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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염혜란, '빛과철'로 영광을 '동백꽃필무렵'으로 자존감을 '경이로운소문'으로 다짐을
배우 염혜란과 만남의 시작은 사람마다 다를 거다. 하지만 한 번 염혜란을 알게되면, 그의 행보를 눈여겨 보게되고, 귀담아 보게 될 거다. 염혜란은 작품을 통해 여전히 성장형 배우이기 때문일 거다.
영화 '빛과 철'의 개봉을 앞두고 배우 염혜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빛과 철'은 교통사고의 진실을 묻는 작품이다. 그 사고로 인해 희주(김시은)의 남편은 사망했고, 영남(염혜란)의 남편은 의식불명 상태다. 영남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남편을 간병하는 것과 딸 은영(박지후)과의 삶에 지쳐버린 인물이다. 그래서 진실에 고개를 돌려버린다.
"모드 것을 갈무리 하지 않고 덮고 살아온 여자거든요. 그 덮은 것이 고의적이고 의도적이라기보다 갑자기 닥친 위기 속에서도 커가는 딸과 함께 살아내야 하는 인물이라 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봄이 오기 전에 얼음 밑에 잔잔히 흐르는 물처럼 계속 버텨낸 인물로 생각했고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외면적으로 보기에는 단단한 얼음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는 물이 흐르고 있어서 누가 건드리기만해도 깊은 물속으로 빠지게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느낌이요."
'빛과 철' 속 영남은 염혜란에게 영화계에서 처음으로 배우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활동했던 연극무대에서도 상을 받았고, TV 드라마 부문에서도 인정 받았지만, 영화 부문에서 처음 얻게 된 인정은 그에게 소중했다.
"영화로서는 처음 받는 상이었어요. 너무 감격적이었고요. 처음 받는 상이 전주영화제에서라 좋았어요. 제가 전주라는 고장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소소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고, 작은 영화지만 밤새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요. 그런 영화제에서 저에게 상을 주셔서 뜻깊고 영광이었죠."
염혜란은 작품 속 캐릭터마다 다른 인상을 준다. 그 격차가 마치 '다른 사람' 같다는 인상을 심어줄 정도다. 이에 염혜란은 과거 자신이 겪었던 '경이로운' 경험을 이야기한다.
"예전에 연극 '차력사와 아코디언'이라는 작품 속에서 써니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 연기할 때 강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써니가 와서 제 옆에 와있어서 저를 보고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는데요. 그 이후로 맡은 인물이 작품 속 인물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현재 어디에서 삶을 살고있는 사람의 인물이라고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사람이 와서 제 연기를 볼때, '다 거짓말이 아니구나, 내 모습을 닮아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어디서 진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 저를 보고있다는 생각을 해요."
과거 염혜란은 인터뷰에서 '동백꽃 필무렵'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마음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
"과거 선배들이 자존감이 낮은 캐릭터를 한다고, 너까지 자존감이 낮아지면 안된다는 말을 해줬어요. 어떤 면에서는 소외된 사람들, 외로운 영혼들을 바라보는 것이 연극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제가 '배우 염혜란'에게 한계를 지어준 것 같아요. '이런 건 잘 못할거야'라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너는 고학력자에, 사람을 부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이 움직이게 하는 역할들은 못할거야' 라고요. 스스로 한계를 지어놓았던 것 같아요. 두려움이 컸거든요. 보는 분들이 공감을 해줄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모두 제가 만들어놓은 벽이라는 거죠. 그런 한계를 밖에서 정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불만을 가졌었는데, 지나고보니 '내가 만든 벽이었구나' 이런 것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높아진 느낌이 들었어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염혜란은 10대 팬이 많아졌음을 느끼기도 한다. 주변에서 "10대 아들을 둔 친구들의 전화"와 사인 요청이 이를 느끼게 했다. 사실 '경이로운 소문'의 성공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소문'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실지 몰랐어요. 이런 일을 겪으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더 매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예상하는 것과 벗어나는 직업이잖아요. 제가 예상하는 것이 틀릴 수도 다를 수도 있고요. 잘될 것 같지만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이런 부분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예상보다 더 잘됐을 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온도보다 다른 온도로 보고 계시는 구나'를 느끼게 돼요. 그런 점들이 즐겁기도 하고요. 매순간 '어떤 작품이든 충실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고요. 저는 워낙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을 좋아해서 쉬고 싶다가도 마음이 두근거리는 작품을 보면 하고 싶고, 그런 것들이 끌려서 또 하고 싶고 그래서 끊임없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경이로운 소문' 시즌2는 계획 중에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배우들의 일정도 그렇고, 무엇보다 대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염혜란은 그 사이에 배우들이 싸워서 무산될 수수도 있다는 농담으로 배우들이 얼마나 '경이롭게' 끈끈해졌는지를 느껴지게 했다.
"차기작으로 jtbc 드라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경찰로 나와요.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대는 마시고요,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