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송혜교 / 더스타 정준영 기자 star@chosun.com


"지금에서야 왜 그 작품을 리메이크 하려고 하죠?"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내노라하는 톱 여배우들을 마다하고 '송혜교'를 고집했던 그 의지가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훔친 장본인, 노희경 작가는 "혜교 너라면 자신있게 할 수 있다"며 끈질긴 설득 끝에 <그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사세) 이후, 두번 째 만남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래,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이라면 한번 믿고 가겠어!" 송혜교의 이러한 결단은 평소 송혜교를 바라보는 노작가의 특별한 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득 지나가는 데, 작가님이 제 표정을 발견했대요. 시니컬하면서 예민한 그 표정을..'오영'이란 캐릭터에 녹여 움직여줬음 좋겠다고. 그래서 감정이 허투루 흘러가지 않게끔 촬영전에 준비를 많이 했죠"

3일 늦은 오후, 남산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배우 송혜교'의 인터뷰. 아직 긴 겨울이 가시지 않은 듯한 쌀쌀한 봄기운이 주변을 맴돌때, 바람 소리처럼 솔솔 말문을 열기 시작한 송혜교의 입가에는 종영을 단 1회 앞둔 긴장감 보다는 후련함이 그녀를 미소짓게 했다. "평소 기복이 심한 편은 아닌데, 유독 이 작품을 하면서 머릿속이 왔다갔다 했어요. 문득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주루룩 날 정도였죠. 촬영 당시에는 그 순간이 괴롭고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시간이 그립더군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속 송혜교가 맡은 인물은 오영. '터널시력'(정면에만 시력이 있는 증세)을 앓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연기가 너무나 부담스러웠다는 그녀는 지난 6개월의 촬영기간을 회고하면서 "눈을 바라보며 연기하는 자체가 반대로 어색해졌다"며 쉽게 가라않지 않는 심정 때문에 다음 작품 초반까지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빛을 발하는 건, 오영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오수가 아닌 가짜 오수, 진짜 오영이 사랑했던 한 남자(조인성)가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두 사람을 '케미커플'(케이스트리, 사람 사이의 화학작용)이라며 열렬히 환호했다. "내가 봐도 잘 어울려요.(웃음) 순정만화에 나오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조인성씨가 워낙 (키가) 크다 보니 오히려 제가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덧붙여 송혜교는 스스로의 연기를 오수에 비추어가며 온전히 시청자들의 시선으로 "영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로 저런 눈빛이었구나"하고 감탄했다고.


방송가를 배경으로 극의 긴박감 속의 빠른 말투와 큰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는 <그사세>의 주준영이란 캐릭터와는 달리, <그 겨울>에선 자연스레 다운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 송혜교는 "첫 방송 이후가 가장 두려웠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굉장히 기분이 좋았죠. 내 연기를 보면서 진짜 잘했다기 보다는 저럴땐 이렇게 할걸 하는 아쉬움과 부족함이 마음 속에 늘 남았다"고 했다.

또, 화려한 영상미 속 브라운관을 자신의 얼굴만으로 꽉 채우는 클로즈업 연출에 대해 송혜교는 "시각장애인을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 부족한 부분을 표정으로 많은 걸 보여줘야 했기에 오히려 그렇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영 덕에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고 하소연한 송혜교는 어느 덧 데뷔 17년 차. 그간 수 많은 오해와 루머를 견뎌내고 당당히 대한민국 톱여배우 대열에 선 그녀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픈 날들도 많고, 어쩔수 없이 참아야 하는 순간도 많겠지만, 맘껏 즐겼으면 좋겠어요. 연기도 열심히하고 사랑도 열심히 하고..나중에 후회되는 건 바로 자신이지 그것에 대해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거든요"

다음 작품엔 로맨틱 코미디로 복귀하고 싶다는 송혜교. 연애와 결혼 두 갈림길에 대해서는 "언젠간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귀찮다"고 잘라 말한다. <그 겨울>을 통해 그녀가 얻은 건 과연 뭘까. 길을 지나가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을 보면 직접 가서 길을 안내해주고, 도와주고 싶다는 스스로의 의지가 생겼다고 했다. 단지 오영으로써가 아닌, 진짜 송혜교의 마음씨가 마지막을 훈훈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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