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준 인터뷰 / 사진: 티빙 제공


사춘기보다 더 악명 높다는 사십사춘기. 세상사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겼는데 아직도 철부지인 40대 중년 아저씨의 이야기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간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해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동네 아저씨로 변신했다. 그가 맡은 '금남필' 역은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백수의 삶을 사는 인물. 자아를 찾겠다며 그가 선택한 제2의 삶은 웹툰 작가다. 그의 짠내 나는 도전기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공감.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어려운 세상 속 금필의 용기는 보는 이에게도, 연기하는 박해준에게도 희망을 준다.

금필과 완벽 싱크로율로 호연을 펼치고 있는 박해준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자신 역시 금필과 닮은 면이 있다며 특유의 선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Q. '남필금'은 '부부의 세계' 속 모습과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다. 다른 의미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데 캐릭터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질질한 역할이든 강렬한 역할이든 그런 것에 저를 가두지 않고 결정하는 편이에요. 전체적으로 이 작품을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결정하는데, 이번 작품은 역할로서도 저에게는 '약간 도전이다. 재밌겠다' 이런 생각으로 했던 것 같아요.

Q. 주변의 반응도 궁금하다.

저를 아는 분들은 제 평소 모습이 좀 어리숙하고 그래서 역할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시는지 크게 놀라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이전에 저를 스크린이나 화면에서 보셨던 분들은 '어떻게 저렇게 망가질 수 있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하자 하는 생각이라 너무 리얼하게 한 것 같기도 해요.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배우로서 충실한 거니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Q. 40대에 백수가 된 캐릭터라 외적으로도 그에 어울리도록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참고한 작품이나 인물이 있는지, 혹은 특별히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일단 그 캐릭터가 상황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할지 고민하는 편이에요. 내가 해야 하고 전해야 할 말들이 뭔지,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그런 부분들을 정하는 데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외형적으로는 머리를 어떻게 할지 사실 고민이 좀 많았는데요. 중간에 이발소에 가는 장면이 있어서 머리를 잘라야 했는데, 촬영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게 아니다 보니 신경 쓸 게 많았죠. 또 헤어스타일은 황정민 선배님이랑 전도연 선배님 나오신 '너는 내 운명'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앞머리가 짤막하고 웨이브가 있고. 제가 원래 곱슬이라 외적으로는 그냥 메이크업 덜하고 거의 생얼에 가까운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어요. 또 먹는 거에 있어서도 편하게 해서 살도 조금 쪘던 것 같아요. 촬영할수록 살이 더 쪘더라고요.

Q. 금필과 싱크로율은 어떤 것 같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비슷한 점도 있나.

사실 제가 평소에 특별히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작품 준비할 때는 거의 뭐 금필처럼 있을 때도 많죠. 금필을 보면 우리가 할 수 없는 판타지를 가진 인물이에요. 하고 싶은 거 하고 꿈꾸는 것을 선택해서 이뤄나가려고 하고요. 놀고 싶으면 놀고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그런 게 지질하고 한심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 저도 사실 되게 철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저랑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 이해가 빨리 됐던 것 같아요.

저는 금필이 되게 부러웠어요.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낮은 곳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자유롭고, 꿈을 꾸고 있는 것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금방 넘어가는 마음을 가져서 그런 점이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본받는다 정도는 아니지만 금필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금필이 웹툰 작가의 꿈을 꾸듯이, 박해준도 과거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했던 특별한 노력이 있을까.

배우가 되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을 안 했다고 하면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잖아요.(웃음) 이제까지 운 좋게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고 그 역할이 너무너무 운 좋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제가 다른 분들보다 특별히 뭔가 경험을 하면서 준비했다 하는 건 아니고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이해하고 싶은 부분을 찾아내서 고민하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나름대로 편하게 일을 해왔는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늘 부끄럽기도 해요. 배우로서 멋지다 잘했다는 평을 받을 때 너무너무 부끄럽고 황송해요.

Q. 금필은 나름의 '갓생'을 살기 위해 도전하는 인물이다. 박해준에게 '갓생'은 뭔가.

저는 '갓생'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각자 개인마다 갓생하는 부분들이 다를 것 같은데, 저는 사실 배우를 하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거든요. 저에게 갓생은 그렇게 원대한 꿈은 아니고 그냥 가정의 평화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사는 거예요. 별다른 욕심이 없어서 그저 매일매일 순간순간 즐겁게 살 수 있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죠. 아무래도 제가 큰 꿈이 없는 것 같아요. 잘 먹고 죽을 때 잘 죽고 편안하게 죽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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