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상'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주역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진솔하게 정성을 다했다"

언론시사 및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쉽지 않았기에 더 정성을 쏟았다'며 이처럼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우상'의 언론시사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참석했다.

140여 분의 긴 호흡을 가진 '우상'은 생각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였다. 고민과 선택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품인 만큼 간담회에는 잔잔한 긴장감이 흘렀다. 기자들이 질문을 준비하는 동안 이수진 감독은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우상' 이야기를 처음 생각한 건 오래전, 예전에 단편 영화를 만들 때 '나중에 내가 장편을 만들면 첫 데뷔작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생각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있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 시작이 어딜까 생각했던 고민이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감독의 고민이 길었던 만큼 시나리오와 캐릭터도 견고했다. 배우들 또한 촘촘한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반했다고 입을 모았다. 설경구는 사고로 장애를 가진 아들을 잃고 사건의 진실을 좇는 유중식으로 분했다. 중식은 처절한 부성애를 드러내는 캐릭터다. 이에 설경구는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영화가 워낙 초점이 잘 짜여져 있는 영화다. 시나리오 자체가 집요하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유중식 캐릭터가 이런 결정을 하고 선택을 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보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천우희 역시 "일단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집요함과 련화 캐릭터가 강렬했다.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감독님과 두 선배님들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한석규는 "개인적인 고민의 시간에 '우상'을 만났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영화를 해오면서 '제 연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관객분들께 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끝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있던 그 시점에 만난 영화가 '우상'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비겁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며 "(시나리오가 왔을 때) '이놈이네' 싶었다"고 밝혔다.

'우상' 속 캐릭터는 각자의 우상을 좇는 과정에서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면서 폭주한다. 이 과정에서 세 캐릭터는 각자의 '우상'을 견고히 해간다. 사유가 필요한 작품인 만큼 배우들 역시 '캐릭터가 가진 우상'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보였다. 한석규는 "제가 맡은 구명회는 '우상'이라는 제목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인물일 것"이라고, 설경구는 "(중식에게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잃고 가질 수 없는 핏줄에 대한 맹목적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천우희는 "련화는 우상을 가질 수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인 권리가 갖춰지지 않아서 생존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장 평범한 삶을 갖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인물의 태도와 감정을 온전히 추적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촬영 감독의 말처럼, 배우들도 감정 연기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석규는 "'우상'은 선이 굵은, 디테일하고, 촘촘한 작품이다. 그 결에 맞는 연기 톤을 유지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유중식 캐릭터는 감정의 최정점에서 시작한다. '가장 뜨겁게 시작해서 가장 차갑게 끝나는 인물'이라는 이수진 감독님의 말처럼 웜업 자체가 없는 캐릭터였다. 감정을 끌어올려서 촬영장에 오는 게 쉽지 않았고, 부담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독보적 캐릭터를 가진 천우희는 극 중 조선족으로 등장, 동물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만큼 사투리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많은 도전이 있었을 터. 그런데도 그는 "사투리나 외형적인 변화도 어려웠지만, '련화'라는 인물을 몇 달 동안 유지하는 게, 그 마인드 컨트롤이 힘겨웠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이수진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누구와 가장 유사한가',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점을 생각하고 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관전 포인트를 언급했다. 또한, 한석규는 작품에 대해 "건방진 영화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그만큼 배우들과 제작진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영화 '우상'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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