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송지효 화상 인터뷰 / 사진: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제공

송지효가 배우 인생 20년 만에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생애 처음으로 도전하는 판타지 소재 드라마에, 짙은 매력의 캐릭터 '마녀' 역을 맡은 것.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대가가 담긴 소원을 파는 마녀식당의 마녀 '희라'가 동업자 진, 알바 길용이와 함께 손님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대가를 받는 이야기다. 송지효는 극 초반 냉혈한 마녀의 모습으로 시작해 점점 진이와의 관계를 통해 서사를 풀어가는 역할로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그런 송지효를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종영 후 화상으로 만났다. 송지효는 마녀 희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우리가 알던 '런닝맨' 속 털털한 모습이었다. 생소한 현장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재미'라 느끼며 한 단계 발전한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만족감으로 가득했다.

Q. 첫 판타지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다. '마녀식당'을 보내는 소감은 어떤가.

사전 제작이라는 걸 처음해봐서 촬영이 훨씬 더 전에 끝났어요. 그러다 보니 완성된 걸 맘 편히 볼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막상 저희가 촬영할 때랑 방송 볼 때 체감하는 게 달라서 시청자 입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죠. 저에게 '마녀식당'의 마지막은 오늘 인터뷰까지예요. 이 시간이 끝나면 정말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 티빙 제공

Q. 국내 드라마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은 마녀 캐릭터를 소화했다.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저도 사실 이 부분을 가장 염두에 뒀던 것 같아요. 마녀라는 존재가 동양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까지 거리감 없이 보여드려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죠. 처음엔 캐릭터적으로 과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많았어요. 저도 마녀라는 틀 안에 갇혀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감독님께서 '마녀 희라는 인간 세상에 공존했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너무 마녀스럽지도, 너무 인간스럽지도 않게 하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제 틀을 깰 수 있었어요.

Q. 원작 소설을 현실로 구현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글로 보는 것과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확실히 차이가 있다 보니 고민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너무 캐릭터적이지도 않고, 너무 평범하지도 않은 어느 선 중간 지점이 저에게는 어려웠죠. 확실히 글로 표현되는 상황과 보여지는 입체적인 부분에서의 온도차가 저에겐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희라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마녀지만 너무 친절하면 안 되고 또 너무 싸가지 없어도 안되고요. 그런 부분을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리액션을 친절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하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Q. '마녀식당'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초반에 오픈되기 전에는 공포물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예고편 나올 때만 해도 그랬죠. 저희 작품은 공포물이나 다크 히어로와는 조금 결이 달라요. 인생을 다룬 휴먼 드라마죠. 희라의 히스토리가 있긴하지만, 결국 인간과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들의 애환을 풀고 그 사연에 공감하는 이야기라서 그런 점에선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Q. 진이와 희라의 관계가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는 큰 반전으로 다가왔는데, 시청자 반응을 보니 어땠나?

진이와 희라의 관계는 이미 소설에 나와 있던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드라마만 보신 분들에게는 큰 반전이었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반전으로 봐주셔서 감사하죠. 저에게는 오히려 희라의 과거가 약간 더 생소했거든요. 소설에 나온 부분이 아니어서 그 부분에서 희라가 이런 과거사가 있었으면 이 정도까지 화가 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전작 '우리, 사랑했을까'에 이어 '마녀식당'에서도 엄마 역할을 맡았다. 결이 다른 모성을 연기했는데?

'우리, 사랑했을까'에서는 워킹맘이고 현실적인 엄마였어요. 그래서 아이랑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을 보는 엄마였죠. '마녀식당' 희라는 엄마라는 게 나중에 밝혀지는 거라서 오히려 엄마가 아닌 척 행동해야 했어요. 사실 드라마가 8부작이라 그런 과정을 점프해서 보여줘야하는 하는 게 어렵기도 했죠. 둘 다 저에게는 공부가 많이 된 작품인데, 딸인 걸 숨겨야 했던 희라의 상황이 연기하기에는 조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Q. 판타지적 캐릭터를 맡아 비주얼에도 많은 신경을 썼을 것 같다.

비주얼적인 부분은 저희 팀분들께 맡기는 편이에요. 저는 내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쓰려고 하는 편이죠. 그저 스태프분들이 잘 만들어주신 걸 제가 잘 어울리게 하는 게 역할인 것 같아서, 제가 노력한 건 열심히 염색하고, 열심히 손톱 붙이고, 메이크업 받는 시간 동안 조용히 있었던 거죠.(웃음) 스태프분들이 정말 디테일하게 생각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Q. '마녀식당' 희라는 거의 매회 요리를 하는데, 실제 요리하는 장면을 소화할 때는 어땠나? 현실에서도 요리를 즐기는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요리 진짜 못합니다.(웃음) 처음부터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저 요리를 진짜 많이 못 한다고요. 요리를 할 때는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화면에서는 요리하는 과정만 보여드리면 되니까 조리 기구를 잘 써서 요리를 잘 해 보이게끔 해야 하잖아요. 저는 기구나 칼을 잘 안 잡아봐서 그런 부분에서는 디테일을 살리려고 신경을 썼죠.

Q. 마지막에 희라가 진이에게 식당을 넘기며 떠난다. 시즌2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저희끼리 장난으로 시즌2에 대해 얘기한 적은 있어요. 제가 딸 진이한테 마녀식당을 넘겼는데, 제가 또 나오는 게 맞을까 싶은 마음도 있고요. 잠깐씩 나오는 거라면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시즌2한다면, 불러만 주시면 당연히 가야죠. 이제는 '진이의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이기 때문에,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할 의향이 있어요.

Q. 그간 예능에서 보여진 모습과 희라는 정 반대다. 배우가 생각했을 때 희라와 닮은 점이 있나?

제가 '런닝맨'을 오래 했지만, 희라가 가진 차가운 부분이 저에게 없는 건 아니에요. 저도 인간이다 보니까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싸가지 없을 때도 있죠. 그런 부분을 부각해서 희라를 했던 거였어요. 오히려 예능에서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기도 했어요. 보시는 분들은 낯설기도 하시겠지만, 저에게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고요. 그렇다고 희라와 제가 100% 같았다는 건 아니고, 그런 면을 부각했을 뿐이에요.

Q.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올 한 해 첫 OTT 주연, 마녀 캐릭터라는 나름의 도전을 했고, 꾸준한 활동으로 '소지효'라는 별명도 있는데, 열일 행보의 비결은 뭔가.

저는 장르를 구분 짓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제가 워커홀릭인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새로운 걸 도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적응하는 과정이 저는 너무 재밌어요. 그걸 더 즐기고 싶어서 계속 이렇게 소처럼 일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야죠.

Q. 배우 생활만 20년이다. 데뷔 때를 돌아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나.

달라진 게 없으면 안 되죠. 예전엔 철도 안 들고 어린 마음에 투정도 부리고, 순간의 감정이 앞섰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제가 하고 있는 이 시간, 이 표현, 이 일들, 그리고 스태프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느끼고 있어요. 또 더 깊이 사랑하는 넓은 마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변하지 않고 더 발전하고 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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