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박정민, 화상 인터뷰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정민이 '기적'같은 작품을 만났다. 가족애들 다룬 따뜻한 작품인만큼, 사람도 좋았고 현장도 좋았다. 박정민에게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 커질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극 중 박정민은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차역을 세우는 게 유일한 목표인 '준경' 역을 맡았다. 촬영을 할 수록 작품을 아끼게 됐다는 박정민과 영화 개봉 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Q. '기적'에 대한 배우들의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어떤 점에서 마음이 갔나.

첫 번째는 사람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특별히 돈독해진 것도 같고, 서로를 너무 아끼다 보니까 영화에 대한 마음이 저절로 커졌던 것 같거든요. 모든 배우들이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시나리오였는데, 이야기가 가진 힘이 너무 따뜻하고 강해서 마음을 울리는 요소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좋아하게 됐죠.

Q. 관객에게 드디어 '기적'을 선보이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시사회를 하고 나서 많은 분들의 의견이 있을 텐데,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제 새벽까지 시사회 반응을 찾아보다가 잠들게 됐어요.(웃음)

배우들과의 호흡도 정말 좋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인터뷰라서 하는 말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러운데, 작년 여름에 촬영했던 거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좀 이상해요. 저는 제가 나온 영화를 그렇게 재밌게 보지 않는 편인데, 이 영화는 제가 같이 영화를 만들었던 기억이 덧붙여져서 인지는 몰라도 마음이 더 가더라고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긴 소풍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Q. 이번 작품에서도 10대 학생을 연기했다. 부담감은 없었나.

제가 30대잖아요. 이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는데, 감독님께 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가 나이 때문이었어요. 작품 처음 받았을 때 34살이었는데, 17살인 준경이를, 등장인물의 두 배를 더 산 배우가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나는 할 수 있다 치더라도 관객분들이 그걸 용서해주실까 싶었어요.

처음에는 감독님한테 너무 좋은데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려고 찾아갔는데, 감독님께서 별의별 아이디어를 다 내놓으시면서, 첫 시작을 30대 준경이로 하고 플래시백으로 가는 건 어떨까 제안도 해주셨어요.

감독님께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던 거죠. 그렇게 미팅을 하면서 감독님이 정말 좋은 사람 같았고, 조금씩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어요. 마지막에 정준경이라는 명찰이 달린 펭수 인형과 우산, 선물을 잔뜩 가져오셔서 거기에 마음이 녹았죠.(웃음)

Q. 개인적으로는 전작에서도 학생 역이라 이질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특별히 주안점을 두고 연기한 부분이 있나.

제가 10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 부분이나 신경을 쓴 부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극 중 주변 친구들, 저랑 얼굴 나이가 비슷한 분들과 연기를 하면 낫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부분을 감독님과 스태프분들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죠.

Q. 사투리 연기가 인상 깊었다. 어렵진 않았나.

사투리 연기를 안 해본 건 아닌데, 사투리가 중요한 영화는 또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사투리가 영화가 가진 하나의 요소라고 할 만한 건 '기적'이 처음인 것 같은데, 우리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봐와서 사투리에 대한 부담감도 처음에 생기더라고요.

초반에 연습도 해보고 했는데 '이거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조금 더 듣기 익숙한 대구 쪽 사투리로 우리 자신을 용서하면서 영화를 만들까'하는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면 진짜 이 지역 분들이 실망하실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조금 더 고생을 하더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데 노력을 하자고 했죠.

Q. 러브라인을 펼친 임윤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윤아 씨는 제 마음의 스타였죠. 처음에는 어떻게 다가가서 편하게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을 했는데, 촬영장에서 만나고 보니 윤아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어떤 장난도 재밌게 받아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장난도 치면서 굉장히 가까워졌고, 전혀 어색함 없이 촬영할 수 있었죠. 영화를 보면서도 '윤아랑 더 재밌게 촬영했던 장면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Q. 극 중 이성민 배우, 이수경 배우와는 가족으로 호흡했지만, 온도 차가 극과 극이었다. 상대역에 따라 준경의 어떤 모습을 살리려고 했나.

제가 살려드리고 말고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선배님은 선배님이시니까 제가 도와드린다는 표현은 건방진 것 같고, 저는 성민 선배님이 연기하실 때는 정말 '배운다'는 개념으로 연기를 했어요.

선배님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시는 분이에요. 배우나 스태프들까지 다 마음을 쓰시거든요. 근엄한 모습으로 계신다기보다는 어린 후배들하고 농담도 많이 해주려고 하시고, 아이스브레이킹도 직접 하시는 편이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성민 선배님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성민 선배님은 기억을 못 하시겠지만, 예전에 제가 현장에 스태프로 있으면서 성민 선배님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거든요. 그런 걸 말씀드렸을 때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이수경 배우를 평소 눈여겨봤다고?

이수경이라는 배우는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어요. 당돌함, 당당함, 그게 연기에서 나오는 게 너무 좋았고, 실제로 만나서 연기해보니 정말 겁이 없이 연기를 하더라고요. 저 친구가 뭘 할지가 궁금하고 기대되고, 그런 마음으로 수경이랑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연기하면서 숙소나 집에서 '내가 윤아, 수경 배우랑 연기할 때 어떻게 해줘야 더 좋은 연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원래는 집에 가면 혼자 가만히 있는 성격인데, 괜히 두 배우에게 마음이 쓰여서 전화도 하게 되고 고민도 나누게 됐어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서로가 서로를 많이 도와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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