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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수 "스스로 채찍질하며 임한 '마녀2'…성취감 컸죠"[인터뷰]
청순한 이미지에 말간 미소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어온 서은수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에서 '조현' 역으로 출연한 그는 거친 욕설과 총질까지 직접 소화하며 자신도 몰랐던 야성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 '마녀2'에서 가장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서은수와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데뷔 후 가장 강렬한 변신을 보여줬다. '마녀2'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어땠나.
'마녀2'가 나온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는데 때마침 감독님께 연락이 왔어요.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만났는데, 저는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 갔거든요. 그냥 저랑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겠거니 하고 청순하게 하고 갔는데 감독님이 '잘 생겼네'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대본을 받았는데 그거를 몇 시간 만에 다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정말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제주도에서 장기 숙박하고 싶습니다' 하고 연락을 드렸어요. 그러고 나서도 어떤 역할인지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감독님께서 '영어를 할 줄 아니?' 하셔서 '잘 못합니다' 했는데, '네가 조현을 해라'하셔서 그렇게 조현이 됐어요.
Q. '마녀1'이 큰 흥행을 거둬 후속편에 출연하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그 부담감을 차치하고 '마녀2'에 임한 이유는 뭔가.
전편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감독님이 써주신 조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읽었을 때 '이걸 누가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걸 서은수가 했을 때 어떻게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부담감이 컸거든요. 기존 이미지와 다른 얼굴을 보고 저를 캐스팅하셨는데 감독님의 선택이 맞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어요.
여성이 진취적으로 극을 이끄는데, 거기에 액션을 겸비한 영화가 한국에 잘 없었지 않나 싶어요. 그런 점이 가장 끌렸어요. 한국에서 잘 보지 못한 액션 스케일이었기 때문에요. 2편은 이전보다 더 확장돼서 재밌었어요.
Q. 기존에는 청순한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렇게 180도 다른 이미지로 변신한 이유가 있나. 액션까지 소화해야 해서 걱정도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정말 걱정이 컸어요. 극 중에서도 제가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액션도 많아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배우로서 너무 좋은 기회였거든요. 180도 다른 연기를 하고 캐릭터를 맡는다는 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고 정말 감사했죠. 직접 연기하면서도 기대가 컸고, '팔다리 하나 부러져도 하자'는 마음으로,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으며 했어요.(웃음)
Q. 조현은 속편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이다. 조현 캐릭터의 서사가 부족했기에 후속편이 더 기다려지는데, '조현'을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나.
감독님께 '조현'이 '장'과의 스토리가 더 많이 있다까지만 들었어요. 크고 디테일한 서사는 감독님 머릿속에 있고요. 제가 대충 생각한 건, 10년 전에 조현에게 정말 큰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때 장 때문에 제가 죽을 뻔했고, 그때 저를 살려준 게 백 총괄이어서 제가 다시 유니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거예요.
Q. 거친 액션 신이 많았다.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었나.
여성 액션 영화를 많이 봤어요. '올드가드'라는 작품도 봤고, '한나', '루시'도 봤고요. 감독님이 가장 추천해주신 건 '지.아이.제인'이었어요. 여성 캐릭터가 네이비씰에 들어가서 힘들어하지만 살아남고 성장하는 이야기거든요. 그 캐릭터가 조현이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한국 작품 중에서 여성이 혼자 끌고 가는 액션은 최근에 '마이네임'이 있었잖아요. 너무 멋있게 잘 소화해 주신 것 같아요. 저도 보면서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 캐릭터도 정말 매력적이고 멋지더라고요.
Q. 군인 출신이라는 설정에 맞게 몸도 관리를 했을 것 같다. 그 과정은 어땠는지, 또 액션 만족도는 어떤가?
액션 스쿨도 다녔는데 합을 맞추는 것보다도 근력운동 위주로 했어요. 몇 시간 땀 뚝뚝 떨어지게 운동하며 근력 키우는 것에 집중했어요. 평소에 하지 않았던 팔 근육 키우는 그런 운동을 많이 했어요. 여자들은 근육이 잘 붙지 않잖아요. 근육이 붙으면 몸무게가 쪄야 하는데 또 얼굴살이 찌면 안 됐어요. 닭가슴살을 많이 먹었는데,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는 것도 맛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숙박할 때는 세면대에 뜨거운 물 붓고 닭가슴살을 중탕해서 먹었어요. 그런 식단이 고역이었죠.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제 단점이 많이 보였어요. 그래도 제가 대중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한 얼굴이 (작품에) 많이 담겨서 그게 좋았어요. 평소에 제가 숨기고 싶고, 어떻게 보면 부끄러워했던 얼굴도 있는데 그게 나오거든요. 제가 조현같이 느껴지기도 했고, 기존과 다른 느낌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도전에 대한 갈망이 있던 시기에 '마녀2'를 만난 것 같다. 촬영 후 성장한 지점이 있을까.
제가 원래 도전하는 것도 좋아하고 몸 쓰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도 하고 있고요. 이런 걸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정말 감사해요. 저한테 다른 얼굴을 가지게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감독님께 항상 감사할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작품에서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제 스스로 칭찬보다는 엄청 채찍질을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너 이거 무조건 해내야 해'라는 마음이 커서 어려운 신을 해낼 때마다 되게 성취감이 컸어요. 시사회에서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나 어느정도 성장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Q. '마녀2'로 배우 서은수에게 새 길이 열린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서은수에게 '마녀2'는 어떤 작품인지.
이번에 액션을 해보면서 액션에 더 욕심이 났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더라고요. 처음이라 서툰 점도 있었는데 액션에 맛을 들인 것 같아요. 다음에 액션 기회가 오면 몸이 부서져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제가 인생에서 가장 집중하고 몰두하고 있었던 경험이에요. 관객분들에게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그게 너무 감사해요. '서은수에게 저런 얼굴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고, 아예 서은수인지 몰라주셔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관객 분들의 기억에 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