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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①] 한지은 "선영이와 닮은 점? 겉으론 당찬데 속으로는 쫄보죠"
'멜로가 체질', '꼰대인턴'에서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한지은이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180도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작품 속 한지은이 연기한 '오선영'은 사랑 앞에 가식 제로인 고등학교 체육교사다. 전작에선 엉뚱한 매력의 캐릭터를 보여준 한지은은 허당미를 걷어내고, 걸크러시와 쿨함을 넘어 히스테릭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런 한지은을 '도시남녀의 사랑법' 종영 후 화상으로 만났다.
Q. '도시남녀의 사랑법'과 '오선영'을 떠나보내는 소감.
오선영이라는 친구는 저한테 설렘을 준, 감사한 친구예요. 새로운 캐릭터로 시청자분들을 찾아뵐 수 있게 해준 친구라 연기하면서 저도 설렜었는데, 떠나보내기 아쉽기도 하죠. 저희가 짧은 포맷이다 보니까 선영이를 길게 가져가지 못한 부분이 아쉽지만 되게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Q.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진행되는 게 독특했다. 어떤 점에 매료돼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선택했나.
다큐 형식으로 된 게 저에게도 낯설기도 하면서 생소하고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도시남녀의 사랑법'이 어쨌든 내용 자체가 사랑 이야기잖아요. 사랑이 극적이라기보다는 정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경험, 일상에서의 사랑 이야기들이 여러 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게 재밌었어요. 제가 워낙 정현정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이기도 했고, 감독님도 좋아해서 '이 작품 믿고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죠.
Q. '오선영'은 그동안 한지은 배우가 보여준 어떤 캐릭터보다도 가장 매력 넘쳤던 것 같다. 나름대로 도전이었을 텐데, 어떤 점에 중심을 두고 연기했나.
선영이가 저한테는 도전이었어요. 이전에 보여드린 캐릭터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의 친구였거든요. 선영이가 매력이 있다고 느낀 부분은 쿨하고 강해 보이고 걸크러시가 있는데, 하는 행동이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외로움도 많고 되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린 마음이 가득한 친구예요. 기본적으로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요.
선영이 안에는 여린 내면이 있는데 겉으로는 강해 보이는 게 진짜 강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비추고 싶지 않아서 찾아낸 자기만의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잘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 보이지만 조금 어설퍼 보이고, 조금은 약해 보이는 그런 느낌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어요.
Q. 스스로 생각 하기게 선영이와의 싱크로율은 어떤 것 같나.
일단 퍼센티지로 보면 60% 정도 닮은 것 같아요. 선영이가 겉으로는 강인하고 독립적으로 보이고, 쿨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자아성찰을 하고 소심한 면도 있는 친구잖아요. 그런 부분이 저랑 닮은 것 같아요. 저도 생각보다 소심하고 생각도 많고 쫄보인 면도 있거든요. 그런 걸 겉으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반면에 다른 점은 선영이는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 솔직하게, 참지 않고 다 표현을 하잖아요. 저도 솔직하게 표현은 하는 편인데, 선영이 만큼 당차지는 못한 것 같아요. 선영이가 헤어진 전남친들한테 옷 다 벗어 하는 건 괜한 히스테리가 아니라 그 순간까지 '나 사랑해줘'하는 외침으로 느껴졌어요. 만약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저는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눌렀을 것 같아요.
Q. 선영이와 강건은 현실적인 이유로 이별한 캐릭터다. 매력 있는 커플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워하는 시청자 반응도 있더라.
건이랑 선영이를 응원해주시고 예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엔딩에 대해서는 제가 아직까지 이뤄지는 로맨스를 해보지 못해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쉽지만, 내용적으로 봤을 때는 저도 되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선영이가 멋진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건 개인적인 마음으로, 내용적으로는 아주 만족했죠. 선영이가 자아성찰을 하고 자신이 더 성숙해져야 한다는 걸 알고 내린 판단이기 때문에 멋지다고 생각해요.
Q. 본인과 다른 선영이를 연기하며 통쾌함도 있었을 것 같다.
좀 시원하긴 했어요. 선영이는 속내를 꾸밈없이 끄집어내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잖아요. 정말 그러고 싶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내 마음처럼 안되는 순간에 겉으로 다 내비치고 싶고 터트리고 싶은. 저는 그런 걸 절제하고 참고 사는 부분이 많은데 선영이는 그렇지 않아서 제가 살면서 표현해보지 못한 걸 해볼 수 있어 시원했어요.
Q. 시즌2가 제작된다면 선영과 강건은 이루어질 것 같나?
당장 가까운 미래에 있어서는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지 않을까 싶어요. 선영이도 남자들에게 기대기도 하고 건이랑 헤어지고 나서도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건이같은 사람이 없었잖아요. 건이는 특별한 사람이었죠. 그런 사람을 큰 다짐으로 떠났기 때문에 '연애 휴전'이라는 말처럼 휴전의 상태로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성숙에 집중하며 살고 있을 것 같아요.
Q. 박신우 감독, 정현정 작가의 만남으로 '로맨스 드림팀'이라고 불리는 현장이었다. 분위기는 어땠나.
애초에 제가 두 분의 팬이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용기를 많이 주셔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용기를 주신 것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제가 해석한 선영이에 대해 믿고 맡겨주셨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든든했고, 제가 고민하는 지점이 있을 때 아낌없이 조언해주시고 생각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선영이가 조금 더 매력있는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또래 배우들과 합을 맞춰서 현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
경수랑은 '우리 나중에 다시 꼭 같이하자'는 말을 했을 정도로 너무너무 즐겁게 촬영을 한 고마운 파트너였어요. 경수가 원래 전 작품들 보면 강한 역할을 주로 했던 친구였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부끄러움도 많고 내성적이고 재밌더라고요. 연기할 때 개그 욕심도 많고요. 저랑 연기하면서 붙는 신을 찍을 때 서로 누가누가 더 웃기나 이런 대결을 하면서 촬영을 해서 정말 재밌었어요.
지원이는 기본적으로 너무 착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고, 되게 단단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장에서도 그런 부분이 되게 많이 느껴졌거든요.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주연이는 사람을 처음부터 편안하게 해줄줄 아는 능력이 있어요. 저는 낯을 가리는데 주연이는 낯을 하나도 안 가려서 먼저 다가와서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제 마음을 열게끔 해줬어요. 그런 부분들이 너무 고마웠고 덕분에 고맙게 촬영했죠.
창욱 배우 같은 경우는 되게 장난기가 생각보다 많고 유쾌하더라고요. 주변을 되게 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면서 이끌어 가는 그런 걸 잘하는 것 같더라. 그런 부분들이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고, 민석이는 워낙 끼도 많고 재간둥이 같은 느낌이었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요. 연기할 때는 누구보다 고민이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더 좋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