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들' 이선빈 인터뷰 / 사진: 이니셜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선빈이 인터뷰 도중 울컥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다는 말에 감사를 표하면서다. 만나는 작품과 캐릭터마다 같은 애정을 쏟았겠지만, '술꾼도시여자들'은 특히나 남다른 작품이었나 보다. 사람을 얻었고, 그래서 더 애정을 쏟았다. 믿음도 강했다. 그런 촬영장에서 이선빈은 역량을 제대로 뽐낼 수 있었다.

Q. 술을 잘 못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렇게 과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를 맡아서 적응이 잘 안되지는 않았나.

가족들은 엄청 웃더라고요. '니가 뭘 안다고' 하면서요.(웃음) 제가 고등학생 때도 뮤지컬을 하고, 고3 때는 가수 준비도 하고 이후에 프리랜서 모델하고 연기하다가 눈을 떠보니 지금이 됐더라고요. 열아홉, 스물한 살 그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주변 친구들이 다 술 마시는 걸 회사에 걸릴까 봐 무서워하는 친구들이었어요. 가족들도 다 술을 안 마시는 분들이라 술을 배울만한 환경이 아니었죠.

드라마를 하면서 선배님들을 만났는데, 회식자리에서 이미 텐션이 술 마신 사람 텐션으로 있으니까 좋아하세요. 술은 안 마신다고 못 노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전에 '크리미널마인드' 촬영했을 때 손현주 선배가 레몬 들어간 소주를 만들어주셨는데 아주 쭉쭉 들어가더라고요.(웃음)

Q. 최시원과의 로맨스도 티키타카가 아주 좋았다. 호흡은 어땠나.

보통 애정신이나, 키스신, 베드신이 있으면 편한 사이였다가고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데, 저희는 앉아서 '어떻게 웃길거야' 그런 식으로 로맨스를 준비했어요. 캐릭터에 맞게 티격태격하면서 뿅뿅 로맨스가 튀어 나오니까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억지스러운 로맨스가 아니라, 기대 이하로 생각했던 나자가 멋있을 때는 정말 멋진 포인트를 보여줘서 '누가 봐도 강북구가 점수를 땄네' 하는 신으로 흘러가서 몰입하기 좋았죠. 시원 오빠가 정말 잘 표현해주셨어요.

Q. 정은지, 한선화 배우는 어떤 동료이자 친구인가.

드라마를 통해서 얻게 된 진짜 언니들이에요. 촬영하면서 애티튜드를 나누면서 해보니 우리 진짜 오래갈 것 같더라고요. 선화 언니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감정에 솔직한지라 굉장히 여리고요. 센스가 너무 좋아서 촬영하면서도 고마웠고, 언니의 언니가 늘 기대됐어요.

은지 언니는 친구들 중에 신빙성 가는 친구 있잖아요. 그런 캐릭터에요.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얘기해 줄 수 있는 언니에요. 듬직하다고 해야 할까요? 강인한 면이 있어요. 저는 살짝 유리 멘탈인데 언니는 강한 면도 있고, 언니가 장녀라서 그런지 그런 면모가 있어요.

Q. 오복식당 사장은 세 친구들의 과거부터 현재를 알고 있는 어쩌면 친구들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김정민 배우와의 현장은?

오복집 사장님의 과거 신이 나오잖아요. 현재 모습을 연기하실 때는 흰머리 분장도 하시고, 워낙 따뜻한 분이라 힘드셔도 말 한마디 안 하고 그런 바이브로 해주셨는데, 클럽 신에서 뵈니 정말 신나셨더라고요. 그때 너무 놀랐어요. 물 만난 물고기 같았죠. 김정민 선배님과의 케미를 더 보여주는 신이 적었던 것 같아서 아쉬워요.

Q. 9부, 10부에서의 장례식 신은 정말 리얼하다는 평이 많다. 감정적으로도 힘든 촬영이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제가 삼일장을 치른 줄 알았어요. 촬영도 정말 3일 동안 찍었거든요. 장례식에 삼우제까지, 한회 반이 감정신인데, 이걸 잘 못하면 되게 찡찡대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지루하고 질릴 것 같고, 보는 분들도 지칠 것 같더라고요. 3일 동안이나 찍으니까 마지막에는 몸에 진이 빠진 채료 연기해서 더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그때 지연이와 지구가 아니라, 지금 내가 힘들 때 선화 언니와 은지 언니가 곁에 있어 주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어요. 은지 언니가 장례식 촬영 끝나고 젤리 세트도 선물해 줬어요. 제가 안쓰러워 보였나 봐요. 드라마가 4시에 공개됐는데 그날 저녁까지 못 봤을 정도로 힘든 촬영이었어요.

Q. 이선빈 배우에게 지연, 지구, 소희 같은 소울메이트 친구들이 있나.

저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런 친구가 있고 심지어 드라마에 나오는 신들 중에서도 공감할 만한 일도 있어요.

친구 중에 저랑 서울살이부터 시작해서 5~6년을 함께 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예능 작가라 정말 자문을 많이 했어요. 그 친구가 아카데미 다닐 때부터 막내 하고 하는 걸 다 봐와서 자연스럽게 고증이 된 것 같아요. 이 드라마 하기 전부터 제 친구가 섭외 전화와 스케줄 변경 때문에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봐왔어요. 한 번은 친구 생일이라서 레스토랑 예약해서 갔는데, 거기서도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참치김밥 신에서 노발대발하면서 강북구 말에 대답을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Q. 이번 연기를 보면서 배우로서도 연기를 참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을 것 같다.

저 지금 울컥했던 게,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그렇다고 느낀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내가 캐릭터에 애정이 있고, 그 안에 배우들까지도 내 사람으로 사랑을 해버리니까, 스스로에게 자신감도 있었지만 동료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믿음이 너무 강하니까요. 서로 한 팀이 되어서 더 힘이 났던 것 같아요. 사실 쫄쫄이 입을 때는 조금 자신이 없었기도 했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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