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 서면 인터뷰 / 사진: tvN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로 새 도전을 마친 신원호 PD가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트리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 해 시즌 1이 큰 사랑을 받았고, 이어 올해 시즌2까지 흥행하며 한국 대표 시리즈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다.

작품을 이끈 신원호 감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들어낸 3년간의 시간이 귀하면서도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욕심과 부담감이 컸을 터. 그럼에도 현장에서 배우, 스태프들과 호흡하며 더 나은 현장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마치고 쉼이 절실하다고 말한 신원호 감독과 작품 종영 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떠나보내는 소감이 궁금하다. 그리고 감독이 생각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다섯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와 케미스트리,그리고 그들이 그려내는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점수를 많이 주신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즌2로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단연 '내적 친밀감'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한다. 시즌1에서 시즌2로 건너오며 생긴 2년여의 시간속에서 드라마 자체와의 친밀감,캐릭터, 배우들과 갖게 되는 내적 친밀감이라는 게 생긴다. 익히 아는 캐릭터, 익히 아는 관계, 익히 아는 이야기들 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던 게 시즌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Q.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99즈와의 2회차 호흡은 어땠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첫 촬영 날도 그랬고,다섯 명이 모두 모인 신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시즌1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이며 스태프들도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스태프들,배우들 간의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Q. 99즈 외에 신현빈, 정문성, 곽선영, 김해숙, 김갑수, 최영준, 하선빈, 문태유 등 수많은 배우들도 활약을 했는데.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말같이 어제 만나고 또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촬영 횟수로 보면 99즈 다섯 배우들에 비해서는 적은데도 불구하고 어제 호흡 맞췄다가 다시 오늘 촬영하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들 신기해 했었다.

시즌2 하면서 하나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면, 다들 한층 더 매력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다들 한 명도 빠짐없이 너무 멋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스탭들이 각 배우들의 첫 등장 촬영 때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받는다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특별 출연 해주신 배우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다. 늘 빚지는 기분으로 연락 드리고, 늘 술 백 번 사겠다고 말씀드리는데, 사실 시즌1 특별 출연 해주신 분들에게도 시국이 이러다 보니 자리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언제고 꼭 연락 드리고 한 분 한 분 찾아 뵙겠다.

Q. 탁구 대회 에피소드에서 현정화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고?

특히 현정화 감독님의 경우 너무 감사했다. 탁구 대회 에피소드는 스토리 전개 상 마지막에 어마어마한 고수가 나와 주셔야 했고, 그래서 현정화 감독님께 연락드렸다. 복식이다 보니 선수 한 분이 더 필요했었는데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너무 열심히 섭외를 해주셨다. 올림픽이 코앞이라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도 끝까지 열심히 섭외를 해주셨고, 너무 감사하게도 주세혁 선수가 함께 나와 주셨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연기를 하시는 분들도 아니신데 두 분 모두 대사 연습도 많이 해 오셔서 연기도 흠잡을 데 없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

Q. 99즈의 로맨스를 풀어내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물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워낙 로맨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조금 더 차근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더 가져가려 했던 정도였던 것 같다. 실제 그 호흡, 그 분위기, 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다.

Q. 각 커플별로 보여주고 싶었던 분위기나 색깔이 있었나?

익준이랑 송화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긴 한데, 그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11화 마지막 신에서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롱테이크로 갔던 이유도 20년의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신이 후루룩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정원, 겨울 같은 경우, 정원이의 절절했던 마음과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 겨울이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런 감정들이 결국 시즌1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즌2의 큰 축은 석형, 민하였다. 어찌 보면 사실은 시즌1부터 차근히 쌓여져 온 러브라인이다. 석형이 가진 여러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되어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 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준완이와 익순이 같은 경우는 어찌보면 곰곰 커플과는 반대였다. 시작이나 연애 중간중간의 느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전체 얼개는 묵직해야 했다. 해서 시즌1이 재미있으면서 설레는 멜로였다면 시즌2는 정통 멜로의 색깔로 갔다. 시즌1에서는 둘이 서기만 해도 로맨스 코미디가 뚝딱 만들어졌다면 시즌2에서는 둘만 있으면 정통 멜로가 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둘이 잘 만났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던 커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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