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들' 정은지 인터뷰 / 사진: IST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은지는 연기가 고팠다고 했다. '응답하라 1997'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이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언터처블', 영화 '0.0MHz'까지 소화하며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술꾼도시여자들'은 배우 정은지를 기다리던 시청자에게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언터처블' 이후 3년 반 만에 드라마 복귀작이었고, 정은지의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캐릭터여서다. 정은지 역시 연기에 갈증이 나 있던 찰나에 만난 '술꾼도시여자들'에 운명을 느꼈다. 연기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도전이었지만 정은지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고민보다 고'가 낫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작품을 마친 정은지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IST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정도로 잘 될 줄 알았나.

말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고 저희는 정말 많이 내려놓고 찍었어요. 워낙 털털한 모습으로 현장에 있다 보니까요. 일단은 사람을 얻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촬영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잘 되거나, 못 되거나 하는 것도 예측을 해본 적도 없어요. 저희끼리 찍으면서 노느라 정신이 없었죠.(웃음)

Q. '술꾼도시여자들'이 사랑받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인들이 술에 진심이잖아요.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출을 찾는 편이니까, 그런 공통점 때문에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또, '너는 지구 같아', '누구는 지연이 같아' 하면서 서로 태그해서 댓글을 다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됐나 보다 싶었죠.

Q.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작인데, 어떤 마음으로 '술꾼도시여자들'과 '지구'를 택했나.

드라마가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그동안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한동안 어떤 걸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스케줄 상 음악이나 라디오나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까 생각보다 조율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갈증이 나 있던 찰나에 대본이 들어왔는데 너무 색달랐어요. '내가 이 대사를 하면 어떻게 나올까'하는 게 되게 궁금해지더라고요. 나만의 도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웃으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은지야 너는 웃어야 예뻐'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데, 제가 평소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떻게 봐주실까 되게 궁금했죠.

Q.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작품이어서 선택하기까지 고민의 과정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얘기해 봤을 때 제 생각보다 더 아픔이 많은 캐릭터였거든요. 다듬어지기 전 대본을 봤을 때 뒷부분을 보지 못한 상황이라 지구가 어떤 식으로 시청자분들께 이해될지 확신이 없었어요. 대본을 읽을수록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일단 해볼까. 해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했어요. 다른 배우 분들이 워낙 잘하시고 하니까 나도 그냥 재밌게 해보자 생각하니 편하더라고요.

Q. 음주 신이 많았다. 몇몇 신에서는 진짜로 취한 듯한 텐션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촬영하면서 어땠나.

직접 술을 마시기도 했어요.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요. 특히 이미지컷 찍을 때는 흥이나 그런 걸 보여드려야 하는데, 무알코올로 하기에는 어려워서 실제로 한 잔 마시고 촬영했고요. 대사가 있는 신에서는 말이 꼬이면 안 되니까 논알코올로 촬영했어요.

한선화, 이선빈 둘 다 (술 마시면) 빨개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 둘을 따라잡으려고 볼터치를 많이 했어요. 얼굴 전체를 빨갛게 했을 정도로요. 평소에도 술을 마셔도 빨개지는 편이 아니고, 오히려 거 얼굴이 깔끔해지는 편이거든요.

Q. 지구는 술에 취하면 개집에서 자는 주사가 있다. 정은지는 어떤가.

주량요? 컨디션 좋을 때는 네 병 정도.(웃음) 이렇게 마셔도 괜찮네 싶을 때도 있고, 잠을 잘 못 자거나 힘들 때는 맥주 한 캔 마시면 기분 좋게 잠드는 그런 때도 있어요.

술 버릇은 먹부림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평소에 참아왔던 인내심이 터지는 건가 싶을 정도로요. 술자리 끝나고 보면 술 값보다 안주 값이 더 나오더라고요. 이건 현재 진행형이에요.

Q. 극 초반에 지구의 서사가 많지 않아서, 지구의 삶을 시청자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다.

초반엔 지구의 이야기가 엄청 디테일하게 나오지는 않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대본을 받으면서 '지구에게 이런 일이 있었구나'를 알게 됐어요. 그전에는 지구가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반말을 하고 무뚝뚝하고 그런지에 대해 이유가 필요했거든요. 저도 대본을 읽으면서 물음표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질문이 많아졌어요. 왜 지구가 유튜버가 됐을까부터 시작해서 저 혼자만의 과정을 찾아가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게 또 재밌더라고요.

Q. 이제껏 보여준 캐릭터 중에 가장 시크하고 어두운 인물이다. 참고한 캐릭터가 있나.

일단은 정은지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어두운 면에 있어서는 저랑 많이 닮아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술 마시는 애티튜드 같은 부분에서는 지구를 보면서 '나는 어떻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실제로도 주변에 지구 같은 인물이 없어서 감독님한테 질문을 많이 했죠. 지구가 술을 마실 때는 어떤 텐션이면 좋겠다 하는 그런 것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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