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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송중기, 이혼 직후 촬영한 '승리호'…'자포자기'에 담긴 의미
"처음에 대본을 보고 태호를 떠올렸을 때, '자포자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촬영할 때 송중기라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비슷했다."
지난 2일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송중기가 말했다. 영화 '승리호' 촬영이 지난 2019년 여름에 진행됐으니, 배우 송혜교와의 이혼 직후 촬영 현장에 복귀한 작품이기도 하다. 송중기는 캐릭터 태호에 담긴 '자포자기'에 대해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속내를 전했다.
"말 그대로였던것 같고요. 태호라는 캐릭터에 제가 그 단어를 쓴 건 실제로 그랬던 거고, 그 당시 비슷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개인사라서 그냥 여백의 미를 남겨두고 싶네요."
송중기가 맡은 태호는 변화가 큰 인물이다. 비시민권자를 잡는 UTS(Utopia Above The Sky) 기동대 에이스에서 우주 청소선 조종사가 됐다. 자신과 닮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어려웠어요"라고 말한다.
"제가 너무 단순하게 접근해서 어려웠던 것 같은데요. 뒤에가서는 고민이 풀렸어요. 딸가진 아빠 역할을 안 해봤는데 '대중이 제가 보여주는 아빠 역할을 보여줄까?'라는 고민도 컸던 것 같아요. 정작 아빠 역할을 한다는 것에 부담감도 고민도 없었는데, 준비하면서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제 접근방식이 잘못됐던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유)해진 형, (진)선규 형, (김)태리랑 이야기하면서 많이 풀린 것 같아요. '이랬던 태호가, 이래서 바뀌었다'고 생각해서 막힌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태호는 그대로였는데요.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원래 그런 인물인데 큰 에피소드로 인해서 잠깐 정체된 인물이지, 변한 인물이 아니라고 결론이나더라고요. 대신에 영화적으로 태호의 서사가 짧게 표현되어야 해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콘트라스트를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승리호'의 현장은 따뜻했다. 송중기에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현장이 이렇게 행복한 곳"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셋 다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이건 아마 넷 다 똑같이 느꼈을텐데요.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 만나는 날부터 그랬고요. 촬영하면서 저희가 너무 친해져서, 장난을 많이 치는 바람에 감독님께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제가 했던 작품 중에 가장 배우들과 터놓고 촬영을 하고, 지낸 작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넷이서 고스톱 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그만큼 부담을 가진 장면이었고요. 그런데 다들 결론적으로 '잘 풀렸다'고 이야기했어요. 업동이는 사실 로봇이잖아요. 숫자를 이야기할 때 억 단위든 조 단위든 정확하게 이야기해야하는게 맞고요. 그런데 업동이는 '그게 얼마였더라, 2만 5천원 정도였나?'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유)해진이 형 아이디어였어요. 업동이가 원래 현장에 없어도 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걱정했는데요. 형이 현장에 나오면서 알맹이가 많이 찬 건 사실인 거 같아요. 업동이가 다했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런 반응도 많더라고요."(웃음)
'승리호'가 공개된 후 쓴 소리도 이어졌다. 태호(송중기)와 딸의 서사를 두고 신파라는 반응이 이어졌던 것. 송중기는 "그런 부분이 좋다고 들은 적도 있고, 아쉽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고요. 좋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고요. 여러 반응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라며 이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였을 때, 다양한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더 귀기울여 들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 성격이 달콤한 말을 하는 사람보다 쓴소리 하는 사람의 말을 더 들으려고 하는 편이라서요. 그런 반응이 있으면 더 보려고 하기도 하고요. 솔직한 리뷰에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넘기는 편이에요. '승리호'를 선택한 이유의 8할 이상이 조성희 감독이라는 사람이라서요. 그게 조성희 감독님의 색깔인 것 같아요. 그 색을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고요. 좋아서 선택한거라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한 것 같아요."
'승리호'를 연출한 조성희 감독은 송중기와 '늑대소년'으로 만났다. '늑대소년'은 두 사람에게 모두 상업영화의 출발선이었던 작품이다. 조성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도 송중기는 변함없이 한결같이 밝고 에너지 넘치고 온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송중기 역시 조성희 감독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져도, 겉과 속이 다르면 제가 문드러진다고 생각해서요.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감독님께서 과분하게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감독님이 그대로세요. 제가 '늑대소년'에서 맡은 철수 역이 지금도 감독님 자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을 약 10년 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순박하고, 여전히 말도 없고, 여전히 쑥쓰러움도 많고요. 감독님께서 그대로이셔서 저도 그대로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송중기는 드라마 '빈센조'로 대중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송중기는 '승리호'에 이어 '빈센조' 역시 "더했으면 더했지, 덜함이 없는 행복한 현장"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다. 그것이 정말 되게 큰 행복이구나. 이런 것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라는 송중기는 '승리호' 시즌2가 나온다면 함께할 생각이 있을까.
"그런 계획이 있다면, 하루 빨리 내부에서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건 없어요. 이런 질문과 반응이 온다는 것 자체가 그래도 어느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솔직히 기분이 좋네요. (김)태리, (진)선규 형, (유)해진이 형, (조성희) 감독님 모두 워낙 마음이 잘 통하는 분들이셔서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생긴다고 하면, 다른 분들은 모르지만 저는 적극적으로 환영이고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