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눈컴퍼니 제공

박소진이 배우로서 존재감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별동별' 속 캐릭터에 착 붙은 연기를 선보인 박소진은 그를 걸스데이 소진으로 알던 이들에게 '배우 박소진'을 각인시켰다.

'별똥별'은 '별(STAR)들의 똥을 치우는 별별 사람들'이란 뜻으로, 하늘의 별과 같은 스타들의 뒤에서 그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리얼한 현장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극 중 박소진은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연예부 기자 '조기쁨'으로 분했다.

Q. 조기쁨 기자로 큰 사랑을 받았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 '별똥별'에 애정이 깊을 것 같기도 한데, 종영 소감이 어떤가.

좋은 현장에서 좋은 배우분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고요. 보시는 분들이 되게 기쁨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기쁨이가 시니컬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고 '쟤도 참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봐주신 것 같아요. 기자들이 저런 경우들을 겪으면서 기사를 쓰기도 하는구나 하면서 국장을 같이 미워해주시는 점이 정말 감사했죠.

Q. 기쁨이는 시니컬하지만 할 일은 다 하는 프로페셔널한 기자다. 캐릭터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시니컬하다는 건 작가님께서 가져가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있었어요. 제 주변에도 시니컬한 친구들을 봤을 때 대부분 마음은 여린데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방어적으로 그렇게 사는 면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과 기자분들이 어떤 심리적인지, 어떤 사고적 메커니즘이 있는지 실제 기자님께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했어요. 어떤 스타나 사건을 다룰 때 애정이 있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 직업적인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했던 것 같아요.

Q. '별똥별'과 기쁨이를 만나면서 어찌 보면 스타에겐 가깝고도 먼 존재였던 기자의 삶을 체험하게 됐다.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이나,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이해가 간 부분도 있나.

저도 인터넷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상처를 받은 적도 있고, 그것으로 인해 저를 많이 잃어버릴 때도, 우울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걸 기사로 쓰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거든요. 그냥 이런 일이 이슈가 될만해서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윤우 사건 신을 찍으면서 기자들도 이런 마음이 드는 사람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청자를 떠나서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 신이었던 것 같아요.

Q. 스타 뒤에 있는 사람들인 스태프, 회사 사람들이 느꼈을 고충도 작품에 잘 그려졌다. 새롭게 깨달은 바가 있는지.

일하면서 예상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홍보팀 일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주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고마운 마음이 큰 게 사실이에요. 무슨 드라마 출연한다는 기사 하나도 회사에서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공을 들여서 보도자료를 내주신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감사하고 고생이 많으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드라마를 하고 나서 홍보팀 분들께 애정을 많이 보내드리고 있어요. 잘 본 기사들은 전달해서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요.(웃음)

Q. 외적으로도 현실적인 직장인 느낌이 많이 묻어난 캐릭터였다. 기자의 외면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나.

약간 십분 컷 느낌으로 생각했어요.(웃음) 꾸미는 걸 좋아하는 기자분들도 많이 봤고 안 그런 분들도 계시고 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던 부분이에요. 직업적으로도 발로 뛰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높은 신발은 안 신게 되고 머리도 오분 컷으로, 샵에 가서도 오분 컷으로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 내추럴함에 포인트를 주려고 했죠.

처음에 감독님한테 '잔머리 있는 거 신경 쓰시는 편이세요?'하고 여쭤봤어요. 저는 예쁜 걸 안 하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감독님과 작가님이 열려 있으셔서 괜찮았어요. 저도 생각보다 그런 외적인 걸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사람이 어떻게 늘 깨끗하고 말끔할 수가 있겠어요.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상황에 맞게 하는 게 가장 좋지 않겠나 생각했어요.

사진: tvN 제공

Q. 극 중 기쁨이가 맹장이 터졌는데도 단독을 내려고 하는 신이 인상 깊었다.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박소진 배우라면 어떨 것 같나.

저는 그 신을 보면서 기쁨이를 직업의식이 투철하게 보이려는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른 인터뷰에서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 기자님들이 계시더라고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 그 신 찍을 때도 '기쁨이 독하다'하는 생각을 했거든요.(웃음) 그걸 선택해야 할 정도로 정말 치열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해 보면, 저라도 제가 연기를 하고 있는데 다친 상황이라면 제 일을 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해내야 하는 것에 대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특히나 때가 중요한 일이니까 분명히 기쁨이처럼 했을 거예요.

Q. 그렇다면 기쁨이에는 박소진 배우의 어느 면이 투영돼 있을까. 기쁨이를 통해 만족했던 부분도 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기쁨이처럼 아주 직설적이지는 못한 사람이에요. 문제 상황이 있더라도 웃으면서 말하거나 아니면 '나만 불편한 거면 그냥 넘어가자'하는 편이거든요. 마음속으로는 다 기쁨이처럼 생각하지만요. 그런 걸 망설이지 않고 뱉어 낼 수 있는 게 바로 기쁨이의 매력 같아요. 제 마음 한구석, 작은 면을 표현할 수 있어서 시원하기도 했죠.

Q. '도수혁' 변호사 역의 이정신과는 어른의 사랑을 보여줬다. 케미는 어땠나. 또, 수혁이가 절친 한별이의 썸남이었는데, 친구의 썸남과 연애. 박소진이라면 가능한가.

처음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는 둘이 러브라인인 줄 몰랐어요. 초반에 촬영을 하다가 알게 됐는데 저희 커플만 어른의 연애라는 느낌이 있다는 평이 있더라고요. 제가 직장인으로서의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어렵기도 했어요. 사귀는 도중이면 막 사랑 사랑 하는 것들을 그려낼 수 있는데, 기쁨이와 수혁이는 그런 게 아니라 약간 눈치 보고, 내 마음을 확 티내지는 않지만 마음이 있다는 걸 티내야하고, 그런 선들이 어렵기도 하면서 재밌었어요.

제가 친구의 썸남과 연애를 한다 하면, 진짜 결혼할 거 아니라면 굳이?(웃음) 그런데 기쁨이로서 생각해 보면 짧은 연애를 하는 스타일이고 오는 남자 가는 남자 안 막는 그런 연애를 하는 친구잖아요. 한별이한테 처음으로 얘기한다는 건 진짜 내 마음을 흔들만한, 내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 정도로 놓치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있는 남자였던 거죠.

Q. 스타와 소속사 식구와의 연애, 스타의 입장에서 보면 가능할까?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이라는 게 어딘가 쉽게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직업인 것 같거든요. 솔직한 모습을 마구마구 펼쳐내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 합만 잘 맞다면 회사 식구들이나 매니저에게는 충분히 나를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테고 그게 사랑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눈 맞을 때 그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Q. 걸스데이 멤버들이 모두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뭉치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현장에서의 고민, 그런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는 것 같아요. '나는 이럴 때 있었는데 이렇게 하면 괜찮은 것 같더라' 하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걸스데이 멤버들뿐만 아니라 어떤 동료도 서로 만났을 때 연기적인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월권하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이 사람이 만드는 창의가 있는데 내 의견을 푸시하는 것 같을 수 있잖아요. 잘 했을 때 잘 했다고 해주는 것, 아쉬워할 때 괜찮다고 해주는 것, 그렇게 용기를 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Q. 걸스데이에서 연기자로, 데뷔 후 쉼 없이 달리고 있다. 특히 배우로서는 차근차근 필모를 쌓고 있는데, 무엇이 박소진을 뛰게 만드나.

첫 번째 원동력은 생계죠. 제가 얼마 전에 여러 작품이 겹쳐서 1년 반에서 2년을 내리 달렸거든요. 그러다 최근에 '나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에게 연기라는 것에 대한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엄청난 열정이고 새로운 인생이라는 느낌도 있어요. 이 안에서 저라는 사람이 변하고 있어요. '너무 좋아서'라는 말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어요.

Q. 앞으로는 배우 박소진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저는 작품을 볼 때 사람들이 굳이 저를 인지하지 못해도 좋은 것 같아요. 그냥 그 이야기에 나오는 누군가로만 보인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고요. 그리고 안 해본 역할이 너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요즘 끌리는 캐릭터는 나쁜 사람이에요. 범죄자나 양아치,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상상할 것들이 많을 것 같거든요. 현실적인 역할을 잘 해내는 것도 재밌었는데, 진짜 상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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