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김서형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요즘 '믿고 보는 배우'가 누군지 묻는다면 김서형을 꼽겠다.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카리스마와 적절하게 촉촉한 눈빛, 그리고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절로 팬이 되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배우다.

그런 김서형을 드라마 '마인' 종영 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마인'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배우 김서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Q. '마인'이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마지막이 잘 나왔더라고요. 저는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찍었는지 몰랐는데, '10% 넘겠다' 하면서 봤어요. 사실 촬영하면서 작품을 챙겨보지 못했어요. 촬영할 때는 대본을 숙지하는 데 정신이 없어서 잠을 잘 못 잤거든요. 세트도 왔다 갔다 해서 이동시간 때문에요. 잘 되고 나니까 기운이 나요.

Q. 잠을 잘 못 잤다고.

잠을 못 자는 것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보영 씨도 저보다 더 힘든 스케줄이었을 텐데 늘 밝아서 저도 현장에서 더 밝게 되더라고요.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상대 배우가 열심히 잡아 온 거 보면서 정신을 차리곤 했죠.

Q. '정서현' 캐릭터 어떻게 구축했나

저는 지금도 연기를 다 모르겠어요.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새롭게 표현해 줘야 하니까, 저에게도 미지수인 캐릭터를 사람으로 형상화해야 한다는 게 늘 똑같이 어려워요. 연기는 계속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다른 연기 패턴에서 내공도 생기고, 그런 점이 매년 달라지거든요. 해봐야 뭐든 늘잖아요.

다른 연기 패턴에서의 내공도 생기고, 그런 점이 매년 달라져요. 연기도 계속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쉬는 것보다 할 수 있을 때 놀지 않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해봐야 우리가 연기든 뭐든 나아지는 것 같고요.

새로운 캐릭터를 하면 직업군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데, 저는 자꾸만 사람으로 표현해서 보시는 분들도 더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Q. 눈빛 연기가 인상 깊었다. 비결이 있나?

잘난 척 같긴 하지만, 제가 눈이 예뻐요. 제 장점인데, 눈빛 연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같은 조명을 써도 눈이 반짝이게 보여서 렌즈 꼈냐는 말도 종종 들어요. 슬프게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슬퍼 보인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나이가 드니까 더 좋게 캐릭터에 맞게, 제가 (제 장점을) 활용할 줄 아는 방법이 생긴 것 같아요.

보기에는 실물이 낫다고들 하시는데 이번 작품에선 제일 제 마음에 들게 나오더라고요. 화면에 실물만큼 안 나오니까 어느 순간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냥 '화면을 잘 안 받나 보다'하면서요. 제 쌍꺼풀이지만, 이걸 수술을 하면 더 정확할까 싶어서 성형외과에 가보기도 했는데, 그런 걸 고민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거로는 오래 못 버틸 것 같고, 어느 순간엔 개성 있는 배우들이 인정받는 걸 보면서 (외적으로) 고민할 거면 그냥 연기에 집중하자는 마음이 들었죠.

Q. 재벌 역할이었다. 제스처나 비주얼 등 여러 부분에서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다.

제가 경험해볼 수 없는 재벌가잖아요. 그래서 '이 정도로 옷을 입어서 과연 될까?'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는 어떻게 사는지 모르니까요. 내용이나 캐릭터에 맞게 쌓아가다 보니까 볼거리가 더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차에 타고 내릴 때, 전화받을 때 제스처나 의상, 헤어, 메이크업 같은 점에서요.

옷도 초반에는 엄청 갈아입어도 된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막상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7~8부부터는 덜 갈아입었어요. 저는 주는 대로 입는 편이긴 한데, 서현이가 워낙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잖아요. 옷 하나를 입고 시어머니도 만나고 시아버지도 만나고 다이닝홀도 가고, 그게 다음 회차까지 연결이 되면 다 똑같아 보일까봐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또 감정에 따라 옷을 새로 고를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효원가에 누가 온다 하면 정장도 입고, 집에서는 그리스 여신 같은 드레시한 것도 입고 했죠.

Q. 동성애 캐릭터를 맡았다. 부담감은 없었나?

멜로라는 당연한 점에 매료가 된 거지 동성애가 특별하진 않았어요. 저는 욕심이 나더라고요. 마지막에 서현이가 효원가 회장이 되고, 또 수지최를 만나러 가는 게 '혼자 다 해 먹네'할 수도 있지만, 그 결과가 미지수일 수 있어요. 서현이가 수지에게 '보고싶어'라고 하는 게, 사랑을 찾으러 가는 건지 찐 우정을 확인하러 가는 건지, 모르잖아요. 잘 헤어지고 왔을 수도 있죠.

효원가 회장이 되기까지는 효원가 사람들이 저에게 연대를 해준 거고요. 서현이는 주체적인 걸 잘 열었고, 사랑이건 우정이건 그 선택을 했을 뿐이에요. 그 안에는 가족의 연대가 있었고요. 너와 나의 주체는 다르지만 우리가 피해 주지 않고 가자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Q. 멜로가 가장 쉽다고?

멜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늘 목말라 있었어요. 그래서 '마인'은 어떤 작품보다도 속 시원하게 끝난 것 같아요. 로맨스 엔딩을 다 보여주는 건 다른 멜로에서 보여주리라 싶었어요. 만약 이성 간의 멜로였다고 해도 저는 정화 씨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했을 거에요. 어떤 멜로가 오던 저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Q. 그동안 멜로 장르 제안이 없었나?

그동안 없었어요. 있었으면 센 캐릭터만 하고 있지 않았겠죠.(웃음) 아예 없지는 않은데, 옛날에 재능기부로 참여한 김영하 소설 원작의 옴니버스 영화도 있고요. '봄'이라는 단편 영화에서도 외유내강 캐릭터의 로맨스 역이었어요.

저는 뭐든 오면 망설이지 않고 하는 것 같아요. 목마름에 대해서 언제 작품을 줄까 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목마르면 내가 찾으면 되지' 하는 편이에요. 다른 배우에게 캐스팅이 갔다가 안 돼서 나에게 오더라도, 저는 하나도 (마음이) 그렇지 않아요. 저에게 오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연기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Q. 걸크러시 매력으로 여성팬들이 많아졌다.

여성팬들이 많아진 부분은 행운인 것 같아요. 커리어 우먼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이게 뭔가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시대에 맞물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사회에 첫 발을 들이는 분들 중에 제 매니아 층이 있었고, 저 또한 늘 아름답게 멋진 사람으로 늙기를 바라지만,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제 안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도 그런 여성상을 원했던 것 같아요. 제가 보여드린 캐릭터에 '멋진 언니', '걸크러시 언니', '인생 선배' 그런 것들이 다 녹아 있었던 것 같아요.

Q. 차기작은?

차기작 정해주세요.(웃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회사에 물어보지도 않았고요. 늘상 차기작이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스카이캐슬' 끝나고 '여고괴담6'을 두세 달 만에 바로 정해버렸어요. 쉬고 싶지 않았고, '스카이캐슬' 끝나고 뭔가 답답한 게 있었거든요. 감정을 절제하고 묻어두는 역할이라 미치겠더라고요. 그맘때 '여고괴담'이 들어왔고, 그 역할 하고 나서 살이 더 빠졌어요.

'여고괴담'하면서 '아무도 모른다' 촬영을 20일 만에 나갔는데, 제가 연기를 통해서 스스로 막 털어내고 하니까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려놓는 나름의 시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마인'을 하면서 해소가 됐던 건 뭐냐면 '멜로'라는 지점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노력한 것도 사실이고요. 이번 작품에서 해소가 돼서 당분간 차기작이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에 비해서는요.

[픽터뷰②] 김서형이 전한 '마인' 이보영·박혁권·김정화·정이서으로 이어집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