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손예진 "'예쁜누나' 현실적…모든 캐릭터 이해됐어요"
기사입력 : 2018.05.28 오전 8:00
손예진 인터뷰 / 사진: 바른손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 인터뷰 / 사진: 바른손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짜 사랑 이야기를 그리겠다던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이하 예쁜누나)가 지난 19일 종영했다. 손예진·정해인의 달달한 커플 케미와 30대 직장 여성의 애환, 부모와 자식 세대간의 갈등까지 다채로운 현실 이야기들이 '예쁜누나'에 담기면서 애청자를 끌어모았다.


로코물에 빠져선 안 될 사랑에 올인하는 남자 서준희(정해인)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윤진아(손예진)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줬고, 그런 서준희에게 사랑받는 윤진아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극이 흘러갈수록 답답한 모습도 많아졌다. 윤진아는 아빠에게 가족처럼 지냈던 서준희와의 연애 사실을 들키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거나, 서준희를 두고 선 자리에 나가는 등의 행동들로 인해 '여주 캐릭터가 답답해졌다'는 핀잔을 들었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저는 시나리오를 16부까지 다 보고 결정했고, 바뀐 게 없어요. 기획 의도대로 우리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한 것을 끝까지 보여줬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좋지만, 사랑이 끝나가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15-16부가 좋았던 게 두 사람의 사랑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끝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늘 헤어져'라고 말해도 그 날이 헤어지는 날이 아니에요. 이미 그 전부터 시작된 거죠. 서로의 마음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시점을 이 드라마가 잘 보여주고 있어요. 덜 사랑하지 않았고, 사랑이 계속된 것도 아닌데 결국 다른 선택을 하는 게 아프게 느껴졌어요. 물론 3년 후로 세월이 튀면서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에피소드들이 모여서 드라마가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일부 시청자들이 작품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윤진아를 연기한 배우로서는 극의 흐름을 시작부터 알고 연기에 임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는 타이틀 그대로 손예진이 연기한 윤진아가 주인공이다. 윤진아의 시점에서 멜로와 캐릭터의 갈등이 그려진다. 가장 흔들리지 말아야 할 캐릭터 역시 윤진아가 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윤진아의 알 수 없는 행동들에 시청자는 답답함을 느꼈다.


손예진은 "아직도 저는 윤진아가 완벽하게 어떤 인물인지 모르겠어요. 손예진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듯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대화를 이어간 그는 "아주 착한 사람이어서 진이가 하는 선택이 결과적으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만, 동기는 누구에게도 피해 주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아파하고 견딘다고 생각하죠. 진아는 회사와 준희의 상황에 관해 얘기하지 않고 자기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캐릭터가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실제 한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디까지 성장하고 죽을지 모르잖아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게 인간이죠. '예쁜누나'는 진아가 성장해가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아직 진아는 성장해 가는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 많은 걸 정리하고 싶었던 진아가 다시 올라오면 좀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어렴풋이 생각해요"라며 윤진아 캐릭터에 대한 제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진아의 엄마 미연(길해연)은 과감하고 저돌적인 성격으로, 집안을 호령한다. 특히 미연은 자식을 위한다는 이유로 딸 진아가 집안, 학벌, 능력을 동시에 갖춘 남자와 결혼하도록 밀어붙인다. 이런 미연을 보며 일부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손예진은 그런 미연이 "매우 이해됐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교제나 결혼을 반대하고 찾아가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서 (우리 드라마가) 리얼하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니까 자식들한테 고통을 주는 순간이 있죠. 말하자면, 이 사람과 결혼하면 너의 삶이 이렇게 될 거라는 부모님의 청사진이요. 진아는 착한 딸이니까 세뇌됐을 거예요. 비슷한 얘기는 너무 많이 들었어요. 엄마도 엄마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대사처럼 부모의 입장과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16회까지 오면서 모든 인물이 다 이해됐어요. 남 이사(박혁권)나 공 차장(이화룡)도 짠해 보이더라고요.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수습하지 못할 때,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버리고 싶은 인간의 본능, 직장 내 줄타기, 정치적인 부분까지 실제 직장에서 있음 직한 얘기를 한 것 같아요."


드라마를 보며 대중은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그런 면에서 '예쁜누나'는 현실적인 연애를 보여줬다곤 해도 100% 완벽한 판타지를 보여줬다고 보긴 어렵다. 이 점에 대해 손예진은 "시나리오를 보면 어느 지점에서 답답할지 조차 안다"면서도 "모든 게 조금씩 고쳐졌다면 다른 드라마가 됐을 거"라고 말했다.


"답답함을 준 것도 어떻게 보면 시청자께서 몰입한 거예요. 드라마를 보다가 몰입하니까 '저 상황에서 왜 저런 얘기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한편으론 이입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매우 좋았어요. 저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도 하고, 모든 분을 만족시키면 좋겠지만 모든 작품에는 자기 색깔과 방향이 있잖아요. 첫 의도대로 가는 것도 중요해요. 반응에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저는 끝까지 가는 게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더스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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