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전종서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전종서가 영화 '콜'에서 본 적 없는 연쇄살인마로 변신했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전종서는 우연히 '서연'이라는 낯선 여자와 통화를 하게 되면서 20년의 세월이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영숙'으로 분한다. 전종서는 어린 양 같다가도 한순간 짐승의 눈빛을 번뜩이는 모습으로 강렬함을 넘어 소름을 유발했다.

Q. 코로나 때문에 개봉일이 많이 미뤄졌다. 드디어 대중에게 선보이게 됐는데 소감은 어떤가.

저희가 이게 촬영이 재작년에 마쳤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밀리게 되면서 저도 조금 아쉬움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기다린 만큼 편집적인 부분이나 영화가 많이 다듬어지고 매끄러워진 상태, 완성도가 높은 상태에서 보여드릴 수 있게 돼서 다행이죠. 시사회를 했었는데 그때는 제가 다른 촬영이 있어서 못 봤었고, 개봉 날에 집에서 넷플릭스로 봤어요.


Q. 전작 '버닝'에 이어 '콜'로도 화제성을 입증했다. 실제로 '콜'이 공개된 날 실시간 검색어에 전종서가 오르더라.

놀랐던 건 정말 많은 분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콜'을 접하셨다는 거였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는 한국에서는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 있는 거였는데,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콜'이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신선함이 있었고, 넷플릭스와 잘 맞아떨어지는 생각도 들었어요. 넷플릭스가 가진 색깔과 정서가 있는 게 저희 '콜'이 가진 것과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을 했죠. '주말에 쉬면서 맥주 한 캔 마시거나 빔 쏴서 봤다', '버스에서 봤다'는 리뷰도 있더라고요. 편안하게 원하는 시간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변화가 신기하고, 지금이 변동기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마침 그때 '콜'이 파격적으로 등장한 것 같아서 기뻐요.


Q. 극 중 '영숙'은 배우로서도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 같다. 어떻게 접근했고, 또 영숙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일부 장면은 스스로 상처받은 동물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학대받은 동물이라 생각하고 임했던 적도 있고요. 영숙이에게 접근할 때는 인간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영숙이는 스위치가 켜지기 전까지는 여린 소녀였고, 몇십 년 동안 집에서 갇혀서 나물만 먹고 그렇게 감옥처럼 갇혀 있다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와 관계를 맺고, 빛 같은 서연이와의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폭주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잖아요. 왜 분노하는지, 왜 슬퍼하는지, 왜 폭발하는지, 왜 집착하는지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Q. '버닝' 이후에 할리우드 영화 '블러드 문'도 찍고, 오랜만에 '콜'로 국내 관객을 만나게 됐다. 작품의 어떤 매력에 끌렸는지 궁금하다.

작품을 선택하고 임하는 기준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성격이에요. 고민이 많이 되는 거나 갸우뚱하게 되는 것들에 있으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콜'은 책을 받았을 때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그냥 이건 그냥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이걸 제 식대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죠.

이충현 감독님에 대한 존경이 컸어요. 장편 영화 데뷔작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있었고, 이 영화를 하게 되든 안 하게 되든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미팅한 날 캐스팅이 확정돼서 바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Q. 영숙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체력적으로, 감정적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을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어요. 부수적인 것들, 제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들이 현장에서 생길 수도 있는데, '콜'은 촬영 현장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전혀 없었고 모든 분들이 제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체력 소진도 있었지만, 그만큼 많이 먹었어요. 기력이 달린다고 느껴질 때마다 단 음식들, 제가 좋아하는 것들,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먹으면서 최대한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태를 유지했던 것 같아요.


Q. 박신혜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나? 실제로 대면하는 신은 많지 않아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작품이나 연기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혼자 하는 연기보다 둘, 셋이 같이하는 연기일수록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호흡을 같이하는 부분이 생기니까요. 영숙이는 혼자 있는 부분이 많아서 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선이 있었어요. 그게 뭐냐면 제가 이만큼 폭발을 하면 그 비례하는 양으로 서연이가 좌절을 해줘야 하고, 서연이가 이만큼 무너지면, 제가 그만큼 무너뜨려야 하는, 평행 이론 같이 진행이 됐어요.

제 촬영분을 한 달 동안 먼저 찍었는데, 저는 찍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에너지를 밀어붙일 건데, 서연이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어요. 박신혜 배우님이 첫 촬영을 할 때 제가 찍은 걸 다 모니터하시고 거기에 맞게 에너지를 쏟아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극 중에서 20대의 영숙과 40대의 영숙을 모두 연기했다. 어떤 점에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나.

처음에는 20대 영숙만 연기하는 건 줄 알았어요. 대본을 보고 40대 영숙도 제가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 신박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감독님한테 여쭤봤는데 제가 20대와 40대 영숙이를 하게 될 거라고 말씀해주셔서 둘 다 하게 됐어요.

40대 영숙이와 20대 영숙이의 차별점을 둔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해서 최대한 많은 변화를 주기보다 속도를 때거나 에너지를 빼거나, 여유를 더 첨가하고 음산하고 서늘함을 더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외로워 보이는 고독감과 날카로움을 보여드리려고 했죠.

Q. 영숙는 동물적인 인물 같다. 아주 본능적 감각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인데, 그런 동물적 에너지의 근원은 뭔가.

저는 은근히 되게 복잡하고 섬세하면서도 반대로는 아예 그러지도 않은 것 같아요. 재고 따지고 계산하는 걸 전혀 못 해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확실한 성격이거든요.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에 충실하면서 사는데, 그런 것들이 연기할 때 느껴지는 대로 바로 표현을 해요. 그런 부분이 동물적인 건가 싶기는 하죠. 연기를 할 때 뭔가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Q. 이충현 감독을 평소 존경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직접 디렉팅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 현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저는 '몸값'을 봤을 때 작품이 가진 색깔이 정확하게 있다고 느꼈어요. 그게 감독님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했죠. 그게 전부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내세우고 싶으셨던, 마킹 포인트로 가져가고 싶은 것들에 중점을 두고 연출을 하셨어요.

감독님이 첫 촬영 때부터 제가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배우인지, 어떻게 저를 활용해야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신 것 같아요. 그 결과 저는 그냥 자유롭게 연기하고, 조금 벗어나는 부분만 디렉팅을 해주시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이 영화에 대한 통찰력, 저에 대한 통찰력이 있으셨기 때문에 믿고 맡겨 주신 것 같아요. 합이 참 잘 맞았죠.


Q. '콜' 속 영숙처럼 미래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뭘 묻고 싶나?

사실 진짜로 물어보고 싶은 건 내가 누구와 결혼했는지, 남편은 누구인지에요. 두 번째로는 세상이 얼마나 바뀌어있을지 궁금해요. 생소하거나 상상할 수도 없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또, 가족이 어떤 모습인지, 부모님이 건강하신지 그런 것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잘 있는지, 그 시대에는 뭐가 유행인지 그런 것들이 궁금할 것 같아요.


Q. 여태껏 강렬한 연기만 보여줬다. 도전하고 싶은 다른 장르가 있나. 혹시 로맨스물에 대한 욕심도?

로맨스물을 보여드리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도전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제 모습을 투영해야 하는데, 로맨스는 어떤 장르보다도 아슬한 거기 때문에 제가 조금 더 경험을 쌓고 이런저런 역할도 많이 해본 후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많죠. 기존에 없었던,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나, 아니면 여자 배우가 하기에는 버겁다고 흔히 편견을 갖고 계신 그런 캐릭터, 건드리지 않는 캐릭터에 도전장을 내고 싶어요.

한국을 더 소개한다든지 하는, 외국 시장에 우리 문화의 매력이나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보여줄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또 총을 든 소녀 같은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영화도 하고 싶고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일에 관한 호흡이 빠른 영화도 해보고 싶고, 부성애를 다룬 영화도 하고 싶어요. 눈치 안 보고 그냥 좋은 의미로 많이 미친 영화도 정말 하고 싶죠. 그게 허락될 수 있는 정서가 만들어지면 좋겠고, 그런 정서는 만드는 데 배우로서 참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어요.


Q. 아직 작품 속 전종서가 대중에겐 친숙하다. 사람 전종서는 어떤 사람인가.

저는 영화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데에는 이유가 없어요. 끌리고 원할 뿐이에요. 거기에 '왜'라는 물음표는 던지지 않아요. 에너지는 계속 소진되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스스로 채울 수 있는지 고민하게 돼요. 내가 좋아하는 일, 같이 있고 싶은 사람,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에게 충분히 주려고 노력해요. 에너지를 어떻게 지혜롭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어떤 타이밍에 어디에 (에너지를) 명중할 수 있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면 좋겠어요.

Q.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다가가고 싶나.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갑작스럽게 실현이 됐어요. '버닝' 캐스팅되고 이후에는 정신이 없었던 시기가 맞아요. 지금은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한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도 조금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가고 싶기는 해요. 일단 첫 번째로는 제가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고요. 대중분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1번 채널은 연기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 부수적인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요. 사랑해주시면 저도 그만큼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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