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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빈센조' 송중기 "'송반장'? 실제로도 오지랖 넓어요"
송중기가 첫 타이틀롤 작품 '빈센조'로 인생작을 새로 썼다. 게다가 국내에선 보기 드문 마피아 소재에 '다크 히어로' 캐릭터를 맡아 한계 없는 연기력을 뽐냈다.
작품 속 송중기는 이탈리아의 유명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변호사이자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행을 택한 '빈센조'로 분했다. 그는 한국에서 만난 독종 변호사 '홍차영'(전여빈)과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들을 처단했다. 법으로는 절대 징벌할 수 없는 변종 빌런들에 맞선 다크 히어로들의 지독하고 화끈한 정의구현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작품 종영 후 주역 송중기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종영소감
종영 소감 말하기가 제일 싫어요. 끝났다는 거니까요. 이번처럼 21부 대본을 보고 싶었던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인터뷰 안 하고 촬영하러 가면 좋겠어요.(웃음)
Q. '빈센조'에 가장 끌린 점이 있다면.
저는 박재범 작가님이 쓰시는 장르가 되게 하이클래스인 것 같아요. 주성치 감독님의 '쿵푸허슬'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장 쓰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코미디 장르가 베이스에 깔려 있지만, 속 안에 들어가면 정서가 딥하고 페이소스가 강한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빈센조'를 도전했던 가장 큰 이유죠.
Q. 마피아 소재가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캐릭터이기도 한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이랄 건 없었고, 드라마 설정 자체에 동의를 하고 매력을 느꼈어요. '이런 설정이 먹힐까? 너무 오버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의견도 들었었고. 제 개인적으로는 확신이 있어서 부담은 전혀 없었고, 작가님께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설정한 최고의, 적절한 소재였다고 생각해요.
Q. 타이틀롤로서의 책임감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작품 선택하고 초반 촬영할 때만 해도 그런 거에 대한 감흥이 없었어요. 원톱물이라는 거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저는 신경도 안 썼는데 방송이 시작하면서 '아 그렇지 내가 이 드라마 타이틀롤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제 힘으로 끌고 간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해서예요. 오히려 내가 원톱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선택을 안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배우 송중기에게 '빈센조'는 어떤 의미였나.
배우들과 끈끈하게 모여서 찍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제힘만으로 끌고 갔다는 건 틀린 표현 같아요. 이 작품이 저에게 다른 작품과 다른 점이라 한다면, 항상 어려운 현장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하느냐가 다름 점이에요. 현장은 물리적으로 힘들고 시간도 없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주관적인 거지만 이번엔 엄청난 가치를 발견한 현장이라 다른 작품보다 남달랐어요. 제가 너무나 행복감을 느낀 현장이었고, 내가 너무나 부족한 배우로서 부족한 면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작품이기도 해요. 진심 어린 협업이 최고로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느꼈죠.
Q. 작품이 전개될수록 더 샤프해지면서 날카로운 '빈센조' 캐릭터에 더 잘 맞아갔다는 평이 있다. 살을 뺀 건지?
촬영 하다 보니 살이 빠진 것도 있지만, 처음에 잡았던 캐릭터랑 제가 촬영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일부러 살을 더 많이 뺐어요. 제 판단 미스였죠. 다른 이유는 없어요. 초반에는 연기 톤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한 인물일지는 몰랐어요. 점점 후반부 대본을 받으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상상 이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초반에 버렸던 판단을 버리고 캐릭터를 다시 잡았죠.
Q. 그동안 선하고 바른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악인이었다. 연기 변신에 대한 소감은.
저는 변신이라는 생각은 안 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 제 모습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오히려 반가웠어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감독님이 해결해주셨고, 기본적으로 박재범 작가님에 대한 확신이 컸어요. 배우가 이렇게 결이 맞는 작가와 연출을 만나는 게 큰 복이구나, 행운이구나 라는 걸 느꼈죠. 저도 남들한테 들키기 싫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좋은 연출과 작가를 만났을 때 저도 몰랐던 게 나오는 걸 느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쾌감을 느꼈어요. 덕분에 제 깜냥에 비해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아 만족스럽고, 저 나름대로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Q. 현장에서 '송반장'이라 불린다고?
별명이 붙은 건, 그냥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인 것 같아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은 연출하시는 분이 힘들거든요. 저희는 각자 캐릭터를 생각하지만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 스태프들은 저희를 한 명씩 다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요. 그런 의미에서 연출님을 도와드리고 싶었고, 제가 주연 배우다 보니까 선후배를 떠나서 동료분들이 저를 '반장님'이라고 불러주시면서 따라와 주셨어요. 저를 따라왔다기보다는 감독님을 덜 힘들기 하기 위해서 다 같이 모인 것뿐이죠.
원래 오지랖이 많은 성격이고요. 이번에는 제가 (현장이) 좋아서 더 많이 부각된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보이려고 행동하는 편은 절대 아니고요. 너무 좋다 보니까, 실제로 하니까 그렇게 보여진 것 같아요.
Q. 극 중 전여빈 배우와의 케미가 화제를 모았다. 실제 호흡은 어땠나.
전여빈 배우와는 그 어느 배우를 통틀어서 최고로 정이 많이 붙었어요. 가장 호흡이 좋았고 제일 많이 붙어있었거든요. 빈센조와 차영이가 항상 같이 다니다 보니까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죠. 여빈 씨가 심성이 참 좋은 친구에요. 배려심도 많고 같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어우러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천성이 있어요. 여빈 씨의 열정은 다 느끼셨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그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데, 여빈 씨가 춤추는 장면에서 저희 '작두 탔다'고 했어요. 그 에너지는 절대 쉽게 나올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에 전여빈이라는 엄청난 배우의 시작을 함께해서 영광이고, 앞으로 제가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배우가 될 거예요. 몇 년 지나면 제가 '그때 여빈이랑 연기해서 영광이었다'라는 말이 와닿을 것 같아요.
Q. 19회 롱테이크 액션신이 인상 깊었다. '올드보이'를 연상케 하던데?
저는 준비 과정이 심하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실제로 저희 무술감독님이 '올드보이' 복도 신에 등장하시는 분이기도 해요. 제가 최고로 믿는 무술감독님이라 신뢰가 깊어서 시키는 대료 했어요. 워낙 준비를 철저히 해주셔서 저는 어렵지 않았고, 이 자리를 빌려서 무술감독님께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독님이 워낙 베테랑이시라 이 액션이 왜 나와야 하는지를 알고 하시는 분이라 시너지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Q. '빈센조'를 무사히 마쳤다. 올해 계획은 어떤가.
올해 계획까지 거창하게 말씀드리기는 쉽지가 않아요.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일적으로 8개월 동안 달려서 쉬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보고타'라는 영화를 못 마쳐서 이번 달 말부터 준비를 할 것 같고, 그 이후로는 차기작을 어떻게 할지 영화 촬영하면서 결정이 날 것 같아요. 너무 하고 싶은데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 생기면 쉬지 않을 생각이에요. 저도 이런 사태가 처음인데 (코로나19로) '보고타' 촬영이 중단됐기 때문에 주연 배우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작품 잘 끝내는 게 올해의 최고 계획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