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못 먹는 감 먹은 적 없어…내가 직접 갈 수밖에"
"해외 진출? 아직은 국내 작품이 더 중요"
"나도 몰랐던 또 다른 조여정, 작품 통해 만나고 싶다"

배우 조여정은 욕심이 많다. 영화 <방자전>으로 강렬한 춘향을 연기하더니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인영으로 로코퀸 타이틀을 금세 거머쥐었다. 또다시 차기작 <후궁 : 제왕의 첩>에서 감정 변화가 큰 비운의 여인 화연을 연기했고 최근엔 <해운대 연인들>의 씩씩한 부산아가씨 고소라를 거뜬히 소화해냈다. 2년 새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갈 수 있는 건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최고의 복(福)이에요. 이미지 변신이랑은 다른 얘긴데, 이미지를 바꾸려고 한다기보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에요, 전. 어떤 작품을 하던 내면에 있는 조여정이 나오기 마련이고, 다수의 작품을 하며 몸에 밴 경험들이 연기할 때 묻어 나오는 건 당연지사죠"


조여정은 자신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이 나이엔 이런 장르와 캐릭터를 꼭 연기해야 해'라는 철두철미한 성격의 배우는 아니라고 했다. 제안하는 이가 자신이 아닌 연출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을 거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작품이 들어올 때 '이 배우에게 이런 이미지를 뽑아내고 싶다' 고민을 한 상태에서 들어와요. 그러면 저는 '제 상황에서 이런 걸 받을 수 있구나!'라고 제 위치를 알게 되는 거죠. 못 먹는 감을 먹은 적은 없어요. 늘 위를 바라봐도 딸 수 없으면 제가 가는 방법밖엔 없는 거에요. 받은 작품 중에서 뭘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게 제가 할 일이죠. '현주소가 이렇다'는 걸 깨닫고 분발하기도 하고, 좋은 작품이 들어와서 깜짝 놀라기도 하죠"

그가 말하는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작품, 즉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행운의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방자전>의 경우에도 그랬어요. '어떻게 날 생각했지?'라는 생각이 든 거죠. 정말 조여정이란 배우에 대한 선입견 없이 접근한 미팅이었고, 조여정만 보고 선택한 거죠. 제가 하고 싶었고, 원하던 작품을 만나진 느낌이었어요"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이던 조여정이 국외 활동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거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까지 진출하는 스타들이 많은데 "먼일 같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아직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사실 연기하는 거라면 국내든 국외든 가리지 않죠. 한국 배우니까 국내 작품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건데 자연스러운 기회로 국외 진출을 하는 건 좋아요"

합작드라마라는 루트도 있으니 꼭 한 번 함께 작업하고 싶은 국외 감독을 꼽아달라고 했다. 훗날 이 소식을 접한 감독들이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영화 <색, 계>와 <브로크백 마운틴>을 연출한 이안 감독님이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디테일하면서도 누구나 봐도 알 수 있게 연출했다는 점, 빈틈없이 감정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특히 <색, 계> 속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랑은 대단한 것 같아요"

이안 감독에 대해 예찬론을 펼치던 그가 갑자기 "한국에도 좋은 감독님들 너무 많은데"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내친김에 한국 감독 중에 차기작에서 빨리 만나고 싶은 감독들도 두어 명 일러달라고 했다.

"만나보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긴 한데.. 박찬욱 감독님과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어요. 이상한 여자, 불친절한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고 내가 아는 나가 아닌 나도 몰랐던 조여정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만나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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