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언론시사회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먹먹한, 내 가족, 친구, 그리고 나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을 비롯해 정유미, 공유가 참석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꿈 많던 어린 시절, 매사에 자신감 넘쳤던 직장 생활을 거쳐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지영'의 이야기. 육아와 가사에 치여 반복적인 일상을 살던 지영은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고, 가끔씩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가슴 속 아픔을 토해낸다.

김도영 감독은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졌던 원작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하는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는 "원작이 화제가 많이 되기도 했고,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아서 이 작품을 어떻게 좋은 영화로 만들어서 관객과 만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게 작품이 들어왔을 때는 이미 초고가 있었다"며 "저는 작품이 지영이라는, 자신의 말을 잃어버린 여자가 자신의 말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는 "지영이가 처음에는 '맘충', '놀고 먹는다'는 소리를 들어도 아무말 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말했지만, 마지막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쪽으로 수정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 감독은 "어떤 인물도 특별히 나쁘거나 특별히 좋게 그려질 필요가 없어 보였다. 심지어 화목해 보이는 가족 안에서도 아픔과 상처가 있고, 그들이 갖고 있는 그릇, 시스템, 관습, 사회적 풍경 등을 담고 싶었다. 그게 원작이 말하고 있는 부분과 가깝다고 생각해서 연출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극 중 정유미는 결혼과 출산 후 바쁜 하루를 보내는 '지영' 역을 맡았다. 홍보회사에서 꿈을 키우던 지영은 육아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점점 '인간 김지영'을 잃어간다.

정유미는 "작품을 하면서 가족이나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며 "그런 제가 '이 작품을 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저는 고향이 부산인데, 가족들이 멀리서나마 '제가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30대 여성 '김지영'을 연기한 그는 "제 주위 사람들이 김지영이었다"며 "이 영화를 계기로 이전보다는 더 달라질 것 같은 마음이 생겼다. 저한테도 또 다른 용기가 생긴 것 같다"며 '김지영'과 함께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공유는 이따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아내 '지영'의 모습에 고민하는 남편 '대현'으로 분한다. 대현은 지영의 아픔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자책하는 마음을 갖는다.

공유는 "원작 소설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먼저 봤다"며 "영화화 소설은 또 다른 장르라고 생각해서 (책을 먼저 읽으면) 선입견 같은 게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나리오를 다 보고난 후에 소설을 봤는데, 제가 느낀 감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소설을 보면서 영화에서는 감정의 결, 생명력을 더 불어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작품이 본질적으로 다른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특히, '82년생 김지영'은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정유미와 공유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극 중 부부로 출연하는 것은 처음인바, 공유는 "정유미 배우와는 서로 성격도 알고 일할 때 모습도 알아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며 "이전보다 더 밀접한 관계로 마주하게 됐는데, 막 시작하는 연인이 아니라 함께 사는 부부의 모습이라 오히려 그게 더 편하고 좋았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그는 "신혼 회상 신이 대부분 애드리브였는데, 정유미 씨가 애드리브를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은 연기로 할 때가 있다. 그게 유미 씨의 특성 같은데, 이 연기가 NG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갈 때가 있었다"며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정유미 역시 "이런 작품에서 부부 호흡을 맞추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며 "근로기준법상 52시간을 지키면서 촬영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공유와는 오래 알고 지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특급 호흡을 언급했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를 완성시킨 김 감독은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단편 연출작 '자유연기' 이후 1년 만에 장편 데뷔를 하게 된 김도영 감독은 "두 배우를 만났을 때 제가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김지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평범함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가족의 일원, 사회의 일원으로서 흔들리고 있는 이 사람을 어떻게 그려낼지 걱정했는데 정유미 배우를 만나고 안도했다" 밝혔다.

또한, "공유 배우는 솔직히 드라마 '도깨비'에서의 이미지가 있어서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평범한 남편 역을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첫 리딩때부터 공유 배우가 가진 평범한 모습들을 잘 녹여내서 정말 놀랐다"며 "대현 캐릭터가 해야 하는 바를 잘 알고 계셨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도영 감독은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상업 영화계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계속 계속 나와서 더 멋진 지영이들의 서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처럼 정유미와 공유가 전할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김지영들에게 보내는 위로', '82년생 김지영'은 오는 10월 23일(수)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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