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 서면인터뷰 / 사진: tvN 제공

이번 작품으로 시즌제에 주 1회 편성까지 소화해낸 신원호 PD다. 감독으로서 많은 걸 시도하고 또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 특히, 드라마 시즌 공백기에는 예능을 통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배우들과 시청자의 끈을 꽉 붙잡았다.

Q.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연출했는데, 시즌제의 장단점에 대해 느낀 바가 있나.

시즌제의 가장 큰 강점은 내적 친밀감 아닐까 싶다.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다. 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늘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선 시즌1을 제외하고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다.

기획을 할 때 예상을 했었던 부분이긴 해도 이 정도로 큰 강점으로 올 줄은 몰랐었다. 제작 단계에서도 편리하다. 캐스팅이며 로케이션이며 세트며 소품이며 의상이며 모든 면에서 각기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을 보충하는 것 외에는 이미 세팅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다 보니 준비 기간도 어마어마하게 단축된다. 그래서 중간에 '하드털이'도 할 수 있었던 거고… 어쨌든 여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도 영리한 형식인 건 확실하다.

Q. 지난 시즌에 이어 주 1회 드라마를 연출한 소감도 궁금하다.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2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간다.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공히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결국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오게 된다. 그 점이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 아닐까 싶다. 매회 그 어려운 밴드곡들을 위해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 있는 연습 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다.

Q. 시즌1과 2 사이에 하드털이 콘텐츠로 꾸준히 시청자와 만났다. 유일무이한 행보를 보여줬는데, 어떤 점에 주안을 뒀나.

기다리시는 입장에서는 마치 12회를 끝나고 13회를 1년 동안 궁금해하며 기다려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어떤 보상을 좀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드털이'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실질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5~10분 사이로 짤막하게 하고 싶었는데, 하면 할수록 분량이 늘어나고 점점 더 꼼꼼하게 체크하게 되고 하다 보니까 갈수록 예능 할 때만큼이나 힘들었었다. 나중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근데 한편 너무 재미있었다. 십 년 만에 예능을 하는 셈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내가 십 년 만에 자막을 뽑을 수 있을까, 예능 버라이어티 편집에서 자막을 뽑는다는 일 자체가 핵심이라 예능 감이 떨어져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예전에 그 세포들이 다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사실은 힘든데 되게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할 때보다 더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Q. '슬기로운 캠핑생활'을 기획하게 된 과정은?

슬기로운 캠핑생활의 경우는 정말 순수히 배우들로부터 시작된 콘텐츠였다. 시즌2 준비 과정과 겹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그렇게 단순하고도 순수하게 콘텐츠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 그렇게 순수한 진심으로 만들면 큰 기술 없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연한 콘텐츠 하나가 '출장 십오야' 같은 다른 줄기로도 충분히 확장되어 갈 수 있다는 점들을 목격하면서 수년간 쌓아왔던 많은 편견들을 스스로 깨트릴 수 있었던 놀라운 경험이었다.

Q. 시즌2에 담지 못한 아쉬운 이야기가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구구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다만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 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Q. 시즌2 중반부터는 2시간에 달하는 분량으로 진행됐다. 시청자의 집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멀티 캐릭터들의 드라마는 사실 길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고정 캐릭터가 등장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다 보니까 분량이 길다. 게다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무르익다 보면 호흡이 길어지기 마련인데, 이게 시즌2까지 이어지다 보니 그 감정과 호흡이 더욱 깊어져서 짧게 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 작품에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Q. 시청률은 이전 시즌보다 높았지만, 몰입도가 약하다는 평이 있다.

몰입도가 약하다고 느끼시는 건 아마도 시즌1과 시즌2가 큰 사건 없이 비슷한 리듬으로 전개되는 일상물이라 그런 것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저희도 시즌제를 처음 시도하면서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하게 됐다. 이런저런 반응들 모두 기억하고 치열하게 고민해보겠다.

Q. 악인 없는 착한 드라마로 팬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시즌2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게 돼서 안타까워 하는 팬들이 많은데, 시즌3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

시즌제를 처음 시도해 보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고민들이 있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우리에게 쌓인 여러 고민들이 해소되어야만 가능할 것 같다. 거기에 시즌제가 주는 피로감이 유난히 크다. 지난 3년 동안 제 검색창은 항상 '슬기로운 의사생활'만 있었을 정도로 3년이라는 시간이 모두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꽉 차 있었다.

3년 내내 그 작품 하나만 생각하면서 살아야 되는 게 너무 피로감이 쌓이더라. 콘텐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만약에 똑같은 기간에 똑같은 노동량을 들이더라도 중간에 다른 작품으로 리프레시 하고 다른 신경을 쓰고 다른 뇌를 쓰면서 살았으면 피로감이 훨씬 적었을텐데 한 작품만을 신경 쓰고, 오로지 그 캐릭터들과 관계들을 신경쓰면서 살다보니까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일단은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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