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모습을 보면서 "같은 사람이 맞나?"라고 묻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는 어느 순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의 왕이 되기도 하며, 베일에 싸인 악인이 되기도 한다.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승준의 이야기다.

1999년 연극 '흉가에 볕 들어라'로 데뷔한 이승준은 매 작품마다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사, 각종 인기작에 출연하며 '신스틸러'는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심스틸러'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성공했다.

심스틸러 이승준 / 사진: tvN 제공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에서 이승준은 베일에 싸인 인물로 첫 등장부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밝혀진 그의 정체는 만악의 근원이자, 잔혹한 살인마였다. 특히 감정표현불능증(알렉시티미아)이라는 생소한 연기에 도전, 어딘가 소름 끼치는 구석이 있으면서도 의심스러운 연기 톤을 설정해 기존에 흔히 보던 악역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탄생,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특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을 볼 당시 이승준을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7'을 통해 접하고 있었다면, 이 모습은 더욱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동시기에 방영하는 상황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던 것.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이승준은 영애(김현숙)의 남편이자, 낙원상사의 바지사장으로, 시즌17에서는 '육아 대디'를 자처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은근한 '짠내'를 풍겨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이승준은 시대극이었던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극 중 조선의 26대 왕이자, '대한제국'의 1대 황제였던 고종을 맡았다. 그는 회를 거듭할수록, 고조되는 감정선을 폭발시키며 열연을 펼친 것은 물론, 절절한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승준은 고종 역을 맡아 구한말 시대의 위태로움은 물론, 약소국의 나약한 상황 속에서도 황제로서의 강단, 백성을 위한 성심, 의병을 돕는 의지 등 넓은 폭의 서사를 소화하며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를 얻었다.

'태양의후예'-'3017'-'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이승준 / 사진: KBS, SBS, tvN 각 방송 캡처


이 외에도 이승준은 '태양의 후예'에서는 강모연(송혜교)의 선배 의사로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도 했으며,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에서는 신의 목소리로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또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는 우서리(신혜선)의 따뜻한 외삼촌이 되기도 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어딘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었지만, 결국 누구보다 유진우(현빈)을 아끼는 선배로 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승준은 평범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비범한 역할을 소화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심스틸러'로 자리매김한 이승준이 향후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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