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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카이로스' 이세영, 숏컷+등산화 고집한 이유?
'카이로스' 이세영이 탄탄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극 중 이세영은 공무원 준비생이자 엄마의 심장병을 고쳐주겠다는 목표를 가진 '한애리' 역을 맡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던 한애리는 어느 날부터인가 밤 10시 33분이 되면 한 달 후의 남자 김서진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
Q. 한애리는 이세영이 보여준 모습 중 가장 내추럴하고 꾸밈없는 모습이다. 한애리의 모습에 담아내고 싶었던 부분이 있나.
'한애리'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공시생이에요. 공무원 준비가 쉽게 대충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제 외적인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냥 상투적으로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애리라면 머리 말리는 시간도 아끼려고 짧은 헤어스타일을 고집할 것 같았어요. 의상도 마찬가지예요. 애리 의상이 실제로 소지품이 엄청 많이 들어가서 실용적이고 편하거든요.
작은 부분이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 장면에선 등산화를 신는 등 생활감 느껴지는 디테일들에 많이 신경 썼어요. 편의점에서 물건을 옮기고 하다 보면 발을 다칠 수 있어서 실제로 등산화를 신어야겠더라고요. 스태프들 반대가 심했는데 '진짜 애리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서사가 촘촘하게 끌고 나가는 극이니까 인물이 돋보이기보다는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해야 한다는 마음이었어요. 거기에 이세영이란 배우에 많이 익숙해졌을 시청자분들께 애리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약간의 바람을 더해졌어요.
Q. '카이로스'는 '타임크로싱'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다뤘다. 흥미롭긴 하지만 최근 비슷한 장르의 작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카이로스'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또, 작품에서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궁금하다.
최근에 타임 크로싱을 소재로 다룬 작품도 많았고, 시청자분들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카이로스'가 새롭다고 느꼈던 요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의 차이였어요. 서진과 애리 사이 놓인 시간이 짧아서 원인과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고 두 사람이 공조할 때 시너지가 즉각적으로 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초반에 건욱(강승윤)이가 애리를 배신해서 애리가 심지어 살인을 하잖아요. 근데 서진과의 공조로 미래가 즉각적으로 바뀌는 등의 속도감이 좋았어요.
작품에서 이세영의 매력이 보이기보다는 한애리 그 자체로 보였으면 했고,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싶었어요.
Q 작품 분위기가 어둡고, 전개가 빠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몰입도도 상당했을 것 같다. 게다가 또래 배우들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너무 좋았어요. 장르 특성상 다른 배우분들과는 시간의 벽을 두고 있었던 반면에 강승윤, 이주명 배우와 주로 호흡했는데요, 셋이서 밥도 자주 먹고, 사진도 많이 찍고, 서로 연락하며 케미를 쌓아갔어요. 그런 호흡들이 화면에서도 '찐친'으로 보였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두 분에게서 얻은 에너지가 정말 커요.
Q. 열일 행보의 원동력이 뭔가. 또,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제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때 지레 겁먹지 않고 도전해보려고 해요. 최대한 많은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부딪혀보고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은 직업적인 욕심이죠. 제가 연기를 해온 시간과 경험에 비례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정통 액션이나 코미디를 해 보고 싶고, 조금이라도 제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어요.
Q. 내년이면 나이 앞자리 수가 바뀐다. 20대 시절이 배우 이세영의 연기 인생에 어떤 시기로 남았는지, 그리고 서른을 맞이하는 소감도 궁금하다.
제가 나이에 덤덤한 편인 것 같아요. 20대는 열심히 살았다고 기억할 것 같고, 20대보다 나은 30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에요. 근데 이건 20대, 30대의 차이가 아니라 늘 하는 생각이거든요. 올해보다 조금 더 나은 한 해를 맞이하고 싶고, 항상 내일이 오늘보다 나았으면 좋겠어요.
Q. 이세영에게 '카이로스'는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는데 애리와 '카이로스'를 떠나보내는 게 아쉬워요. '한애리'라는 씩씩하고 용감한 친구를 남겨줬어요. 현재를 조금 더 소중하고 절박하게 살아갈 이유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그리고 함께 작업한 감독님, 동료들과의 추억과 경험이요. 이건 사실 매 작품 언급하는데요, 작품을 통해 모든 인연이 소중하고 특별하기 때문에 매번 진심으로 얘기하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