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시양 화상 인터뷰 / 사진: 드로잉엔터테인먼트, SBS 제공

곽시양이 악역으로 인생캐를 만났다. 영화 '목격자'에서 보여줬던 섬뜩한 연쇄살인마 역할에 이어 이번에는 권력을 향한 욕망에 마왕을 집어 삼키려는 대군 역으로 빌런의 매력을 가감 없이 발산했다.

드라마 '홍천기' 속 곽시양은 단왕조의 둘째 왕자이자 몸이 약한 큰 형을 대신해 왕좌를 탐내는 '주향대군' 역을 연기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설움과 권력욕에 휩싸여 역모까지 꾸미는 인물. '홍천기'에서 부드러움을 벗어낸 곽시양과 드라마 종영 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Q. '홍천기'가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저는 항상 촬영하면서 열심히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시청률은 그리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시청률도 잘 나오고 하니까 힘이 나는 것 같고, 다른 배우들도 굉장히 즐겁게 마무리하지 않았나 싶어요.

Q. 주향대군 캐릭터의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

제가 대본을 받고 나서 느낀 게 주향대군이 굉장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그런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로는 외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상처는 어떤 식으로 표현하면 좋을지, 의상은 어떤 계열의 색깔이 좋을지, 어떻게 하면 더 날카롭게 보일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영화를 많이 참고했어요. 주향대군이 수양대군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내 색깔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죠.

Q.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은 뭐였나.

주향대군의 모티브로 잡은 게 수양대군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관상'을 많이 봤죠. 이정재 선배님의 연기, 말투, 그리고 긴장했을 때의 눈빛 같은 부분을 세세하게 분석하려고 했어요. 저는 솔직히 부담도 많았죠. 이정재 선배님의 수양대군이 임팩트가 워낙 크게 다가와서요. 그래서 더 준비를 많이 했죠.

Q. '마녀보감' 이후 오랜만에 사극을 선보였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됐어요. 지난번에 사극할 때 부족했던 점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 현대극과는 다르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는데, 연차가 조금씩 쌓이고, 이 역할이 제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 나름대로 준비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굉장히 추웠고 굉장히 더웠습니다. 그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한복이라 겨울엔 많이 껴입을 수가 없었고, 여름에는 벗을 수가 없으니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봉인식 찍을 때는 속옷이 젖을 정도로 너무 더웠어요.

Q. 연기 호평이 많았다. 스스로 이번 연기에 만족도는 어떤가.

(호평이 많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잘 찾아보지를 않거든요. 안 좋은 얘기가 있으면 상처를 많이 받을까 봐 위축되지 않으려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들리는 바로는 '홍천기'에서 정말 잘했구나 하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좋았고,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Q. 주향대군과의 싱크로율은?

점차 점차 싱크로율이 커져갔다고 생각을 해요. 실제로 에필로그 촬영할 때는 '나는 왕'이라고 생각했어요. 주향대군은 왕이라고요. 원래는 의상이 양명과 같은 옷이었는데, 의상팀과 감독님에게 말씀드려서 곤룡포를 입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나중으로 갈수록 싱크로율이 높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Q. 영화 '목격자'에서도 연쇄살인마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번에도 극강의 빌런을 연기했다. '곽시양만의 빌런'을 만드는 비결은 뭔가.

빌런이라고 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작가님, 감독님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를 많이 하는 편이었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장태유 감독님과 자주 뵙고 톤 잡는 연습도 많이 했어요. 도움을 많이 주셨죠. 비결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그냥 솔직히 열심히 노력했어요.

Q. 주향과 양명이 서로 대립하면서 결말을 맞이했다. 결국 왕위를 건 싸움의 결말이 나지 않아서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저는 만족스럽게 끝났다고 생각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공명 씨와 저와의 왕권 다툼 중에 투 샷으로 끝나잖아요. 그게 멋있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대본에서도 정말 거기가 끝이 맞았어요.

Q. 함께 호흡을 맞춘 김유정, 안효섭, 공명과의 호흡은 어땠나.

일단 효섭 씨는 워낙 알고 지낸지 오래된 친구이기도 해서 두말할 것 없이 잘 맞았어요. 연락을 워낙 자주 주고받기도 하고 같이 소주도 기울일 수 있는 사이여서 편했죠. 친한 사람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구나 큰 장점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유정 씨와 공명 씨는 이번에 처음 뵀는데, 먼저 유정 씨는 굉장히 차가울 줄 알았어요. 얼음공주처럼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고 털털하더라고요. 먼저 살갑게 다가와주고 그 덕에 유정 씨와 친해질 수 있었죠. 촬영하는 내내 유정 씨를 보면 아빠 미소라고 할까요? 흐뭇해지는 그런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분위기 메이커도 유정 씨에요. 유정 씨가 오면 촬영장 분위기가 밝아지더라고요.

공명 씨는 정말 형제인 것처럼 촬영장에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부딪히는 장면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리허설도 굉장히 많이 하면서요.

Q. 꾸준히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

캐릭터를 선택할 때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많이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를 해봐야 제가 연기하는 데 있어서 큰 이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거든요.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고, 앞으로도 연기를 오래 하고 싶고 즐겁게 하고 싶어서 변신을 해보려고 해요.

Q. 개인적으로 롤 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나.

롤 모델로 생각하는 분들은 굉장히 많죠. 이정재 선배님 같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어요. 정말 많은 매력을 갖고 계시잖아요. 캐릭터 특유의 맛을 굉장히 잘 살리시는 것 같아서 보고만 있어도 배우는 부분이 있죠.

Q. '홍천기'를 통해서 찾은 연기적 재미가 있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도 궁금하다.

'홍천기'를 하면서 해보고 싶었던 건 다 해본 것 같아요. 왕이 되고 싶은 욕망에 곤룡포도 입어봤지, 극 중에서지만 사람을 죽이는 그런 신도 해보고요. 주향대군 역할로서는 웬만하면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만족스럽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장르는 코믹이에요. 제 안에 코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는 것 같아요.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꼭 해보고 싶어요. 정통 멜로나 다른 장르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하게 되면 저렇게 해야지 하며 메모하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코믹적인 요소로 모티브를 삼고 있는 건 조정석 형이에요. 정석이 형 보면 과하지 않고 재밌게 연기하는데 몰입감도 좋잖아요. SNL에서도 정말 재밌었고, '건축학개론'에서 손바닥 비비는 그런 제스처도 해보고 싶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보다 보면 다스베이더 가면 못 벗고 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 것들 보면서 많이 연구를 해보려고 해요.

Q. 벌써 데뷔 8년 차를 맞았다. 소회가 어떤가. 10년 차를 앞둔 마음가짐도 궁금하다.

벌써 8년 차네요. 이전 연기를 보면 손발도 오그라들고 부끄럽고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여요. 앞으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조금 있으면 10년 차인데 그때도 지금처럼 변함없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내가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항상 좋은 기회가 있었고, 내가 운이 굉장히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항상 고민이에요. 30대, 40대, 50대, 더 늙어서까지도 일이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캐릭터가 갇혀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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