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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뷰] "더 탄탄해진 서사"…완성도 높여 돌아온 '웃는 남자'

  • 하나영 기자

    • 기사

    입력 : 2020.01.17 16:33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그윈플렌의 한 마디가 조시아나 여공작뿐 아니라, 뮤지컬 '웃는 남자'를 찾은 관객들의 마음까지도 흔들었다.


    총 5년간의 제작 기간과 175억원이라는 초대형 제작비를 투자해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을 보인 것은 물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4개의 뮤지컬 시상식 작품상을 모두 섭렵하는 등의 행보로 한국 뮤지컬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계의 역사를 새롭게 쓴 '웃는 남자'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웃는남자' 4인 4색 그윈플렌 / 사진: EMK 제공
    '웃는남자' 4인 4색 그윈플렌 / 사진: EMK 제공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있게 조명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극의 전개는 초연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또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17세기 후반 영국, 일상이 무료한 귀족들 사이에 기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를 수집해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다. 이에 '콤프라치코스'라는 범죄 집단은 인위적으로 아이를 기형으로 만들어 귀족에게 팔아넘기는 악행을 저질렀다. 특히 이들의 만행 중 하나가 칼로 얼굴을 그어 미소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렇게 '웃는 남자', 아니 웃을 수밖에 없는 그윈플렌이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당연하게도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 추운 겨울 그윈플렌을 버렸고, 추위 속 방황하던 그윈플렌은 동사한 여인의 품에서 죽어가고 있는 갓난 아이를 구출,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윈플렌은 데아와 함께 길을 걷던 중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의 마차를 발견, 우르수스는 '눈이 보이지 않는' 데아와 '입이 찢어진' 그윈플렌을 거두게 된다. 시간이 흘러 가족이 된 세 사람은 함께 길거리 공연을 펼치며 생계를 이어간다.

    【4K】 '규윈플렌'(KYU HYUN)이 부르는 '모두의 세상'(I COULD CHANGE THE WORLD) @웃는남자 PRESS CALL

    실제 당시 귀족 사회에서는 기형적인 외모를 가진 이들을 전시하는 '프릭쇼' 관람이 있었던 만큼, '웃는 남자' 그윈플렌은 쇼의 주인공이 된다. 이러한 그윈플렌에게 매료된 것이 바로 조시아나 여공작이다. 권력도, 아름다운 미모도 갖추고 있지만, '왕의 사생아'였다는 것이 그녀의 비밀로, 이로 인해 뒤틀린 내면을 가지게 된 조시아나 여공작은 자신과 정반대 모습을 한 그윈플렌에게 끌리게 된다.


    이에 그윈플렌은 자신도 행복할 수 있을까 희망을 품고, 이러한 상황 속 자신이 귀족가의 자제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상위 1%'가 된 그윈플렌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신들의 욕심만 챙기는 귀족들에게 '그 눈을 떠'라고 외치지만, 비웃음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모습에 환멸을 느낀 그윈플렌은 차라리 '괴물'로 살겠다며,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향한다. 다만 조시아나 여공작만은 그윈플렌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웃는남자'의 장단점 / 사진: EMK 제공
    '웃는남자'의 장단점 / 사진: EMK 제공

    초연 당시에도 무대예술상을 휩쓸었던 무대는 여전한 감탄을 자아낸다. 오프닝부터 바다와 선박을 참신하게 구현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만큼, 넓은 무대를 사용하게 되는데 허전한 부분이 없이 느껴질 정도로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쏟았다. 또한, 극 중 물을 형상화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세심하게 조명과 영상을 사용해 극강의 무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초연에서 '스토리가 급작스럽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에 대해 피드백한 듯, 재연된 '웃는 남자'는 그윈플렌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한층 더 수월하다. 물론, 뮤지컬의 특성상 원작의 모든 부분을 녹여낼 수는 없기에 흐름이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2막에서 사용된 넘버들을 앞부분에서도 차용하는 형태를 통해 주인공의 결심에 힘을 실어준다거나, 이후 전개될 이야기의 복선으로 사용되기도 해 한층 더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만 주인공을 제외한 이들의 이야기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데아의 이야기가 그렇다. 앞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빛이 가득한 데아는 그윈플렌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 인물이다. 사실 '눈이 안 보인다'라는 선천적 약점이 있는 이상, 주체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평가다. 그윈플렌과 데아는 가족인 듯 연인 같은 복합적인 감정선을 표현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데아의 캐릭터는 다소 설득력이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웃는남자' 메인 포스터 / 사진: EMK 제공
    '웃는남자' 메인 포스터 / 사진: EMK 제공

    또한, 누군가는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문구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가난한 삶이 계속되는 것이 부자들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 짧게 그려지지만, 결국 부자가 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되새겨보면, 그렇기에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도 없고, 가난한 자들은 물론, 부유한 자들까지도 이러한 현실 속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삶이 비극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진짜 비극'은 아닐까.


    한편 지난 9일 첫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3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그윈플렌 역에는 이석훈, 규현, 박강훈, 수호 등 네 명의 배우가 캐스팅됐으며, 이들은 각각 자신만의 색깔 있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어 호평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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