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①] '마이네임' 안보현 "'이클' 장근원인 줄 몰랐다는 반응? 제가 머리발이 심해요"

안보현이 대표작을 새로 썼다. 지난해부터 라이징하고 있는 그가 이젠 국내 시청자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까지 매료한 것.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 속 안보현은 본연의 비주얼적 매력과 동시에 애틋한 감성까지 더한 캐릭터 '전필도' 역으로 활약했다.

마약수사대 에이스인 전필도는 과거 마약으로 여동생을 잃은 아픈 과거가 있는 인물. 그런 그가 마수대에서 비슷한 아픔을 가진 혜진(지우)을 만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간 작품에서 거친 매력을 보여준 안보현은 '전필도'를 위해 체중까지 증량하며 더욱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줬다. 캐릭터와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렸다는 안보현과 드라마 공개 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Q. '마이네임'이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공개된지 2주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순위권에 있다는 게 신기해요. 며칠 전에는 3위까지 올라갔는데,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다 보고 있구나. 다국적으로 봐주시는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신기했어요. 또 온라인 상으로 많은 분들이 재밌다고 평을 해주시니까 감사할 따름이죠.

Q.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관객분들을 봤어요. 제가 부산사람이다보니까 '부국제'에 대한 로망이 늘 있었거든요. '언젠가는 내가 저기를 제대로 걸어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 기회가 이뤄져 좋았어요. 신기했던 건, 코로나이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호응도 해주시니까 되게 오랜만에 느끼는 축제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한테, 우리에게 해주시는 이 호응과 반응이 맞는 건가 싶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았고, 배우로서 '또 와야지'하는 자극제가 된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팬들의 반응이 있나.

얼마 전에 넷플릭스 측에서 '마이네임'과 '이태원 클라쓰' 장면을 편집해서 SNS에 올려주셨더라고요. 제가 아직 인지도가 있거나 굉장히 유명한 사람은 아니라서 그런 게시물을 만들어주셨다는 게 저도 너무 재밌고 신기해서 제 SNS에 재업로드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DM이나 댓글로 많은 분들이 '이태원 클라쓰에 그분인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제가 머리발도 심하고, 전에는 수트 입다가 이번에는 편안한 복장을 입다 보니까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을 못 하셨나 봐요.(웃음) 다른 인물로 봐주시니 더 이입을 하고 보셨을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마이네임'을 통해서 전작까지 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뿌듯했어요.

Q. 작품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필도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도 궁금하다.

작품이 저를 선택해 준 거죠. 물론 저도 하고 싶었지만, 감독님께서 제안을 해주셨기에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필도가 아니라 강재 역으로 미팅을 했고, 감독님께서 제 전작을 재밌게 보셨다면서 '악역을 해봤으니 이번에는 선한 형사 역할이 좋지 않겠어요?'라고 제안해 주셔서 정말 좋았죠. 매력 있는 캐릭터잖아요. 또 저랑 겹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느낌의 필도라서요. 모든 걸 혼자 해결하고 짊어지는 부분이 저와 교집합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이었죠.

Q. 학생 때부터 선수 생활을 하며 혼자 지내왔는데, 그런 경험이 필도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

아무래도 운동을 오랫동안 했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다른 분들보다 내가 더 체력이 좋다, 강하다 하는 건 아니고요. 제 자신에게 '더 잘 할 수 있어. 이겨낼 수 있어'하는 채찍질을 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운동을 했지만 제가 발을 쓰는 액션은 해보지 않아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훈련을 통해서 많이 보완을 했어요. 주먹을 쓰는 부분에서는 편하게 했고, 또 잘 나온 것 같아서 혼자 보면서 뿌듯했죠.(웃음)

Q. 필도는 지우의 조력자로 활약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설정이나 전사가 많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그런 필도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려 했나.

처음에 필도를 접했을 때, 과거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 생각하고 연기를 해야 할지, 아니면 나중에 밝혀질 때까지는 그냥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걸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서 제가 없는 전사를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필도가 혼자 살아왔을 것이고,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은 아픔과 고통, 시련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견뎌왔을 거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하니까 고민했던 부분들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오히려 그런 상황이 극 중 지우를 설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Q. 액션신이 많았던 작품이다.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액션 신이 끝나고 나면 뿌듯함도 당연히 있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몸을 사리지 않고 더 열심히 할걸'하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굉장히 열심히 했지만, 다음 액션 신이나 다음에 누아르 장르를 하게 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고충보다는 액션에 대한 부담감이 컸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 2~3달 동안 액션스쿨에서 배우들과 손발을 맞추다 보니 그런 부담이 사라졌죠. 액션이다 보니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호흡이 중요하잖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단합력의 중요성을 느꼈고, 한 명 한 명의 에너지가 모여서 시너지가 되는 걸 경험하고 성장했던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 증량도 했다고. 전작과 달리 비주얼적으로 훨씬 거친 느낌이 들었는데, 필도의 어떤 모습을 더 강조하고 싶었나.

마약수사대 관계자분 중에 한 분을 롤모델로 해서 필도를 만들었어요. 막 그분을 따라 해야겠다 하는 건 아니었지만, 저보다 키도 크시고 몸이 되게 우람하고 멋있으셨거든요. 시청자분들이 보실 때 마수대 에이스니까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외형적인 모습으로 보여줘야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형사 특유의 편안한 옷을 입었을 때도 몸이 꽉 찬 느낌을 원했거든요. 스타일리시한 것보다는 옷이 작아 보이는 그런 스타일링을 했어요. 그에 걸맞은 외형적인 모습을 위해서 몸도 그렇지만 헤어스타일도 신경 썼고요. 사고를 겪고 나서 머리가 확 짧아지거든요. 그 지점에서 '이제 시작이다' 하는 복선을 주려고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