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준 인터뷰 / 사진: 어라운드어스 제공

데뷔 14주년을 맞은 윤두준. 군백기를 거친 후 무대와 드라마에서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윤두준이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며 한계 없는 활동을 예고했다. 그룹 하이라이트 활동과 함께 드라마 촬영까지 바쁜 나날을 보낸 그는, 아직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Q. 4년 만의 복귀작으로 '구필수는 없다'를 선택한 이유?

일단 제가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좋은 타이밍에 제안이 들어왔고, 시기도 잘 맞았던 게 가장 컸다. 휴먼 드라마다 보니까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분들이 많이 나오지 않나. 예전에는 또래 배우들과 연기했었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Q. 군백기까지 있었고, 오랜만에 드라마 촬영 현장이 어색하진 않았나.

4년 만에 하니까 제가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 명확하게 기억이 잘 안 났다. 경험치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공백이 있다 보니 경험치가 쓸모 없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사실 처음에는 되게 힘들고 무섭고, 그래서 주변에 조언을 더 많이 얻으려고 했다. 감독님도 아마 귀찮으셨을 거다. 디테일한 이야기를 많이 여쭤봤다.

무엇보다 너무 오랜만에 찍다 보니 시스템이 많이 달라져있더라. 100% 사전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기서 오는 낯섦도 있었고, 좋은 점도 있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게 많아서 되게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사진: KT스튜디오지니 제공

Q. 정석 캐릭터는 집안이 몰락한 순간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또래의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공감되는 지점도 있었을 것 같다.

정석이는 설정상 정말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을 만나면서 성장하고 포용력도 생기는 인물이다. 안하무인의 성격이 있기도 한데, 어쩌면 나도 모르게 그러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자각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저도 데뷔하고 얼마 안 돼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지금까지 감사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전부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석이를 연기하면서 나를 돌아보기에 좋았다.

Q.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웠던 지점도 있나.

스타트업을 하는 분이 주변에 없어서 '이게 맞나?'하고 엄청 찾아보고 검색도 많이 했다. 공감을 할 수 없어서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었고, 다른 캐릭터를 참고하자니 드라마적인 설정이 많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휴먼 드라마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했다. 말이 안 된다 싶은 건 수정을 많이 하면서 진행했다.

정석이의 이상주의적인 부분도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안 됐다. 초반의 정석이는 뭐가 없어도 '네가 나를 거절해? 후회할 텐데'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데 당당할 수가 있나 싶었다. 저랑은 성격이 전혀 다른 부분이었다. 한편으로는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난 나중에 잘될 거야' 하는 그런 마인드가 부럽기도 했다.

Q. 배우도 전 소속사를 나와 새 소속사를 꾸린 경험이 있지 않나. 그런 경험이 정석이의 상황과 비슷한 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정석이는 빈털터리가 돼서 길바닥에 나앉았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큰 둘레에서 벗어나서 내가 다시 시작한다는 면에서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럴 때 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저도 '진짜 이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감독님과도 많이 나눴고, 하이라이트 활동을 하는 것도 저도 모르게 정석이를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것 같다.

Q. 극 중 곽도원 배우와는 세대를 뛰어넘는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현장에선 어땠나.

정석이라는 역할은 곽도원 선배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 탄생한 역할이다. 제가 애매하다고 생각해서 질문을 드리면 선배님께서 정말 명확하게 말씀을 해주셨다.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시니까 촬영할 때 너무 편했고, 기댈 곳이 있어야 했는데 선배님이 그 역할을 해주셨다.

선배님과의 브로맨스는 정말 좋았다. 다만 걱정을 좀 했던 게 '브로맨스'라 하면 세대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고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정석과 필수는 상하관계가 아닌데, 개인적인 성격으로는 그런 걸 잘 표현 못 해서 걱정이 됐다. 그것 역시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셨고, 저를 잘 끄집어내 주신 덕에 해낼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Q. 정석이처럼, 윤두준도 성장하는 중인가. 스스로 성장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일단은 제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연기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할 때도 '예전의 내가 너무 모르고 지나간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성장한 지점이지 않나 싶다.

인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성장했던 때는 연습생 시절 같다.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 나와서 처음 숙소 생활을 하고, 내 인생을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에서 '모 아니면 도'하는 심정이었다. 지금은 리스크를 생각하지만, 그때는 리스크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이 한편으로는 그립기도 하다.

Q. 벌써 중견 아이돌이지 않나. 많은 후배 아이돌 그룹들이 롤모델로 하이라이트를 꼽고는 하는데, 소감은 어떤가.

저희도 선배님들이 해오신 것에 혜택을 많이 받았다. 해외에 나갈 수 있었던 게 동방신기 형들이나 어마어마한 선배님들이 잘 닦아 놓으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게 쌓이고 쌓여서 지금까지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 제가 한창 바쁘게 활동을 할 때는 어쩌면 케이팝이 일시적인 인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우리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이해하고 좋아해 주시는 외국 분들이 많은 걸 보고 신기하기도 하다. 지금 나오는 친구들도 너무 잘해서 저희도 엄청 배우려고 한다. 저희의 활동이 미약하게나마 케이팝이 위상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저희는 현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인기를 누리다가 내리막을 걸을 때는 '더 잘 됐어야 했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많이 내려놓게 됐고, 그렇다고 노력을 안 한다기 보다는 시장이 그냥 그렇게 순환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룹 활동은 기력이 닿는 한 하고 싶다.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몸이 고장 나지 않나.(웃음) 이번에 콘서트 하면서 느낀 게 '아직은 괜찮은데 십 년 뒤에 한다면 이 텐션으로 할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몸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

Q. 앞으로 배우로서 보여줄 윤두준의 모습도 무궁무진하지 않나.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역할이 있나.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정말 민망하긴 하다. 저에게 들어오는 작품이 있으면 그저 감사하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걸 꼽자면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 치밀하게 짜여진 좋은 장르에서 좋은 분들 만나 액션에 도전해 보고 싶다. 예전에 '아이리스2'에서 잠깐 했었지만, 그땐 제가 너무 어렸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했던 게 있었다. 이제 그런 장르물이 들어온다면 정말 치밀하게 준비해서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Q. '부러질지언정 굽힐 수는 없다'는 드라마의 카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윤두준이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지점도 궁금하다.

드라마 철학에 반한다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굽혀질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안 그러면 부러져버릴 수 있지 않나. 그게 너무 힘드니까. 부러지는 건 안되고, 어느 정도는 굽혀져야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지 않나 싶다.

지금처럼 무대와 연기, 둘 다 할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싶다. 이번에 그룹 활동과 드라마 촬영이 겹쳤는데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다들 배려해 주신 덕에 잘 해냈지만, 노력을 100% 쏟지는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엔 체력적으로 휘어진 것 같다. (웃음) 더 노력을 해서 모든 것들을 100%로 온전히 다 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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