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 화상 인터뷰 / 사진: 애플tv+ 제공, '파친코' 예고편 캡처

늘 한국 시청자를 만날 날을 바라왔다던 진하가 드디어 소원을 성취했다.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서다.

작품은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했다.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담았다. 극 중 진하는 주인공 '선자'의 손자이자 성공을 좇는 '솔로몬 백' 역을 맡았다.

작품 공개에 앞서 진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진하는 자신과 같은 이민자의 삶을 다룬 작품에서 동경하던 윤여정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Q. '파친코'가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인들의 삶을 담아냈는데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작품에 임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많이 배웠죠. 미국에서는 한국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지만, 제가 그냥 부모님께 들으면서 또 공부하면서 배웠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재일교포 아저씨랑 사업했어서 그런 이야기를 더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Q. '파친코'는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한국인의 이야기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런 키워드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본인에게 '파친코'는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인가.

'파친코'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부모 세대, 그 뒤 세대가 겪은 일제강점기 이야기라 더 의미가 있고요. 제 할머니가 일제강점기를 겪으셨고, 아버지는 공부를 해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세요. 다른 가족들도 일본어를 잘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본어를 강제로 해야만 했던 가족도 있죠. 이런 이야기를 미국 TV쇼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고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늘 제 역사와 가족의 이야기를 연기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 몰랐어요.

Q. '솔로몬' 캐릭터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제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많은 부분에서 솔로몬과는 다르지만, 제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점에서는 캐릭터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요. 그런 비슷한 면이 솔로몬을 이해하는 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됐어요.

저도 연기를 업으로 삼기 전에 잠시 은행이나 금융업 쪽에 취업하려고 고민을 했던 때가 있어요. 대학 다닐 때 여름 인턴십을 은행이 지원하려고 했었는데 그때 제가 연기를 만나지 못했다면 솔로몬 같은 사람이 됐겠구나 싶어요.

또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는 선자가 이전에 했던 희생의 결과물이잖아요. 그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많은 기회를 누리는 세대이지만, 저도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부모님의 많은 희생이 있었어요. 이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무게감을 생각했어요. 이런 모든 면을 작품이 상당히 아름답게 그렸다고 생각해요.

Q. 윤여정 배우와 조손 관계로 출연, 호흡을 맞추는 신이 많았는데 어땠나.

마스터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좋은 기회였어요. 매번 촬영할 때마다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요. 자이니치(재일교포) 사투리를 써야 했는데, 제가 실제로는 미국 악센트가 섞인 한국어를 해요. 그런 점에서 테크니컬한 측면을 많이 신경 써야 했어요. 윤여정 선생님의 연기를 최대한 보려고 했고, 그 연기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라 저는 아주 운이 좋았죠.

제가 자랄 때는 할머니가 한 분밖에 안 계셨는데 가까이 있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할머니 역할인 선자와 손자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최근 열린 '파친코' 레드카펫 행사에서 여성 한복을 입고 등장했더라.

그렇게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입은 건 아니고, 제 깊은 곳에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마음이 있었던 거죠. 여성 한복을 입은 거에 대해서는 그냥 제 스타일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이벤트에서 남자들은 재미없게 수트를 입고 여자들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나이를 먹을수록 젠더에 따르지 않고, 용기가 났을 때 내 아이덴티티와 상관없이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서 입었어요.(웃음)

제가 뉴욕에서 살고 있는데 한 한복집에서 한복을 빌렸어요. 가슴에 무궁화도 있어요. 몰랐는데, 사람들이 사진을 올려준 것 보니 단추에는 무궁화 씨앗이 있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Q.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을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첫 번째 촬영한 날인데, 기차역 장면이었거든요. 촬영 사이에 대기하는 시간이 있어서 윤여정 선생님과 대화했는데 식은땀이 얼마나 났는지 몰라요. '내가 마스터와 같이 연기를 하는구나. 꿈같은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뭐라고 말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무엇보다 여정 선생님이 너무 웃기세요.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제 일이 되면서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스타와 함께 일한다는 흥분감보다는 작품 안에서 잘 그려져야 하는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Q. 한국 시청자를 만날 예정인데, 소감도 궁금하다.

이 정도 규모인 작품을 통해 한국 시청자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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