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어썸이엔티, 앤피오엔터테인먼트, SLL 제공

배우로서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유라가 이번엔 평범함을 입었다. 그간 화려한 캐릭터로 시청자를 찾았던 그가 여태껏 보여줬던 모습 중 가장 '일반적인' 인물로 변신했다. '기상청 사람들'에서 유라가 소화한 '채유진' 역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다. 극 초반엔 분노유발자로 활약하면서도 극이 전개될수록 시청자의 공감대도 자아낸다.

어려운 연기를 호평 속에 이끌어낸 유라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라는 '채유진'보다 훨씬 발랄한 모습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이끌었다.

Q. 종영소감.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던 만큼, 잘 마무리되고 끝난 다고 하니까 굉장히 아쉽기도 해요.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어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벌써 끝났다는 게 아쉬워요. 30대에는 시속 30km로 간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웃음)

Q. '기상청 사람들'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초반 전개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마라맛'이라고 많이들 하시는데요. 저도 그런 전개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내용도 좋고, 캐릭터도 너무 좋고 대본 자체가 정말 재밌었어요. 꼭꼭꼭꼭 하고 싶었어요. 감독니과 미팅했을 때 그 눈빛과 말투마저 너무 좋아서 이번 작품이 아니더라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극 초반에는 유진이가 밉상 캐릭터로 나오지 않나. 연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캐릭터라, 스스로도 설득력을 갖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사실 초반에 저는 분노 유발을 해야 했어요. 그래야 드라마가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저는 유진이 입장에서 유진이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몰입을 해야 하니까요. 비혼주의인 남자친구와는 결혼을 할 수 없고, 그 순간 나에게 찾아온 듬직한 오빠 같은,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을 했기에 그런 점을 이해하려고 했죠. 좀 죄책감은 느꼈지만요.(웃음) 그래도 유진이를 최대한 덜 미워 보이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Q. '유진이는 밉상인데 유라는 호감 배우다'라는 반응이 많더라.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반응이 있다면?

이제까지 했던 얄미운 역할 중에 욕을 제일 많이 먹었어요. 굉장히요.(웃음) 그런데 욕먹는 게 저한테는 좋은 거잖아요. 욕을 먹으면서 기분이 좋았던 건 처음이었어요. '엇. 힛. 성공!'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기억에 남는 건, 유진이가 임신한 후에 시청자분들께서도 기준이의 반응에 함께 분노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게 기분 좋았어요.

Q. 제작발표회에서 '유진이가 평범한 캐릭터라 어려웠다'고 말했는데, 유진이를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유진이가 평범한 삶이라서 어려웠다기보다는 특별하지 않은 성격이잖아요. 튀는 성격도 아니고 특별하게 어둡지도, 특별하게 밝지도 않고. 또 엄청 싸가지없지도, 착하지도 않은 중간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유독 어렵더라고요. 밉지만 밉지 않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유진이와 유라는 어느 정도 닮고, 또 다른가.

유진이와 싱크로율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유진이가 기준이에게만큼은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기준이가 그렇게까지 유진이를 사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도 '유진이는 무조건 사랑이 있어야한다'고 하셨고요.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는 유진이의 사랑둥이, 애교 많은 모습 부분에서는 저와 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웃음)

Q. 부부 호흡을 맞춘 윤박 배우와는 '라디오 로맨스' 이후 재회인데, 어땠나?

'라디오 로맨스'에서는 박이 오빠와 딱 두 신 정도 마주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일 친하게 지냈거든요. 볼링도 치면서요. 제가 했던 그라마에는 박이 오빠가 껴 있어서 그런지 편안함도 있고, 친구다 보니까 쉽게 연락해서 '이 대사, 오빠 생각은 어때?' 하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의논할 수 있었어요. 현장이 처음에는 다 낯설기 마련인데 박이 오빠가 있어서 덜 어색하더라고요.

유진이가 임신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기준이가 '계획에 없던 거잖아' 하잖아요. 그걸 대본으로 보는데, 연기하지 않았는데도 너무 열이 받더라고요. 그래서 촬영도 안 했는데 오빠한테 전화해서 미리 화낸 적도 있어요.(웃음)

Q.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또 캐릭터와 본체가 가장 비슷한 사람을 꼽자면?

워낙 세분 다 유쾌해요. 강이도 장난기가 많아서 장난치면서 연기하고, 민영 언니도 그렇거든요. 시우랑 기준이가 멱살 잡고 싸우는 신을 오래 찍었는데 그때 몰래 엽사 찍어서 단톡방에 올리고 놀기도 했고요.(웃음)

강이랑 시우는 성격, 말투, 그런 분위기가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아요. 박이 오빠가 가장 (캐릭터와) 다른데, 오빠가 연기하면서 기준이와 다른 가치관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했거든요. 또 민영 언니는 조언을 해줄 때도 짧고 굵게 해줘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Q. 유진이는 전 연인이었던 시우와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이기도 하다. 결혼 후에 전 연인과 친구처럼 지내는 상황이 이해가 가던가?

진짜 쉽지 않죠. 저는 그걸 보면서 '유진이가 정말 친구가 없구나' 싶었어요. 하경이나 기준이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하경이, 기준이는 조금 이해가 가는 게 10년을 만났으니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을 수 있잖아요. 시우랑 유진이는 1년 동거를 했지만, 좋게 끝난 것도 아니고 친구처럼 지내는 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그만큼 유진이에게 친구가 없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시우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Q. 혼전동거, 비혼주의 등 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그려졌는데, 실제 배우의 생각은 어떤가?

결혼은 닥쳐봐야 알 것 같은데, 요즘에는 혼인신고를 늦게 하는 분들이 제 주변에는 되게 많더라고요. 결혼 전 동거는, 확신이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주변에도 '연애랑 사는 건 정말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겪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살아보면 정말 사소한 것들이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정말 아메리칸 마인드라 혼전 동거는 괜찮아요.

Q. 결혼 생각도 있나?

정말 친구같이 편안하고 착한 그런 사람을 찾고 싶어요. 인생의 동반자, 소울메이트 같은 사람을 찾는다면 결혼하고 싶죠. 이랬는데 결혼 못 하면 어쩌죠?(웃음)

Q. 걸스데이 멤버들이 모두 배우로서 필모를 쌓고 있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은 게 있나.

다들 너무 대단하고, 다 너무 열심히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해요. 민아도 신인상 많이 타고, 소진 언니도 영화랑 드라마 나오고, 혜리도 '간동거'랑 '꽃달' 잘 마무리해서 뿌듯해요. 작품 초반에 작품 재밌다고 하고, 이후에는 다들 바빴거든요. 혜리가 독립을 해서 멤버들이랑 다 모이기로 했거든요. 그때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아요.

Q. 완전체 소식을 바라는 팬들도 많은데.

안 그래도 저희들끼리 얘기를 했는데 핑클 선배님을 '힐링캠프' 하시는 거 보고 우리도 해보고 싶다 했거든요.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하고 지내기도 했고, 사실 다들 진짜 웃기거든요. 그래서 예능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어요. 정말 웃길 것 같아요. 저희 수다 시작하면 진짜 해가 뜰 때까지 하거든요. 누군가 기회만 딱 만들어주면 저는 정말 하고 싶어요.

Q. 점점 주연급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도전하고 싶은 분야도 있는지 궁금하다.

제일 힘든 게 자기 칭찬 아닌가요?(웃음) 그래도 감독님들이 해주시는 말씀은 '에너지가 좋다'는 거였어요. 원래 저 자체가 텐션이 있다 보니까 그런 점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제 장점을 열심히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기적으로는 액션물도 해보고 싶고, 저와 완전 반대되는 성격도 해보고 싶어요. 소심한 캐릭터 같은 거요. 저는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또 요즘 골프를 도전하고 있는데 가장 힘든 게 자식과 골프라고 하는게 공감이 될 정도로 정말 어렵더라고요. 어려우니까 오기가 생기기는 해요. 올해는 골프를 열심히 해봐야죠.

Q. 얼마 전에는 나태주 시인과 시화집도 냈다.

기존에 그렸던 작품들을 사계절로 나눠서 나태주 선생님과 함께 작업했어요. 선생님께서 직접 오셔서 제 그림에 대한 감상평도 해주시고, '이 시는 이런 식으로 썼다' 처럼 그림을 보고 든 생각도 말씀해 주셔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즉석에서 저에게 시도 써주셨어요. 국민 시인 선생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영광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행복했죠.

Q. 배우로서 어떤 수식어를 얻고 싶나. 또 배우의 어떤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날것의 느낌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열심히 대본을 보고 있어요. 다음 작품이 어떤 캐릭터가 될지 확실하지 않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사랑스러운 캐릭터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로코도 잘 살려볼게요. 불러주십쇼!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