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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설경구가 말한다…#변요한 #이정은 #이준익감독
"짱뚱어가 볼을 부풀려줘야하는데,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스태프들이 손가락만한 짱뚱어 한 마리에 매달렸는데요. 딱 한 번 볼을 부풀려줬어요. 그것때문에 다같이 즐거워하고, 박수치고, 환호하고. 그런데 두 번은 안하더라고요."
배우 설경구가 '자산어보'의 촬영 현장을 떠올리며 웃음지었다. 그가 이준익 감독과 처음 만난 영화 '소원' 때와는 전혀 다른 현장이었다. '자산어보'의 현장은 자연으로 둘러쌓여있었고,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설경구는 정약전의 옷을 입었다. 영화에는 정약전(설경구)이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창대(변요한)와 가거댁(이정은) 등을 만나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설경구는 "'자산어보'는 변요한의 여태까지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을 모두 마치고 변요한에 대해 물었을 때 했던 말이다.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변요한이 '자산어보'라는 작품을 너무 좋아했어요. 자기 촬영이 다 끝나도 숙소에 가지 않고, 현장에 있었어요. 누더기 같은 옷을 너무너무 사랑했고. 분장한 자기 모습을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좋은 필모를 만들어가겠죠"라고 말했다.
'자산어보'의 현장은 앞서 말했듯 자연에 녹아있었다. 설경구는 "숙소가 집성촌처럼 모여있었거든요. 가운데에 마당이 있고, 밥상이 있고요. 이정은 씨 방 앞에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요. 마당에서 시 낭송회도 하고요. 그런 곳이었어요. 맨발로 걸어다니며 하늘을 보는 너무너무 편안한 곳이었어요"라고 당시를 기억한다.
가거댁 역을 맡아 정약전(설경구)과 흑산도에서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되는 이정은과는 대학교 시절부터 알고지냈던 사이다. 설경구는 "서로 개인적인 일까지 많은 부분을 알고 있고, 워낙 친분이 두터웠던 사이"라고 이정은에 대해 말한다. 그는 "영화를 처음한거지 졸업하고 '지하철 1호선'도 같이 했었고요. 꾸준히 이어온 관계가 있어서 너무 편하고, 든든하고, 감사했죠.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배우예요"라고 고마움을 전한다.
정약전과 가거댁의 로맨스는 어깨 멜로씬으로 함축된다. 설경구는 "사실 좀 더 길게 찍었는데, 감독님께서 더 길게 보여주면 너무 장난스럽게 보일까봐 정리하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깔끔하고 담백하게 끝났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정은 배우이기 때문에 서로의 어깨를 치면서 편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이준익 감독과는 두 번째 호흡이다. 첫 번째 작품은 '소원'이었다. 설경구는 초등학교 등교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 딸(이레)을 마주하는 아빠 역을 맡았다. 아프고 힘들었다. 당시 이준익 감독은 어린 나이의 이레가 혹시라도 내상을 입을까 염려하며 그를 챙겼다. 설경구는 "그 아픈 작품을 찍으면서도 감독님은 균형을 맞추느라 노력하셨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자산어보'에서는 달랐다. 설경구는 "촬영할 땐 열심히 하고, 쉬는 날은 유유자적 자연을 즐겼던 것 같아요"라고 현장을 회상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우정출연으로 잠깐 채운 '자산어보'의 촬영 현장이 "행복했다"고 말한 배우 류승룡과 최원영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이준익 감독님은 되게 편하게 해주시는게 있어요. 특히 배우들을"이라고 말했다.
"사람에 대해 말씀하실 때, 그 사람의 장점을 포장해서 말씀을 잘 해주세요. 배우의 큰 무기는 연기력이 아닌 자신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자신감을 잘 불어넣어주세요. 이준익 감독님과 또 같이 하고 싶은 이유가 그게 아닐까 싶어요."
한편,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등의 호흡이 담긴 영화 '자산어보'는 오는 3월 3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