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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선빈 "사람 냄새나는 워맨스 '술도녀'로 소원 풀었죠"
이선빈이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을 통해 숙원을 풀었다. 사람 냄새가 가득하고, 워맨스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를 제대로 매료한 것. 게다가 제대로 망가지는 코믹 연기까지 능숙하게 소화하며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다.
'술꾼도시여자들'로 인생작을 새로 쓴 이선빈과 작품 종영 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이선빈은 '술도녀'에서 튀어 나온 듯 발랄한 텐션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Q. '술꾼도시여자들'이 티빙의 효녀 프로그램이 됐다. 소감이 어떤가.
저희는 진짜 이렇게까지 폭발적으로 느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시청률이 집계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알 경로가 없잖아요. OTT 작품을 처음 하다 보니까 더 그랬죠.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한 건,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해주실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범상치 않은 웃긴 신들을 재밌게 해주실 거라 생각했죠. OTT라 욕도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시원시원하게 봐주시겠다 하는 자신감은 있었죠.
Q. 인기는 실감하나?
다른 드라마들처럼 같은 경로로 인기를 느끼지는 못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저희가 OTT에서 이렇게까지 되는 걸 상상도 못했다 보니까 오히려 작품이 잘 끝나서 다행이었죠. 잘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만 시작해서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제가 서치도 못하고 반응글 찾는 걸 잘 못하는데, 그런 저한테도 다 보일 정도였어요. 주변에서 고깃집에 갔더니 적시자! 하는 사람을 봤다, PC방에서, 지하철에서 '술도녀' 보는 사람을 봤다 등등 반응을 전해주시더라고요. 드라마가 이슈가 되는 거랑 또 다른 행복과 성취감이 있었어요. 입소문으로 유입되는 거라 너무 좋았죠.
Q. OTT 오리지널이 처음이라 작업 환경도 꽤 달랐을 것 같다.
방송 촬영할 때는 브랜드가 노출되면 안 되니까 늘 가리고, PPL만 진행하잖아요. 근데 저희 거에는 가리는 게 단 한 개도 없었어요. 그래서 언제는 마시고 싶은 맥주가 있어서, '그거로 해도 돼요?', '이거 맛있는데 이거로 할게요'하면서 주종도 바꾸고 했어요.
대사가 주는 힘이 많잖아요. 연기로 이뤄지는 거니까 제일 큰 점이 대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거였어요. 거기에서 시너지가 폭발한 것 같아요.
Q. 시즌2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거의 확정에 가까운 분위기인데,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건지?
어떤 드라마를 하던, 영화처럼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면 시즌2를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긴 하잖아요. 그래서 엔딩을 열긴 결말로 끝낸 것도 있는데, 너무 좋아해 주셔서 시즌2가 논의 중이라고 하고요. 저희가 아직 계약을 한 건 아니고,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고 배우들 스케줄 조정을 하고 계신 정도로 알고 있어요.
Q. 여배우가 셋이다 보니 연기할 때 서로 튀거나 할 수도 있는데, 누구 하나 튄다는 느낌이 없이 잘 어우러지는 게 눈에도 보이더라. 케미는 어떻게 맞췄나.
대본이 주는 힘이 컸어요. 저희가 다 똑같이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 이거는 우리 같이 나오는 여배우들이 진짜 사람으로서 뭉치지 않으면 나도 죽겠구나'라는걸요. 처음에 리딩하고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데, 말투나 눈빛, 표정, 제스처로 다 느껴지지잖아요. 첫날부터 너무 잘 맞았어요. 그 이후에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 작가님 없이 셋이서 뭉쳐보자 해서 만나기도 했고요. 시간이 가는 줄 몰랐죠.
사실 촬영 현장에서도 자기 거 하기 바쁠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배려를 당연하게 해주고, 또 선화 언니 신에서는 서로의 캐릭터에 욕심을 내주는 저희의 모습을 봤을 때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Q. '술꾼도시여자들'처럼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드라마가 많지는 않다. 연기하면서도 재밌었을 것 같다.
이전에도 인터뷰에서 다음 작품은 어떤 거 하고 싶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저는 '사람냄새 나는 작품'과 '워맨스' 보여드릴 수 있는 걸 말씀드렸어요. 그전에는 남자분들이랑 많이 호흡을 맞춰봤으니까, 여자들끼리 워맨스를 보여드리고 싶었죠.
이렇게 저에게 작품이 왔는데, 혹시 내 의도와 다르게 표현되거나 전달이 되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도 했어요. 누군가 혼자 튄다던지요. 그랬는데, 대본에서 보여진 세 명의 이야기가 정말 탄탄했고 잘 엮여져 있었어요. 또 저희끼리 사이가 좋으니까 그런 걱정을 더 내려놓을 수 있었고요.
감독님도 '처음 미팅했을 때 너네끼리 잘 안 맞을까봐 걱정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친해져버렸다' 하시더라고요.(웃음)
Q. 공감 유발 서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배우로서 어떤 점이 시청자에게 먹힌 것 같나.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깨달은 게 뭐냐면 '나는 소희랑 닮은 것 같아', '나는 지연이 같아', '나는 지구파야' 하는 게 있었잖아요. 이게 사람들이 왜 공감을 하고 자신에게 대입하는지 알았어요. 이 세 사람의 부류가 사실 한 사람이 가진 모습이기도 하잖아요. 누구나 지연이처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끼도 부릴 줄 알고, 지구처럼 의리를 지키고 불의를 못 참고, 소희처럼 인내하는 모습도 있고요. 이 모든 면모들이 한 사람의 자아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누구 하나 뛰어나게 매력적인 게 아니라 세 캐릭터가 모두 빛날 수 있었어요.
Q. 술 먹고 망가지는 신도 많았다. 이미지 때문에 걱정도 됐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진짜 걱정을 많이 했죠. 전라도 욕하는 신 같은 경우는 대본을 받자마자 큰일 났다 싶었어요. 대사가 길어서라기보다는 박자, 발음을 다 전라도 사투리로 해야 하고 거기에 표정 연기까지 해야 하잖아요. 전 충남 사람인데 어쩌나 했죠.(웃음) 게다가 박영규 선배님이 앞에 계셔서 정말 맨 정신으로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술의 힘을 빌려서 맥주를 마시고 했어요. 화면에서도 얼굴이 빨개진 게 그대로 보이더라고요.
욕 신을 할 때는 한 테이크에 갔어요. 저는 밥을 먹다가, 설거지 통으로 가져가는 그 순간에도 욕 대사를 연습했어요. 기계처럼 나오게끔 하지 않으면 감정이나 표정 연기가 안될 것 같아서요. 자고 일어나서 몽롱할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해봤죠. 그거를 몇 주 하니까 이젠 그냥 나와요. 방송을 보면서도 입으로 따라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Q. 박영규 선생님의 반응은 어땠나.
박영규 선배님도 흐뭇해하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따뜻한 눈빛으로 '잘한다 잘한다'하는 눈빛으로 받아주셨어요. 화면에서 안 잡히시는데도 리액션을 다 해주셔서 용기 내서 할 수 있었죠. 어깨가 더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더 원테이크로 잘 소화하려고 했어요.
Q. 병따개 따는 스킬이 인상 깊었다. 하이힐부터 국자까지 다채로운 도구를 사용했는데, 연습도 꽤나 많이 했을 것 같다.
테스트 촬영할 때부터 바텐더 기술 선생님이 두 분 오셨고, 매뉴얼에도 머리 집게랑 가위도 있어서 그거로도 연습을 시키셨어요. 그게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런 구조를 가진 것들이어야 병따개로 쓸 수가 있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숟가락으로는 워낙 많이 따봐서 감자탕집에서는 국자로도 해봤는데 그게 되더라고.(웃음) 연습할 때는 손가락에 멍도 들고 많이 붓고, 구두굽도 몇 개나 날아갔었어요. 이제 원리를 아니까 감이 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