 사전에 제작사와 방송사에 양해를 구하고 전날 메모한 사과글을 읽게 된거다. 나도 사람이니까 스스로 위축되고 불편해 2~3주는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최소한 해야 할 역할이 있으니 중심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힘들었던 심경을 전했다.
◆돌아와요 미스김…"시즌2 출연? 쉽지 않을 것 같다"
열린 결말에 대한 애청자들의 추측도 다양했다. 김혜수가 그린 미스김, 또 그가 생각한 <직장의 신>의 결말에 대해 "장규직과의 로맨스를 위함이 아니라 일 할 때가 되니까 장규직이 있는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간거다. 장규직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를 구한것도, 장규직이어서가 아니라 고과장이나 정주리였어도 그들을 구하고 떠났을 것이다"며 로맨스는 이 작품에서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시청자의 공감을 100% 이끈 작품일수록 시즌2 제작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다. <직장의 신>도 이러한 작품이 됐다. 종영 이후 많은 사람들처럼 미스김이 보고 싶다는 김혜수는 "미스김으로 살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미스김 하나로 시즌2 제작이 성사되는 문제는 아니라서 쉽진 않겠지만, 당연히 행복하게 미스김을 선택하는 순간을 기대한다"며 일말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스김을 떠나보낸 김혜수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그는 "하고 싶은 작품을 못 만나면 휴식기를 가질거고, 원하는 작품을 만나면 휴식이 보류될 것"이라며, "지금은 차기작을 봐야할 시기인 것 같다. 분량이나 주연이냐 아니냐는 상관 없고, 고유의 능동성이 있는 캐릭터인지를 보고 다음 작품을 선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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