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픽터뷰] 김혜수 "아직도 연기하기 전엔 겁나죠…제 소임에 충실할 뿐이에요"

  • 에디터 이우정
    • 기사

    입력 : 2020.11.21 00:35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인터뷰 /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내가 죽던 날' 김혜수 인터뷰 /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화려함과 강렬함을 벗어던진 김혜수가 내면을 끌어낸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했다고 말한 김혜수를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내가 죽던 날'은 외딴섬 절벽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녀, 그리고 그 소녀의 행적을 좇는 형사,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혜수는 극 중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로 분했다. 개인적인 아픔을 감내하고 있던 현수는 소녀 '세진'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 살아남기 위해 발악했던 순간에 공감한다. 그간 화려하고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한 김혜수는 이번 작품에서 피폐하고 처연한 모습으로 감성 드라마를 완성했다.
    [픽터뷰] 김혜수 "아직도 연기하기 전엔 겁나죠…제 소임에 충실할 뿐이에요"
    Q. '내가 죽던 날'을 만났을 때 느낌이 왔나? 어떤 점에 매료됐는지 궁금하다.

    작품을 처음 만난 게 '국가 부도의 날' 촬영이 다 끝나고 제안이 온 작품을 검토할 때였어요. 침대 옆에 책들이 쌓여 있었는데 제일 위에 '내가 죽던 날'이 있었어요. 그 제목을 본 순간 마음에 확 와닿았어요. 무슨 내용인지, 어떤 장르인지도 전혀 모르는데 '어 저 제목?' 하는 느낌을 받았죠. 책을 봤을 때 현수가 나같이 느껴졌어요. 현수의 시점을 따라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현수가 나'라는 감정이 들도록 저를 거둬내야 했죠. 실제 글 속에서 현수를 따라가다보면 어디에 도달하는지 마음으로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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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현수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을 직접 제안했다고 했다.

    경험이 반영된 건 없고, 실제 현수는 그런 현실적인 고통 때문에 수면장애가 심하게 있는 수준이에요. 살기 위해서 잠을 자야 하는, 그래서 약을 먹고 취해서 맑지 않은 정신인 상태를 반복적으로 겪는 사람이죠. 제가 실제로 꿨던 꿈이 있었는데, 제 꿈이긴 했지만 현수의 상황과 심리에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것들이 첨가되면 현수의 감정적인 상태를 조금 더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감독님께) 이야기했는데 그게 받아들여졌어요.
    [픽터뷰] 김혜수 "아직도 연기하기 전엔 겁나죠…제 소임에 충실할 뿐이에요"
    Q. '내가 죽던 날'은 인물들의 감정적 연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느낀 변화가 있나.

    이번 작품은 저에게 의미가 컸어요.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그랬기 때문이고, 그렇기 위해 만난 사람들, 배우들 간의 소통이나 따뜻한 연대감이 컸던 것 같아요. 좋은 배우를 만나서 연기적으로 많이 느끼고, 새로운 걸 많이 경험하는 건 항상 기대되는 부분이지만, 제가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거든요. 그런 게 그 감정이 컸고, 그 힘이 컸고, 그 순간에 위로가 컸어요. 지난 후에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픽터뷰] 김혜수 "아직도 연기하기 전엔 겁나죠…제 소임에 충실할 뿐이에요"
    Q. 동년배인 이정은 배우와 현장에서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기대감이 굉장히 컸었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작품에서 만나는 건 큰 복이죠. (이정은 배우의 연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대 이상이었어요.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흔치 않은 분이에요. 그런 분과 같이 연기를 한순간 자체도 의미가 있고, 소중했고, 인간적으로 이정은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 아주 소중해요.

    정은 씨는 인격적인 면과 배우로서의 면이 정비례하는 정말 흔치 않은 배우예요. 저는 정은 씨를 볼 때마다 경이로워요. 그래서 '경이로운 정은씨'라고 불러요. 정말 따뜻한 사람. 마치 순천댁처럼 그 품으로 다 이야기를 해주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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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본인도 아역배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내가 죽던 날' 노정의 배우도 같은 경우인데,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준 게 있나.

    노정의 양이 수험생일 때 우리 영화를 만나서 많이 외로웠겠구나 싶었어요. 세진이 역이 쉬운 역도 아니고 정의는 배우의 관점에서 얼마나 영화 현장이 힘들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잘해야지 하는 감정과는 또 다른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냈구나 하는 점에 대견했어요. 아직 많이 어리고 배우로서도 혼란이 있을 나이인데, 그런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려는 욕망이 크고, 그런 힘이 있는 배우예요.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정의 양을 보면서 '이 배우는 참 놀랍게도 본질에 닿으려고 하는 게 있구나'라는 게 굉장히 크게 느껴졌어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대견하고 고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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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드라마, 영화 등 출연작마다 화제를 모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고르나.

    저에게 작품은 일이기 때문에 이걸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가,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따져봐요. 내가 배우로서 역부족일 것 같으면 고사하죠. 그렇다고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건 아니예요. 하기 전에는 다 겁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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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고민과 어려움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소하는 편인가.

    배우로서 느끼는 좌절감 같은 건 늘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크고 작은 좌절감, 상처 같은 게 있죠. 사람이 다 그렇잖아요. 저 역시 현수처럼 예기치 않게 정말 그동안의 제 인생들이 딱 부러진 것 같은 그런 감정을 느꼈던 시기가 있었어요. 커리어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나 자체, 인간 김혜수로서요.

    저도 힘든 일이 있을 수 있죠. 사람인데. 근데 저는 그냥 내버려 둬요. 그걸 이겨내려고 막 그러지 않고 외면하거나 무시하지도 않아요. 그때그때 제 흐름에 맞게 반응하는 대로 내버려 둬요. 그 또한 지나가더라고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할 건 해결하고, 거기까지 인 건 거기까지인 거고,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마음이 없을 때는 내버려 둬요. 마음이 그러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픽터뷰] 김혜수 "아직도 연기하기 전엔 겁나죠…제 소임에 충실할 뿐이에요"
    Q. 연기 인생 35년 차다. 앞으로 배우 김혜수는 어떤 목표나 바람을 갖고 있나.

    어찌 하다 보니 (연기를) 오래 하게 됐어요. 저는 꿈이 거대하게 없어요. 처음에 제가 스스로 어떤 의식이나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 스스로도 많이 성장을 했고, 이 순간까지 왔기 때문에 일을 하는 김혜수와 인간 김혜수를 완벽히 분리하는 건 불가능해요. 현실적으로는 주어진 순간, 제 소임에 충실한 것밖에는 없어요. 딱히 목표도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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