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령 인터뷰 / 사진: 아이오케이엠 제공

이가령이 무려 세 시즌에 걸친 주연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마쳤다. 오랜 휴식기 이후 찾아온 기회를 꽉 잡은 이가령은 대표작과 흥행작을 동시에 쓰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특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3에서는 유독 빠른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소화해야 했다. 배우로서 부담스러울 법 했지만,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이가령에겐 모든 게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아직 못 해본 게 많다"며 두 눈을 반짝인 이가령과 작품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세 시즌에 걸친 작품을 마쳤다. 시원섭섭할 것 같다.

후련한 것보다는 좀 아쉬워요. 시즌3이 끝나서 진짜 다 끝난 느낌이에요. 시즌 1, 2할 때는 3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시즌3가 확실하게 끝맺은 느낌이 아니라 4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상은 종료가 된 상태에요. 마지막 시즌 중반부부터 배우들과 다음 시즌이 있을지 얘기를 했어요. 드라마를 너무 오래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익숙해져서 현장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요.

Q. 빙의가 되는 캐릭터인데, 1인 2역 같은 캐릭터 소화하는 어려움은 없었나.

작가님이 대본을 미리 주시는 편이 아닌데요. 3분의 1쯤 전개가 됐을 때 작가님께서 어떤 신이라고는 말씀 안 하시고 '송원 말투나 행동을 유심이 보고 있어'라고 하셨어요. 시즌 1, 2 때 송원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것보다 혜령이가 워낙 세고 왈가닥인 면이 있잖아요. 실제로도 이민영 언니가 워낙 여성여성하셔서 언니랑 있을 때는 말투를 많이 따라 해보려고 했어요.

이런 역할이 어렵기도 하지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인 것 같아요. 그런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어렵기는 한데 시즌 1, 2, 3 하면서 같은 역할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바뀐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1, 2에서는 혜령이가 항상 화가 나 있고 그런 캐릭터였는데 시즌3에서는 빙의 돼서 재밌었어요.

Q. 송원 역의 이민영 배우의 반응은 어땠나.

이전 시즌에는 송원 역이랑 붙는 신이 별로 없었는데, 시즌을 할수록 송원 선배님과 부딪히면서 유대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시즌2에서 따귀 맞는 신이 있을 때도 호흡이 잘 맞아서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었거든요. 현장에서도 (언니처럼 연기해야 할 때) 제가 좀 이상해지면, 언니가 (연기) 하고 제가 그걸 따라 하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이 너무 감사했죠.

사진: TV CHOSUN 제공

Q. 시즌3에서 주연 배우들이 교체되기도 했다. 연기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배우가 바뀌어서 혼란을 준 부분은 거의 없었고요.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기존 배우분들이 새로운 배우분들을 맞이하는 기분이었어요. 누군가 했던 역할을 새로운 배우가 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와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있었고요. 모두 잘 적응을 해주신 덕에 현장에서도 호흡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특히 강신효 배우와의 연기는 재밌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스토리나 일상적인 연기 이야기를 하면서 더 친해졌거든요. 덕분에 현장에서도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Q. 부혜령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오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헛다리를 짚기도 하고 남자들에게 퇴짜를 맞곤 한다. 다른 캐릭터들이 제 짝을 찾는 걸 보며 배 아프지는 않았나.

시즌 3에서 시은, 피영은 사랑을 하는데 저는 혼자 사랑을 못해서 정말 아쉬워요. 현장에 가면 두 배우는 꽁냥꽁냥 멜로 신을 하는데 저만 혼자 헛물켜고 그러는 신이 많았거든요. 극 중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캐릭터라 아쉽기는 했는데 좀 엉뚱한 면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은 재밌었어요.

사실 극 중인데도 두 사람만 연애하고 행복하니까 배가 좀 아프더라고요.(웃음) 배우 이가령의 느낌이 아니라 부혜령의 느낌으로 진짜 언니들이 미운 거예요. '내가 꼬셔야 하는데' 하면서요.(웃음) 둘이 커플이 돼서 앉아 있는데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약간 질투도 나고 했어요.

Q. 송원이 빙의된 후에는 모성애까지 연기해야 했다. 엄마 연기는 처음인데 현장은 어땠나.

모성애 연기도 보여드리게 됐는데요. 현장에 가면 아기가 너무 예뻤어요. 자연스럽게 사랑스러운 눈빛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거든요. 촬영하는 날마다 보니까 그날그날 올 때마다 아이가 금세 커있는 거예요. 엄마가 된 느낌이었어요.

아기랑 함께하는 연기가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저희도 그날 찍을 분량이 10이었다면 아기 컨디션에 따라 두 신 정도 찍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맞춰갔어요. 물론 힘든 부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다들 '애기 보는 맛에 온다'고 할 정도로 다들 아기를 너무 좋아했어요.

Q. 이번 시즌에서는 부혜령의 시그니처 연탄 메이크업을 버리고 내추럴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변화한 이유는 뭔가?

연탄 메이크업할 때는 정말 답답했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시즌3에서는 연탄 하지 말고 내추럴로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더니 혜령이가 없어진 느낌이 살짝 들더라고요. 그 조차도 혜령이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여서 메이크업 부분이든, 빙의가 된 부분이든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매 신 연기할 때마다 정말 감사했어요.

Q. 시즌3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채 종영한 것 같다. 시즌 마친 만족도는 어떤가.

우선 피비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면서도 매번 놀라는 부분이에요. '과연 이게 될까? 가능해?'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보시는 분들이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욕하면서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 매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결말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은데 시즌3에서 제가 아기 동자에게 신병에 들린 느낌으로 끝이 났잖아요. 제 바람은 열린 결말이면 좋을 것 같지만, 시즌4에 가게 되면 그동안 혜령이가 해보지 못한 신병 연기라던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해요. 시즌4에 대해 작가님이나 제작진에게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내용은 없지만요.

Q. 피비 작가의 대본이 상당히 자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작가님이 대본을 통해 배우들에게 주문한 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 인물이 되길 원하셨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세세하게 지시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디테일 했지만 이제는 서로 잘 아니까 암묵적인 부분들이 있어서 딱히 지문을 많이 써주신 것 같지는 않았어요.

시즌 1, 2 때는 제가 연기하면서도 여유가 없다 보니까 몰랐는데, 시즌3가 되면서 표현적으로 조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자꾸 제 생각을 연기에 넣게 됐어요. 작가님께서 그걸 보시고 말씀해 주시는 부분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왜 그러시지'하는 생각을 할 때도 아주 살짝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제 생각을 넣는 순간 작가님이 생각하는 글과 너무 다른 내용으로 흘러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지문대로 해라. 대본에 충실하라'고 하시는 마음을 이해했어요.

Q. 7년이라는 휴식기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도 궁금하다.

원래 배우 하기 전에 광고도 찍고 지면 촬영도 하고 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7년이 지났더라. 처음 시작하면서 인터뷰할 때 '그 세월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돌이켜보니 그냥 버틴 것 같아요. 우연히 배우를 하게 됐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큰 기회가 왔었어요. 그때를 잘 못하면서 기회가 쭉 없었던 거죠. 출발점에서 서보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는데 버텼던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가장 큰 원동력은 '압구정 백야' 때 작가님이 저를 오디션에 불러주셔서 픽해주셨는데, 제가 언젠가 된다는 걸 증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틴 게 커요. 그러다가 제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이제 접어야 하나 생각을 했는데 그때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야겠구나'라는 마음을 다시 다지게 됐어요. 일단은 제가 욕심이 엄청 많은 편이에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웃음) 몰라서 버틴 것 같아요.

Q. 최근에 프로필상 나이를 고쳤더라. 비하인드가 있나.

제가 연기를 못하게 되는 시기가 있었고, 그래서 얼마 전까지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을 했어요. 프로필 상 정보가 올라가 있는 것에 대해 수정할 기회가 없었고, 이거에 대해서 인터뷰할 기회도 없었거든요. '결사곡'하는 동안에는 작품에만 매진하고 있어서 다른 걸 돌아볼 겨를이 없었는데, 회사를 찾으면서 (정보를) 고치게 됐어요.

모델들은 활동하면서 역할에 따라 나이를 좀 늘렸다 줄였다 하기도 하거든요. 인터넷상에서 정보 공유를 같이 하다 보니까, 팬분들이 생기면서 퍼 나른 정보가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제 나이가 88년 생으로 공식화가 되어 있더라고요. 제 원래 나이는 80년 원숭이띠고요. 인터넷상에 나온 나이와는 달라요.

사진: TV CHOSUN 제공

Q. 오랜 휴식기 끝에 찾아온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결사곡' 시리즈에 출연한 전후를 생각해 보면 배우 이가령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단 제가 7년 동안 작품 활동을 못하다가 한 거라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길이 열린 것만으로도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 같아요. 이제 정말 배우라는 직업에 다시 들어설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출발점이 됐어요.

저에게 '결사곡'은 꼬리표가 된 작품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세 작품을 한 거라서 이렇게 연달아 기회가 오는 게 쉽지 않은데 너무 기뻤거든요. 2년에 걸쳐 촬영을 했고 여러 가지로 배우 생활이 끝날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고, 혜령이라는 캐릭터도 모두의 기억에 남으면 좋겠어요. 이가령이라는 배우의 이름보다 혜령이를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저에게 혜령이가 계속 남아 있어도 싫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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