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거친 질감의 스크린 속에 박은빈이 자리했다. 그 순간 그 공간에 온화함이 돈다. 박은빈은 그런 존재감으로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의 한 부분을 채웠다.

극 중 박은빈은 우연히 '소녀'를 만나고 그녀에게 손길을 내미는 '경희' 역을 맡았다. 거친 액션과 피가 즐비하는 작품 속에서 박은빈은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분했다.

영화 개봉 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은빈을 만났다. 박은빈은 그 정직한 듯 단단한, 그리고 온화한 존재감으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Q. '마녀2'가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제가 출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나올까 정말 궁금하기도 했어요. 사실 촬영을 할 때도 '무엇을 촬영하고 있는 걸까' 궁금했던 순간도 많았고, 어떻게 나올까 기대했는데 관객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Q. 개봉한 후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여러 상상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마녀2'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친구들이 개봉하자마자 봐줘서 감상평을 해주더라고요. 이를테면 액션 장르나 잔인한 장면에 무서움을 가지고 있는 친구는 제가 나오니까 마음의 안정감을 갖고 볼 수 있었다고, 잠시 잠깐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하면 그렇지만, 반전이 없는 것이 반전일 수 있잖아요. 저에게는 그게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사진: NEW 제공

Q. 드라마에서는 주연급으로 활약하지만 '마녀2'에서는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 조력자로서 활약하는 인물이었는데, 작품의 어떤 면에 매료됐나.

'마녀2'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니까 다들 센 느낌의 캐릭터나 악역이 아닐까 생각하셔서 그런 기대감을 받기도 했어요. 저도 '마녀1'을 정말 재밌게 본 입장에서 저도 어떤 능력치를 가진 새로운 인물일까 기대를 했는데, 너무나 현실적인, 능력이 하나도 없는 캐릭터더라고요. 경희가 하는 욕설도 누군가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잖아요.(웃음)

그래서 감독님께 왜 경희 역에 저를 생각하셨는지 여쭤보니, '악의 본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 필요했고, 그 안정적인 연기가 필요했다'고 하셨어요. 이 영화가 현실에 발을 붙이려면 현실감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감독님의 그 섬세한 유인에 '마녀 유니버스에 합류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기꺼이 참여하게 됐어요.

Q. 전편이 관객의 큰 사랑을 받은 만큼 후속편에 출연하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전편을 '마녀2' 제안받고 뒤늦게 봤어요. 저 사는 데 바빴거든요.(웃음)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속편이 제작되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또 전편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충족할 수 있는 무언가를 기대하시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제가 역할적으로 부담을 가질만한 캐릭터는 아니라서 전작의 영광에 조금이나마 한 스푼 얹어서 누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었죠.(웃음)

Q. 액션이 많은 작품인데, 경희 역은 액션을 직접 하지는 못했지 않나. 경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액션 신들은 많았는데 촬영은 어땠나.

사실 저는 누워만 있느라 다른 분들 액션 하는 걸 못 봤어요. 심지어 누워있는 동안 서울에 가 있기도 했고요.(웃음) 저는 액션을 하진 않으니까 크게 어려움은 없었고, 폭발물이 터지거나 격발하는 신에서는 미리 안전에 대한 유의 사항을 많이 듣고 진행했는데, 누워 있는 저도 놀라서 움찔움찔하게 되더라고요. 다들 기대를 뛰어 넘는 액션을 보여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Q. 극 중 '경희'는 '소녀'에게 처음으로 인간의 온기를 알려준 인물이다. 소녀 역의 신시아와의 촬영은 어땠나.

제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끝내고 '연모'를 준비하는 사이에 시간이 딱 들어맞아서 '마녀2'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제주도 로케이션 촬영이라 처음에는 좋았는데, 서울에서도 다른 촬영이 생기니까 왕복을 많이 했거든요. 시아도, 은수도 예쁘고 착한 동생들을 만났는데 제가 많이 못 챙겨준 것 같아서 미안해요. 특히 제가 시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인데, 저에 대해 예쁘게 말해줘서 인터뷰 기사 보며 흐뭇했답니다.

처음에 시아를 만났을 때 하얗고 말간 느낌을 풍기는 친구가 와서 '감독님이 상상한 소녀의 모습이 그렇구나'싶었어요. 시아가 되게 열의가 넘쳤기 때문에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으로 도와주고 싶었어요. 시아도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 물어봐 주는 게 되게 예쁘더라고요.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부분이 고민이었는지 조금 엿들었던 사람으로서, 영화를 보면서 '시아가 해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기특했어요. 저는 동생들이 저를 선배라고 느끼고 언니, 누나로 바라봐줘도 좋지만, 그냥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 고마웠어요.

Q. '마녀3'에서도 '경희'를 만날 수 있을까. 박훈정 감독에게 3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있나.

감독님께서 2편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놓으셨잖아요. 그 내용들을 ('마녀3'에서 ) 속 시원하게 풀어내는 것도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 아직은 속편을 장담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다음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는 저도 관객으로서 기다리고 지켜보고 있으려고요.

감독님의 시간 속에서는 '마녀 유니버스'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보여줄 게 많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 부분도 있어요. 마녀 유니버스의 창조자로서 여러 구상이 있으실 테고, 시나리오를 써주신다면 그걸 보고 속편 출연을 결정할 것 같아요.(웃음)

Q. 지난해 '연모'로 연말 시상식에서 최우수상도 받고, 이후 올해엔 드라마와 영화까지 연달아 선보이게 됐다.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신지 정말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연모'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해도 저에게는 그냥 어제까지의 마침표였거든요. '마녀2' 현장에서도 제가 상 받았다고 축하는 해주셨지만, 저는 그냥 제가 했던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마침표를 찍어주신다는 느낌이었어요. 상 받은 다음날 저는 또 다른 현장에서 다른 캐릭터로 살아야 하는 인생 과제가 있기 때문에 크게 들뜨지 않았어요. 그냥 하루하루 살아내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거죠.(웃음)

Q. 아역 시절부터 시작해 줄곧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배우의 삶에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나.

저는 타고나길 통통 튀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제어가 안되는 상태를 싫어하기도 하고요. 삶에 대한 목적지를 잃지 않고 정도를 걸어가는 게 제 천성과 잘 맞다고 생각해요. 큰 일탈을 꿈꾸지 않고, 익숙한 삶에 대한 아쉬움이나 색다름에 대한 갈망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살고 있는 거죠.

연기를 하며 살아보니 사람이 쓸 수 있는 한정된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연기를 하면 에너지를 쏟다 보니까 오프가 되는 순간 저는 딱 방전이 되어버리는 편이에요. 그냥 전원이 꺼지는 것처럼요. 그렇게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어요.

Q. 이젠 어느덧 30대 배우가 됐다. 연기적으로 더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

내년부터 나이를 깎아주신다고 해서 좋아요. 스물아홉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같은 나이대를 맡아 연기하면서 이십 대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되돌아본 것 같아요. 당장 삼십 대가 되고 보니 관념적으로 제 나이에 보여드릴 수 있는 예쁜 역할이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로코 장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장르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가끔은 연기하는 직장인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도전을 하면서 사는 게 제 단조로운 일상을 타파해 줄 수 있는 생경한 경험이기도 하고 그걸 원동력 삼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여러 두려움에 맞서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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