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사투리 꼭 필요했다…언어가 주는 느낌 배제 못 해"
"타인의 이야기는 더 나은 다음을 위해 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BS2 월화드라마 <해운대 연인들>에서 씩씩하고 책임감 강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겐 보호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여자 '고소라'를 연기한 배우 조여정을 28일 압구정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운대 연인들>을 마친 조여정은 "시끄러운 일도 있었지만,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한 건 팀워크 덕분이에요. 저는 제 자리에서 노력했고 모두가 큰 힘이 되어줘서 잊을 수 없어요. 이 작품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라며 행복해했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웃을 순 없었다. 극 초반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주연배우로서 자연스럽지 못했던 사투리를 시청자들로부터 지적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출 논란까지 겪으며 힘을 빼앗기기도 했다. 열심히 찍고 있는 배우 입장에선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이 되는 사투리를 배제하고 조여정의 감정선을 따라 연기를 바라보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도 인터뷰를 통해 "사투리가 쉽게 늘지 않아 고민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의 입장을 생각해 좋은 점들을 바라보고자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디테일이 살아있는 표정과 전작에서 쌓아올린 감정들이 묻어나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사투리를 빼고 갔다면 조여정은 호평받지 않았을까?'
"제 말투로 하면 새침한 서울깍쟁이 같아요. 게다가 <로맨스가 필요해> 캐릭터와도 큰 차이가 없었을 거고요. 사투리를 극복하지 못한다 해도 언어가 주는 느낌이 있고 말투에 따라 표정이 나오고 연기에 반영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기에 도전할 수 있어 좋았어요"
'사투리'라는 높고 험한 산을 넘기 위해 논란이 된 시점부터 특별 과외를 집중적으로 받은 거냐고 물었다. 뭔가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짓던 조여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녹음된 사투리 대사를 듣고 억양을 대본에 표시하며 연습한 거요? 중간부터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했죠. 그건 당연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 하는 건데.. 제 과정이 이렇게까지 돋보여야 하나 싶었어요. 서울 출신이라도 맛깔나게 사투리를 잘 소화하는 훌륭한 배우들도 많은데 이래저래 변명하기 싫었어요. 그들은 대중이 모르게 두세 배 노력해서 잘한 거고, 저는 미니시리즈에서도 잘 못해낸 건데 그 부분이 부각이 되어 버리니 부담되고 싫었죠"
시청자의 연기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나간 일이 아닌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는 배우 조여정의 모습은 마치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정말 성격이 쿨해서 연기력 논란까지 겸허히 받아들이는 건지, 나의 관점을 중요시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대중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되 흔들리진 않아요. 물론 쉽지 않지만, 배우로서 지적을 듣는 건 당연한 숙명이라 생각하거든요. 흔들리려고 듣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할 건지를 정하기 위해 듣는 게 중요한 거죠 "
조여정은 쉽사리 만날 수 없는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한 이번 출연진과 스태프, 자신을 지켜봐 준 시청자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올곧은 성품에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줄 아는 외유내강(外柔內剛)형 배우 조여정이 그를 지켜봐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리는 건 사투리를 못하는데도 '봐준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렸어요. '우리가 노력하는 게 느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관심 그 자체가 제가 연기하는 원동력이거든요. '조여정이 다음엔 뭘할까?'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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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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