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박정민 화상 인터뷰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매 작품 캐릭터에 녹아든 연기를 보여준 박정민이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겉으로는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건 겁내지 않는 듯했지만, 사실 30대 청년 박정민은 스스로도 아직 겁쟁이 같다고 했다. 더 나은 연기를 위해 매 순간 좌절한다고 말한 그다.

Q. 전작 '다만악'에서는 파격적인 트랜스젠더 역할이었는데, 이번엔 순박한 역할이다. 변화의 폭이 컸는데 현장에서도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역할의 갭이 커졌어요. 제가 의도적으로 도전적이거나 특이한 걸 고르는 건 아니거든요. 준경이는 감독님께서 표현해주신 단어가 아주 적절한 것 같아요. '흰쌀밥 같은 역할'이거든요. 내가 막 드러나지 않아도 관객분들이 준경이의 심리를 따라가고, 동료들의 연기에 제가 자극적이지 않은 연기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어요. 그때 '기적'이라는 영화를 만났어요.

'다만악'에서 독특한 역할을 했다 보니 '기적' 초반에 찍을 때는 제가 너무 뭘 안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연기를 해야 하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 그런데 감독님은 좋다고 하시고, 저는 불만족스러운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찾아가서 따질까? 나 어떡하냐고 물어볼까? 했는데 감독님께서 두 시간 동안 마치 '세바시'를 본 것처럼 명강의를 해주셔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후에는 편하고 재밌게 촬영을 했죠.

Q.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어땠나.

저는 항상 만족은 없는 것 같아요. 만족을 잘 하지 않아요. 매 작품마다, 어떤 역할이냐, 감독님이 어떤 연기를 원하느냐가 다르니까요. 짧지만 저도 연기를 해보니 감독님들마다 원하는 게 너무 다르세요. 그래서 어떤 감독님과 작품을 만나던 내가 유연하고 빠르게 녹아날 수 있도록 훈련한다는 생각이에요. 내 생각만 고집하는 버릇을 고치려고 했어요.

Q. 작품 속 사계절이 오롯이 담기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촬영하면서도 계절을 만끽했을 것 같다.

사계절을 다 보여줘야 하는 신이 있었는데, 실제 촬영은 3개월 정도 찍었거든요. 1월에는 눈 오는 장면을 찍으러 다시 갔어요. 본 촬영 때 그 신을 찍으려고 밤을 꼴딱 새웠고 너무 피곤했는데 그 찰나에 기술적으로도 뭐가 잘 안돼서 시간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누구 하나 사고가 날 수도 있어서 감독님한테 '제가 실제 눈 오는 날 찍을 테니까 오늘은 그만하자'고 말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실제로 하루 날 잡고 눈 오는 날 정선에 가서 촬영을 했죠.

Q. 카메라를 겁내지 않고 유연하게 연기하는 배우 같다는 말에 대해?

잘못 보신 겁니다.(웃음) 저는 카메라가 아직도 좀 무서워요. 배우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여러 배우들이 있는데, 카메라와 함께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있고, 관객과 연기하는 배우들이 있고, 다 같이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카메라와 함께 호흡을 해줘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겁이 날 때가 있더라고요.

좌절도 많이 하고 있어요. 거의 매 테이크마다 하고 있고요. 좌절이 취미라, 예전엔 그 감정에서 제가 안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던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동굴 파고 들어가야 더 좋은 게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그 생각이 바뀌고 있죠.

Q. '기적'은 박정민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또 박정민의 이루고 싶은 또 다른 꿈은 뭘까.

저는 굉장한 결과주의자라서 예민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서 뭔가를 만드는 거에 있어서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남는 건 어쩌면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고마움 영화에요.

어릴 때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이 저를 배우라고 불러주시기 어느 정도 꿈을 이룬 사람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아직 스스로가 '배우'라는 타이틀을 온전히 흡수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지금의 꿈은 그저 훌륭한 배우가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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