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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①] '기적' 이수경 "내 마음의 연기대장 1위는 박정민"
언뜻 보면 신예인가 싶지만, 벌써 데뷔 9년 차 이수경은 매 작품 한 계단씩 성장해오고 있는 '성장캐'다. 데뷔 초반부터 강렬한 역할로 대중을 만났던 그는, 영화 '기묘한 가족'에 이어 '기적'을 통해 이전과 180도 다른 순박한 면면으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했다.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극 중 이수경은 동생 준경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누나 '보경'을 연기했다.
'기적'을 통해 대표작을 경신한 이수경과 영화 개봉 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기적'을 처음 만났을 때 어땠나.
'기적'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는데, 저는 신인만 찾는 줄 알고 '나한테까지는 기회가 안 오는 역할이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저랑 함께 일했던 스태프 언니가 저를 감독님께 세 번이나 추천을 해줘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그 언니한테 정말 감사하고 있죠. 감독님이 제가 '침묵'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강해서 이런 역할이 안 어울리실 거라 생각해서 오디션을 안 보려고 하셨다더라고요. 설득해준 언니에게 감사하죠.
나중에 제작기 영상 보니 감독님께서 '웃는 모습이 보경이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적' 합격 소식은 이제껏 받았던 합격 소식 중에 가장 기뻤죠.
Q. '기적' 시나리오를 읽고 보경이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했나.
보경이는 기꺼이 동생을 위해서 희생할 수 있는 누나였어요. 처음에 나오지만 보경이는 공부할 생각이 없고, 그 시대에 저희 부모님들도 희생하는 분들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런 캐릭터였다고 생각했어요.
보경이가 어떤 특별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라고 해서 이전과 다르게 하려고 했던 건 없었고, '매 신 중요하게 생각하며 정성을 기울여서 하자'라고만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도 최대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셨어요. 한 가지 기억 나는 게, 보경이로 대사할 때 감독님께서 '평소 말투대로 해보는 건 어때요'라고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제가 평소 말투가 좀 어눌한 편인데, 그런 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Q. 영화 속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을 연기했다.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저는 반전을 알고 봤는데도 중간에 큰 한 방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헉' 하면서 마음에 뭔가 터지는 게 있었어요. 부담감은 사실 없었어요. 저는 제가 맡은 바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예쁘고 착한 마음을 꽉꽉 눌러 담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Q. '기적'은 언론과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호평을 얻고 있다. 스스로 만족도는 어떤가.
지인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특히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고는 '진작 이런 영화를 하지 그랬냐'고 나무라시더라고요.(웃음) 어머니 지인분들께서도 너무 재밌게 봤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고요. 저도 관람평을 찾아봤는데 꽤 평이 좋아서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Q. 똑단발이 정말 잘 어울리더라. 보경 역할을 위해 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
똑단발은 분장실장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고, 보경이가 하고 있는 핀도 특별 제작을 해주신 거에요. 그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살을 뺐어요. 당시에 볼살이 올라온 상태였는데, 그것보다 조금 갸름해야 보경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감량을 2~3kg 정도 했어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살이 더 빠지더라고요. '로스쿨'과 '기적'을 병행하면서 찍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압박감이 생겨서 저도 모르게 먹는 양이 줄었어요. 더 빠져서 5kg가 빠졌죠.
Q. 과거 신에서는 강훈 군과 연기를 했다가 이후에 갑자기 9살 연상 박정민 배우를 동생으로 맞이하게 됐다. 두 배우와의 남매 호흡은 어땠나.
강훈이 생각하면 훈이를 껴안고 울던 신이 생각나요. 그때 강훈이가 너무 잘 울어서 그 감정이 저한테까지 전달이 되더라고요. 그 신이 되게 인상적으로 남아서 오빠랑 이별하는 신을 찍을 때도 도움이 됐어요. 또 신기하게 디렉션이 있지 않았는데 오빠도 강훈이가 저를 안았던 방향으로 똑같이 안더라고요. 그때 혼자 머릿속으로 교차 편집이 되면서 되게 슬펐어요.
강훈이랑 기찻길 건너고, 저녁에는 오빠랑 손잡고 기찻길 가는 걸 찍었는데 그때도 느낌이 이상했어요. '우리 강훈이가 진짜 이렇게 커버렸구나'하는 신기한 느낌이 들었어요.
Q. 박정민 배우와의 케미는 어땠나. 현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오빠라는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있었어요. 양원역에서 오빠와 싸우는 신이 가장 어려웠는데, 그때 오빠가 많이 도와줬거든요. 저는 대사도 너무 많고, 그렇게 오래 감정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원래는 우는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울어야 한다고 해서 촬영장 가면서부터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랬는데 오빠가 '수경아 걱정하지 마, 선배님 연기만 봐도 눈물 날 거야'라고 해줬는데 진짜 그렇게 되더라고요. 또 찍기 전에 오빠가 진정하라고 음악도 틀어주고 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꼽는 연기 대장 순위가 있는데, 거기에 오빠가 1위에 등극했어요. 오빠랑 연기하면서 진짜 '주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느낌은 최민식 선배님 이후로 처음이었어요. 그때부터 오빠를 제 마음속의 연기대장 1위로 꼽았죠.(웃음)
Q. 그렇다면 본인의 연기 순위는?
저는 순위에 없어요.(웃음) 굳이 꼽자면 연기대장 한 200 몇 순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Q. 임윤아 배우와는 한 신밖에 촬영하지 못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임윤아 배우가 이수경 배우와의 신이 적어서 아쉽다고 했는데, 짧지만 임윤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언니와는 정말 한 신밖에 없었고, 홍보하면서 오히려 많이 봤어요. 저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언니는 제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귀엽다 귀엽다' 해주시니까 같이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언니가 정말 잘 챙겨주셨고, 이번에 추석 선물도 보내주셨어요. 아마 한우인 것 같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