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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강하늘 "썸탈 땐 '영호'처럼 애매모호하지 않아요"
다양한 청춘의 옷을 입어 온 강하늘이 이번엔 2000년대 아날로그 감성을 가득 품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남녀의 이야기다.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 낮은 약속을 한 이들은 애틋한 마음을 나누며 감성 무비를 펼쳐낸다.
극 중 강하늘은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는 청년 '영호'로 분했다. 매일 같은 일상 속 문득 떠오른 기억 속 친구 '소연'을 수소문해 그녀에게 손편지를 보낸다. 그의 편지를 받은 건 소연의 동생 소희. 영호는 답장의 발신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편지를 기다리며 일상의 생기를 찾아간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개봉 전, 강하늘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황용식' 같기도 하고, '영호' 같기도 한 실제 강하늘은 화면에서도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Q. 청춘을 대변하는 여러 캐릭터를 맡아왔는데,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는 그간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청춘을 연기했다. 청춘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가 있나.
청춘이라는 그 정의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떤 청춘의 얼굴을 보여드리고자 그런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하나입니다. 제가 앉은 자리에서 대본을 다 읽게 되면 보통은 다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거리낌 없이 상상할 수 있다는 거고, 그만큼 몰입감이 있다는 뜻이잖아요. 저는 재미가 있다면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런 게 바로 청춘에 관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Q. 극 중 '영호'는 연애에 있어서 순박하고 꾸밈이 없는 인물이다. '동백꽃 필 무렵' 속 '용식'과 비슷한 결이기도 한데, 어떤 차이를 두려 했나.
개인적으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이 작품과 전 작품을 전략적으로 다르게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할만한 머리는 없거든요.(웃음) 제가 했던 캐릭터다 보니까 비슷하다는 느낌이 당연히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슷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저는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에 충실히 하는 게 그런 걱정을 타파할 수 있는 정공법이 아닐까 싶어요.
Q. 영호를 연기하며 배우의 20대를 많이 반영했다고 했다. 실제 강하늘과 영호의 가장 닮은 점과 다른 점을 꼽자면?
닮은 점은 공부를 못했다는 거.(웃음) 제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3수, 4수, 5수까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영호가 아버지 밑에서 공방 일을 하고, 감각적인 게 있는 인물인데 저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그저 공방과 어울리는 그 느낌을 갖고 싶기는 해요. 공방이라는 걸 기술로서 작업장을 차린다는 영호의 꿈은 고집도 있어야 하고, 나름의 철학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고집에 대한 부분이 저랑 닮은 것 같아요.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그래도 연인 관계가 진행되기 전에 썸 단계에서는 그럴 때 애매모호하지는 않아요. 저는 확실한 편이에요.(웃음)
Q. 천우희 배우와는 실제 만나서 호흡을 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연기할 때 감정적인 표현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전 오히려 좋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데 감정적인 촬영을 하다 보니 더 자유로워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표현할 수 있는 것에 한계치가 없어지는 느낌이랄까요. 1, 2, 3단계를 촬영하고 서로 톤을 맞춰보는 신도 꽤 있었고, 그래서 제 머릿속에서 창의력이 많이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고민이라고 하면, '우희 누나가 이렇게 하실지 모르니까 이게 맞을까?' 하는 거였는데, 감독님 믿고 촬영했어요.
Q. 강소라 배우와 '미생' 이후에 오랜만에 만나셨는데 호흡 맞춰보니 어땠나.
일단 소라랑 '미생' 때 만나서 친구가 됐는데 그때랑 달라진 점은, 보고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연기를 하는 모습, 맡은 바를 충실히 하는 책임감 그런 걸 이뤄낼 수 있는 재능, 그런 게 진짜 배울 게 많은 친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도 그렇고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현장에서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미생' 때는 열심히 하고 잘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현장에서 즐기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서로서로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Q.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가 직접 경험한 '기다림'이 있다면?
제가 뭔가를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지금 재밌자'하는 성격이라서요. 대학교 합격자 발표 때 조금 기다림이 있었고, 그리고 전역을 아주 많이 기다렸죠.(웃음)
Q. 극 중 영호의 손편지를 직접 쓰셨다고.
제가 명필은 아니라서 기사로 나가면 좀 민망할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가이드를 주셨어요. 실제로 손글씨를 쓰니까 연기 톤이 잡혔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런 글을 쓸만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Q. 대사 중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하는지'가 있었는데, 배우에게도 이런 고민을 했던 경험이 있나. 또 그 선택의 결과에는 만족하나.
최근 십 년 안에는 이런 생각을 안 한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도 뭔가 고민하기 전에 일단 하는 게 먼저인 것 같거든요.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오더라고요. 그 일로 인해서 좋은 일들이 벌어지고요.
Q. 언론시사회에서 천우희 씨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고 말했었다. 천우희 씨의 전작 중 깊은 인상을 받은 작품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번에 촬영하며 어떤 점에서 천우희 씨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느꼈는지.
저는 '한공주'도 정말 좋았고, '곡성'도 있고, '써니'도 좋게 봤었어요. 우희 누나가 나오면 화면이 좋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누나의 팬이어서 그렇다기보다, 누나가 화면에 나오면 화면이 갖고 있는 힘이 커지는 느낌이에요. 무게감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같이 촬영하면서 더 느꼈죠.
Q. 미담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이런 질문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살지는 않았어요. 그냥 살아가고 있는데 '라디오스타' 제작진분들이 미담을 장착해주셔서 고맙고 감사할 뿐이죠. 신경 쓰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못 했고, 오히려 조금 더 나답게 생활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식어에 짓눌려 있는 건 아니에요.
Q. 작품 하지 않을 때 사람 강하늘의 일상은 어떤가.
정말 정말 간단해요. 저는 집에서 멍 때리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거든요. 가끔 제가 관찰 예능에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 그냥 책 읽고 다큐 보고,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멍 때리고 창밖 보는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관찰 예능을 할 때 민폐다 싶을 정도예요.
Q. 차기작도 확정한 상태다.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또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해피뉴이어'는 현대 사회에 지친, 그 지침이 극에 달한 인물이에요. 이제 막 공개된 거라 더 설명하긴 힘들고, 현실에 치이고 밟혀서 극도로 몰려있는 친구예요.
저는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그런 느낌을 딱히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잔잔한 감성에 갈증이 있었다고 한 건, 관객으로서도 요즘 나오는 작품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런 감성의 영화가 대중성이 조금 떨어지다 보니 못 나오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해보니 그런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금 더 내가 머릿속으로 감정적인 리프레시를 할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냥 작품이 재밌으면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