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 인터뷰 / 사진: FN엔터테인먼트, 오에이치스토리, 블러썸스토리 제공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대세 배우 안보현이 절절한 순애보를 보여줬다. 드라마 '카이로스' 속 안보현은 유중건설의 과장이자, 김서진(신성록)의 오른팔 '서도균' 역을 맡았다. 상사 서진의 아내 강현채(남규리)와 내연 관계인 그는, 사랑하는 현채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작 '이태원 클라쓰' 속 장근원으로 비뚤어진 순정남 캐릭터를 맡았던 그는, 이번엔 사랑에 헌신하는 순애보로 '호균(호구 서도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Q, '카이로스'는 '타임크로싱'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다뤘다. 흥미롭긴 하지만 최근 비슷한 장르의 작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카이로스'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우선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죠. 그리고 저는 작품을 할 때 함께하는 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박승우 감독님을 만나자마자 감독님과 꼭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과 작가님은 든든한 등대 같은 존재였어요. 새로운 모습을 밝혀주셨던 작가님과 어디로 갈지 모를 때, 답답한 마음이 들 때마다 저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지 밝혀주셨던 감독님이세요. 박승우 감독님은 굉장히 재밌고 밝고 에너지 넘치는 분이셔서, 드라마 속 제 캐릭터는 좀 어두운 편이었지만 현장에서는 항상 웃으며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Q. 입체적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서도균이란 캐릭터의 진정성에 끌렸는데요. 상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모든 게 다 서도균 자체이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외적으로 평범할 수도 있을 회사원이기 때문에 실제 도균의 의도나 숨겨진 부분을 표현하고 싶어서 안경을 착용했는데요. 실제로 제가 눈이 좋지 않아서 집에서는 안경을 쓰는데 안경 쓴 이미지가 좀 달라서 감독님께 안경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리고, 안경을 만지는 디테일을 만들었죠.

Q. 카이로스를 통해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다. 서도균을 통해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나.

등장인물 모두에게 내면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라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고, 그 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 행동의 차이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습니다.

Q. 이번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도 궁금하다. 점수로 매긴다면?

점수로 딱 매기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아쉬운 점만 생각이 나네요. 조금 더 폭넓은 표현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하지만 시청자분들이 호균이, 호구라는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혹은 도균이 나쁜 놈이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그래도 '내가 드라마에 몰입하실 수 있게 하고 있구나' 좀 잘한 점도 있구나 싶어서 그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이태원 클라쓰' 장근원, '카이로스' 서도균. 같은 듯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장근원, 서도균이란 인물 자체가 되기 위해, 그 캐릭터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도균이란 인물을 준비하면서는 제가 회사원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회사에서 쓰는 말투나 행동 같은 것들을 현실감있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Q. '카이로스' 동료 배우와의 호흡

신성록 배우는 집중력이 정말 뛰어난 배우셔서 항상 리허설부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리드해 주셨어요. 같이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저보다 키가 큰 배우와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만나기 전에는 씨야의 남규리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실제로 만나서 호흡을 맞춰보니 정말 깊이 있는 배우라고 느꼈어요. 신비로운 매력이 있는 분이라 현실에서도 짝사랑 상대로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다른 드라마에서 시청자로 봤을 때도, 실제로 함께 연기하게 되었을 때도 에너지가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꼈어요. '카이로스'에서는 함께하는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다른 작품에서는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예요.

Q. 서도균은 폭풍 같은 전개를 이끄는 캐릭터 중 한 명이다. 지상파 주연급으로 나선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하지만 책임감이 무겁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누군가는 '다음 작품에서 악역을 하면 안 된다'라는 사람도 있고, '멜로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한 사람도 있었지만, 크게 귀담아듣지는 않았어요. '내가 언제부터 작품을 고르는 배우였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회가 생긴다면 좋은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요.

Q. 전작 '이태원 클라쓰'로 단숨에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랐다. '카이로스'에서도 연기 호평을 얻고 있는데, 인기를 실감하나.

제 스스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 커졌다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촬영장에만 있어서인지 인기를 따로 실감하거나 하지는 못했는데,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달라진 걸 느끼곤 했던 것 같아요.

Q. 그간 연기를 통해 운동선수, 군인 등 남성미를 발산하는 캐릭터뿐 아니라 지적인 매력, 친근함까지 보여줬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특별히 도전하고 싶었던 직업군이나 장르가 있다면?

6~7개월 정도 짠한 캐릭터를 하다 보니 좀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카이로스'의 도균이를 보면 웃는 장면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런가 실제 안보현의 모습을 좀 더 보여줄 수 있는, 밝은 면이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습니다.

Q. 연기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배우 스스로도 연기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을 것 같다. 불안감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그만두고 싶거나 불안하거나 슬럼프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그랬기 때문에 조급함보다는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그 기회가 온다면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늘 똑같이 준비해 왔습니다.

Q. 이제 서른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인데 연기적인 고민, 혹은 사람 안보현이 가진 걱정거리가 있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어떻게 찾아야 할지, 어울릴지, 혹은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도전을 해야 할지 그런 부분들에 대한 생각이 좀 많아져요.

Q. 예능에서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었다. 최근에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

카니발을 집처럼, 매일 열심히 촬영하며 지내고 있어요.

Q.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언더커버'를 택했다. 현재 촬영 중으로 알고 있는데, 서도균을 벗어나 전필도에 이입하는 과정은 어땠나.

'언더커버'에서 정의로운 형사 전필도 역을 맡았습니다. 전필도라는 캐릭터에 실제 저 안보현을 입힌 부분들이 있어서, 안보현이 형사가 된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전필도는 능력 있고 강단 있는 원칙주의자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연기로, 날 것의 살아있음을 표현하고자 열심히 촬영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Q. 안보현에게 '카이로스'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카이로스'는 저에게 새로운 모습,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전작들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던 날카롭고 냉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드럽고 따뜻한 반전 매력을 보여드렸는데, 시청자분들께도 같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Q. 올해는 '이태원 클라쓰'와 '카이로스'까지 안보현에게 잊지 못할 한 해였을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은 어떤가.

2020년 받은 사랑에 평생 잊을 수 없는,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 한 해였어요. 그 사랑에 보답하는 2021년이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초심 잃지 않고 성장해 가는 배우 안보현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