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인터뷰 /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말극으로 폭넓은 팬층을 얻은 그는 작품 후 휴식기를 가졌다. 이 시기, 김재영은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연기자의 삶에 대해 고민했고, 앞으로 달려갈 에너지를 채웠다. 그 덕에 차기작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더 깊어진 연기로 대중을 만날 수 있었다.

Q. '사풀인풀' 마치고 휴식기를 가졌다. 슬럼프가 있었던 건가.

주말드라마 50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하면서도 회사 다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안정감이 있어서 이렇게만 살아도 행복하겠구나 싶었는데, 그러면서 연기적인 부분에서 소홀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직업을 하는 게 맞나 하는 그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작품 끝날 때쯤엔 '나는 왜 이럴까' 그런 고민에 빠져서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연달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쉬고 싶었어요. 다른 걸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일도 없고 불안하고 자신감도 떨어졌죠. 그때 이 대본을 받았는데 우재의 이야기가 많지 않아도 그 깊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하고 싶었어요.

Q. '너를 닮은 사람'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했는데, 힘든 시기에 어떤 마음이었나.

'백일의 낭군님' 했을 때 좋았잖아요. 그래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했는데, '시크릿 부티끄'할 때도 역할이 매력적이라 저를 좋아해 주시게 된 분들이 많았어요. 주말극 때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진짜 제가 힘들었고, 슬럼프인 기간이었어요. 그때 고민했던 게 '연기를 왜 하고 있나' 였어요. 당연히 금전적인 부분도 있고 나이도 있어서 여태껏 해온 일이라. '내가 가능성이 있나. 행복한가'하는 시기였는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만난 게 '너를 닮은 사람'이었어요.

Q. 김재영 배우를 슬럼프에서 꺼내준 '너를 닮은 사람'이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 감독의 영향도 컸다고?

대본을 받고 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랑 미팅을 두 달을 했어요. 보통 한두 번 뵙고 하면 하겠다 아니면 아니다 하는데, 하자고 하는 오케이를 안 주시더라고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감독님이 '친구처럼, 형 동생으로 지내고 싶다'고 했었어요. 제가 힘든 시기고 제가 겪은 일을 다 말하니까 감독님도 이번 작품이 아니더라도 형동생으로 지내자고 하셨어요.

감독님 입봉작이라 정말 하고 싶었는데, 두 달 정도 후에 '이번에만 잘 보이면 우리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니 결국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전화받았을 때 오열하듯이 울었죠. 일로서는 울어본 적이 없는데 너무 기뻤나 봐요. 감독님도 '재영아 내가 만들어줄 테니까 따라와 줘라. 믿어주라'라고 해주셔서 저도 정말 많이 믿고 의지했어요.

Q. 작품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점이 많다. 김재영에게 '사랑'은 어떤 건가.

제가 이 고민에 한참 빠져 있을 때가 있었어요.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보살핌 받고 싶은 사람도 있잖아요. 사랑이 뭘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굴까라고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예쁜 사람 보면 혹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이 사람이 나랑 생각이 비슷한가 유머 코드가 잘 맞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 결핍적인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Q. 우재는 희주에게 사랑을 넘어 집착까지 한다. 김재영이 집착하는 대상이 있다면?

표면적으로는 '살'인 것 같아요. 다이어트요. 제가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빨리 찌거든요. 세 끼를 다 먹으면 안 돼요. 웬만하면 닭 가슴살 먹어야 하고, 주말드라마 할 때도 매일 촬영을 하다 보니까 귀찮아서 도시락 안 싸고 일반 식사를 하게 돼서 살이 점점 찌더라고요.

연기자로서는 되게 조바심이 많았어요. 연기에 대해 욕심이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관심이나 욕심 같은 부분은 내가 연기 잘 하면 다 따라오고 그렇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Q. 올 한 해는 어떤 한 해였나.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저한테 2021년은 '너를 닮은 사람'이었어요. 좋은 에너지들을 얻었고, 드라마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잘 됐고를 떠나서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작품이어서 올 한 해는 제가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다시 성장하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한 해였죠.

이젠 좀 생활감 있는 연기도 해보고 싶고, 망가져 보고도 싶고 밝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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