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고민시 화상 인터뷰 / 사진: 미스틱스토리, 넷플릭스 제공, 조선일보일본어판DB

'리틀 김민희', '마녀' 속 여고생 등 수식어를 가진 고민시가, 이젠 자신의 이름 세 글자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속 고민시는 부상을 당해 발레리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이은유' 역을 맡았다. 양부모의 죽음 후, 아파트 그린홈에서 오빠 은혁과 살던 은유는 갑자기 의문의 괴물들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Q. '스위트홈'이 넷플릭스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를 예상했나?

오픈 전부터 잘 될 거라는 예상은 했어요. 그런데 제 캐릭터가 사랑받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 모든 건 많은 분들이 공을 들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초반에는 호불호가 있었지만 시간 지나면서 좋은 반응을 많이 해주셔서 감독님과 배우들 모두 기뻐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인기 실감한 순간은, 최근에 잠깐 카페를 간 적이 있었어요. 이브날이라 커플분들이 많았는데, '스위트홈보자'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듣고 '파급력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게다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팬분들이 제 SNS에 댓글도 달아주시고, 제가 극 중에서 보여줬던 제스처를 따라 하는 인증샷을 올려주시는 걸 보면서 저를 사랑해주시고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껴요.

Q. 은유는 까칠하고 냉소적이지만 따뜻한 속내를 가진 인물이다. 고민시 배우가 은유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은유는 진행될수록 서서히, 은은하게 성장해가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초반에 1부부터 5부까지 대본이 나왔을 때는 은유의 행동이나 리액션이 많이 까칠하고 감정 표현이 서툰 캐릭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후반 6부부터 10부까지 녹아드는 은유를 보면서, 초반과 극 후반이 좀 대비돼서 보이려면 초반에 어느 정도 까칠함을 잘 표현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거미괴물이랑 싸우고 난 후 은혁과의 붕대 신이나 은혁의 안경을 고쳐주는 신에서는 서서히, 디테일한 감정선을 살리면서 하려고 분석했죠.

Q. 등장 신부터 발레를 보여줬다. 단기간에 배우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소화했나.

은유 캐릭터가 많이 각색이 됐는데, 감독님께서 '무용했던 친구라서 등장 부분이 임팩트가 있으면 좋겠어. 발레를 열심히 연습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촬영 들어가기 2개월 전부터 발레 레슨을 받아서 총 7개월 정도 배웠죠. 촬영 틈틈이 연습도 했고, 아티스트분께서 모습을 잘 잡아주고 이끌어주셔서 발레 신이 나름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Q. 국내 작품에서는 흔치 않은 장르인 만큼 원작 웹툰뿐 아니라 여러 작품을 참고했을 것 같다.

작품 준비할 때는 항상 개인적으로 잡아 놓고 캐릭터를 구축하는 부분이 있어요. 작품을 보고 비슷한 캐릭터의 부분을 찾는다던지, 제 주변에 비슷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제 색깔을 넣어가는 것도 있고요. 이번에는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잡았다기보다는 제 안에서 분석을 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려고 했어요. 유심히 봤던 작품은 '버드박스'에요.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공포감 위기감을 많이 배우려고 했죠. 개인적으로 할리퀸 캐릭터도 많이 참고를 했어요. 어찌 보면 강렬하고 표현이 셀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매력적일 수 있을까 고민했죠.

Q. 은유를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 있다면?

감독님께서 제일 많이 말씀해주셨던 게, '은유는 너가 갖고 있는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과 연기할 때 에너지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애드리브를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어요. 대사에 국한되지 않고 리액션이든 해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런 '날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고, 사실 다소 과격한 표현들이 있지만 최대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던 게 어렵기도 했어요.

특히 감정신은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했어요. 감정신이라는 것 자체가 배우들한테 쉽게 나올 때도 있지만, 시간이 길게 필요한 경우도 있거든요. 이때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지지해주시고 기다려주셨어요. 안 나올 법한 감정인데도 계속 촬영 감독님과 이응복 감독님이 카메라 체크를 해주시는 걸 보고, '이래서 이응복 감독님이시구나' 했죠. 단순하게 감정을 뽑아내는 것보다 리얼한 감정을 이끌어주신다고 생각했어요.

Q. 이응복 감독에게서 고민시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들은 게 있나?

제가 스위트홈 오디션을 봤을 때 세 가지 역할을 열어 놓고 오디션을 봤어요. 감독님께서 '어떤 거 하고 싶냐'고 하셔서 처음에는 유리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고 했었죠. 웹툰 원작을 봤을 때 두건을 쓰는 게 강렬해서 제가 하게 된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아니야 너 그거 하지 말고 은유해. 괜찮겠어? 발레도 해야 하고 대사가 많고 분위기를 환기해 줘야 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은유를 하게 됐죠.

비하인드로 들은 이야기지만 '오디션을 봤을 때 너처럼 재밌게 한 친구는 너밖에 없어서 은유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마녀' 때부터 인상 깊게 봤었다'는 말을 듣고 힘을 얻어서 준비했죠.

저에게 '스위트홈'은 모험 같은 부분이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장을 여는 괴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축복 같았어요. 그래서 물론 신인이지만 신인답지 않게, 선배님들과 역할에 잘 녹아들어서 200%, 300% 준비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죠.

Q. 또래 동료들과 호흡하면서 자극을 받은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송강 씨와 다시 연기하면서 '많이 발전을 했구나', '차현수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의 디렉팅을 잘 흡수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죠. 도현 씨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건데, 목소리, 이미지, 눈빛, 발음이나 발성, 특유의 분위기가 강한 친구라는 걸 느꼈어요. 옆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호흡이나 이런 부분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붙였던 규영 배우님도 정말 좋았어요. 지수 언니가 오열하는 신이 있었는데, 제가 그 촬영을 할 때 옆에 있었거든요. 그 눈물을 폭발시키기 위해서, 규영 언니가 남희랑 했던 대사를 계속 되뇌며 감정신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에 들어갔을 때 폭발해서 나오는 감정들을 보고 '집중력이 대단하다' 싶었죠. 규영 언니만이 가진 연기 톤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분들도 그걸 잘 봐주신 것 같아서 저도 기쁘고 배울 수 있었어요.

Q. 선배들과의 촬영은 어땠나?

사실 진욱 선배님 같은 경우는 워낙 평상시에도 스윗하시고 제작진들 후배들과 친하게 활발하게 지내시는 편이라 촬영 전에도 친해지는 속도가 빨랐어요. 온전히 진욱 선배님의 몫이 컸던 것 같아요. 실제로 연기할 때도 유독 진욱 선배님과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편하게 이끌어주셨어요. 저는 그 호흡에 맞추기만 해서 감사할 따름이죠.

시영 선배님과는 많이 붙는 신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제가 그린홈 생존자들, 시영 선배님과 붙는 신이 약간 있는데. 그때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어요. 시영 선배님 같은 경우는 액션을 하시는 걸 실제로 보지는 못해서 메이킹과 하이라이트를 보고 '하나의 작품과 맡은 역할에 충실히 녹아들었다'는 걸 느껴서 많이 배웠죠. 저도 시즌2에서는 멋진 액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꼭 하고 싶어요.

Q. '마녀' 이후 불과 2년 사이에 훨씬 성숙한 이미지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1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마녀'에서 붙여진 여고생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었어요. 탈피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고요. 그래서 외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서 성숙한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다른 매력이 보여질 수 있도록 다이어트도 신경을 썼어요.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는 제가 이전에 보여줬던 센 캐릭터와는 상반된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안에 있는 많은 노력을 발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Q. 연기자로서의 롤모델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장만옥 선배님을 좋아해요. 홍콩 영화를 좋아하는데 '첨밀밀'이라는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고 연기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어요.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의 작품을 보면서 여성이 주체가 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Q. 도전하고 싶은 장르

이번에 미스터리물, 크리처물을 하게 됐는데 제가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과 이미지로 미스터리와 멜로가 섞인, 강렬하면서 스릴러 같은 느낌의 장르도 해보고 싶고요. 사극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데뷔 때 한복을 입고 연기했던 거 말고는 사극을 한 적이 없는데,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Q.'스위트홈'은 욕망에 대해 다룬다. 고민시 씨의 배우로서 욕망과 인간으로서 욕망을 꼽자면?

배우로서의 욕망은 제 안에 있는 여러 명의 인격이라고 해야할까요? 이런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녹여져 나왔으면 하는 욕망이 있다. 다양한 이미지, 다양한 색깔들이 보여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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