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연 PD 인터뷰 / 사진: 티빙 제공

정종연 PD가 '여고추리반'으로 또다시 추리 예능의 진수를 보여줬다. 여고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스토리, 문제를 해결해가는 학생이라는 콘셉츄얼한 소재를 바탕으로 추리 예능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 지니어스'부터 시작해 '소사이어티 게임', 그리고 'DTCU'(대탈출 유니버스)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대탈출' 시리즈까지, 정종연 PD의 예능은 팬들 사이에선 '믿고 보는'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나 지난해 '대탈출 시즌4'와 '여고추리반 시즌1·2'를 연달아 선보인 그는 그저 시청자들이 즐거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것에 만족해 했다.

Q. '여고추리반'을 시즌2까지 마쳤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 성과를 뇌에서 확실하게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피부로 와닿지 않을 때가 많지만 담당자 분이 잘 됐다고 하셔서 잘 된 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녹화 마치고 매 방송 마칠 때마다 별 사고 없이 다들 만족도 높게 한 것 같아서 아주 기분이 좋아요.

'여고추리반' 시즌1할 때와 2 때 달리진 점이 티빙이에요. 제가 특별히 잘 하지 않아도 (티빙 구독자가 늘어서) 뷰어가 늘어 있더라고요. 이제 우리가 몸 던져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티빙이 아니더라고요. 이젠 티빙이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서 그 도움도 받고 있고, 그 성장에 '여고추리반'이 조금 더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이번 시즌 만족도는 어떤가.

시즌1과 2는 기본적으로 조금 방향이 달랐어요. 스토리가 점점 강화된 부분은 확실히 있죠. 하려고 한 것들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제 만족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지가 중요하죠. 저는 제가 최근에 한 작품이 이전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보시는 분들도 2를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레퍼런스를 삼을만한 게 전무한 상태라 비교할 수 있는 게 '대탈출'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때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혹시 그렇다 하더라도, 더 재밌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Q. '여고추리반2'에는 순수 악에 가까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마지막에 반전도 있었다. 시즌3에서는 어떤 식으로 풀어갈 계획인가.

제가 봤을 때도 잘 만든 빌런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빌런이라고 생각해요. 빌런 캐릭터의 일관성이 보이도록 시즌 내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캐릭터의 특징 자체와 빌런의 레벨을 생각하면 우리 출연자들이 무너뜨리기엔 지금은 어렵다는 판단이에요. 초짜 추리 여고생들에게 당하기에는 너무 레벨이 높은 빌런이다 보니까 다음에 또 어떻게 나오지 하는 것보다 걸맞은 엔딩을 주고 싶어서 반전을 넣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시즌3에서 또 등장할지는 미정이라고 봐야죠.

Q. '여고추리반'을 보면서 비비의 촉이 놀랍더라. 방송에서 비비가 '기숙학교' 콘셉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있나.

비비가 하는 말이 이뤄지는 이유가 뭐냐면, 비비가 프로덕션적인 감각이 있어요. 기숙학교를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번 시즌도 합숙을 좀 해보려고 해봤는데 멤버들 스케줄을 한 번에 쫙 빼는 게 안됐어요. 시즌3에서는 될지 모르겠네요. 장도연 씨가 매번 '생각보다 안 바빠' 하시지만, 막상 맞춰보면 그렇지 않으시더라고요.(웃음) 이건 아이디어 차원을 떠나서 출연자들이 스케줄이 맞아야 하는 거라 1년 전에 미리 얘기하면 빼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상황이에요.

Q. 시즌2가 이전 시즌에 비해 적은 회차로 진행돼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다. 회차가 적어서인지 후반부로 갈 수록 멤버들이 NPC의 도움과 지시를 받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티빙에서 돈을 더 주면 회차를 늘려서 할 수 있겠죠. 저희는 한정된 시간과 회차, 예산 안에서 해야 하니까요. 추리하고 머리 싸매는 시간이 생각보다 아주 길어요. 추리를 하드코어로 즐기시는 분들은 괜찮으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걸 다 보여주면 대부분은 지루하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저희가 시즌1 리뷰했을 때 명확하게 드러난 부분인데, 자유도가 높고 시청자가 주도하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비효율적인 부분을 축소해서 방영할 수밖에 없었어요. 적절한 제작비 대비 효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쉬워하시는 부분은 저도 잘 알고 있고요. 지금이 '여고추리반'과 '대탈출'을 가르는 중요한 포지셔닝에 있는, 고민하는 시점이에요.

Q. '여고추리반' 멤버 최예나의 신보 타이틀곡 'SMILEY'를 거꾸로 읽으면 '예림스', 즉 '(공)예림'이 된다며 '여고추리반'과 연관성을 둔 큰 그림이라고 추측하는 팬들도 있더라.

저는 지금 처음 봤어요.(웃음) 스마일리를 거꾸로 하면 예림스가 된다는 것도요. 완전 우연의 일치에요. 이게 '여고추리반'을 보시는 재미 중 하나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이렇게 놀 수 있는 판이 된 것 같아서 아주 재밌네요.

Q. 중간중간 출연진들이 진심으로 과몰입하는 순간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시즌1을 해보고 나니 '내가 막 해도 되겠구나'하는 걸 이번에 검증한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믿어도 되는구나 그냥 막 하자'하는 마음으로 출연한 것 같아요. 그래서 멤버들도 더 몰입을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멤버들이 욕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것들이 이 스토리를 예능으로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냥 추리 소설 읽는 것보다 실제로 체험의 대리자들이 하는 것들 보는 게 더 재밌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과몰입한 출연자들이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에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Q. 가장 과몰입한 멤버가 있을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나이대 순으로 몰입하는 것 같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박지윤 씨는 아무래도 방송 경험이 많고 제작진하고 접촉점이 많아 왔잖아요. 그래서 제작진이 안 보이면 분리불안증이 올 수가 있어요. '대탈출' 초반에 호동이 형이 그러셨거든요. 제작진이 눈에 안 보이니까 이상하고 불안을 느끼시더라고요. 촬영에 대해 연출자와 의논을 나누지 않는 것이 굉장히 두려우셨을 수도 있어요.

예나나 비비처럼 버라이어티가 처음인 친구들은 '원래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어서 '내가 잘 하고 있나'하는 걱정을 다른 사람들보다 덜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방송물이 덜 든 멤버들이 필요했어요. 녹화 중에 방구 뀌었다고 하니 말 다 했죠.(웃음) 물론 저희가 방구 뀔 기회를 준 건 아니지만요.

Q. 여고 콘셉트인데 멤버들 최연장자와 최연소자 나이차가 스무 살이 날 정도로 폭넓은 세대로 구성했다. 어떤 이유인가?

예능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토리로만 뽑다 보면 무겁고 때로는 비현실적이고 무서운 주제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예능이니 농담을 주고받고 깔깔대는 위트가 베이스에 있어야 했어요. 그래야 시청자분들이 이 무리한 스토리를 무리 없이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세대를 아우르는 사람과 그들이 느끼는 세대 차이, 그 갭 때문에 생기는 웃음으로 분위기를 아우를 수 있는 게 박지윤, 장도연 씨에요. 두 사람이 있어서 얻어지는 장점이 크다고 봐요. 단점은 전혀 없고, 보완할 부분이 없어요. 이대로만 해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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