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손예진 / 더스타DB


한산했던 공간에 사람들이 제법 모였다. 배우 손예진을 보기 위해서다.

8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는 손예진이 참석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날 손예진은 작품 얘기부터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었다. 손예진은 자신을 보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전국의 팬들과 일본 팬들의 질문에 화답했고, 나가는 순간까지 관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최근 영화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를 선보인 그는 "두 작품 모두 저한테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했다. "두 영화의 촬영 시기는 차이가 났지만 개봉시기는 비슷해졌다. '비밀은 없다'는 마니아들이 좋아했고, '덕혜옹주'는 많은 분들이 옹주의 아픔에 공감해 준 작품이다. 한 작품을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내게는 다른 의미가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손예진은 "'덕혜옹주'를 20대에 만났다면 못했을 것"이라며 "30대 중반이지만 사실 노년 연기를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 연기 경험을 덕혜옹주에 응축했고 더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덕혜옹주'가 세월에 대한 이야기지 않냐"고 말했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를 "연기적으로 고통이 심했던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해준 말은 '제가 배우로서 많은 분들께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줬다. 뭉클함을 제대로 느낀 작품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손예진은 누적 관객수 559만명(10월 7일 영진위 기준)을 기록한 영화 '덕혜옹주'에 직접 투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영화가 촬영 중반 자금난에 부딪히자 손예진이 자신의 출연료 두 배에 가까운 돈인 10억 원을 흔쾌히 투자한 것.

손예진은 제작투자에 대해 "돈이 많아서 (제작투자를) 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요즘 극장에 가면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많지 않아서 현실적으로 참 안타깝다. 남자 배우들의 멀티캐스팅 영화가 많은 것처럼 여배우 멀티캐스팅 영화가 나오면 멋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렬한 여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탄생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시나리오와 감독, 동료 선배들을 꼽은 손예진은 "작품 볼 때 많은 생각을 하는데 특히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내가 해야 할 것 같거나 내가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작품을 선택한다. 지금까지 선택한 작품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의 정우성, '외출'의 배용준, '덕혜옹주'의 박해일까지 손예진은 대한민국 내노라하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먼저 손예진은 2004년 함께 연기한 정우성에 대해 언급했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고 얘기해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그때 나는 신인이었고, 학교 다닐 때 정우성을 좋아하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로 선망하는 배우였는데 같이 작품을 하게 됐다. 정우성이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느낀다. 부족한 나를 다 받아주려고 했다.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 그래서 좋은 케미의 멜로 영화가 탄생한 것 같다. 뭘 해도 잘했다고 하면 자신감을 갖고 연기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따뜻한 선배다."

배용준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고 하나의 대사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봐서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최근 호흡을 맞춘 박해일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꼭 함께해보고 싶었던 배우"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시나리오를 봐도 '박해일이 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배우다. (덕혜옹주에서) 같이 하게 된 건 운명이다. 박해일이 옆에 있어줘서 나도 덕혜옹주에 몰입할 수 있었고 함께 고민하면서 연기할 수 있어서 든든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막연하게 연기자를 꿈꿨던 손예진은 어느덧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가 됐다. "운좋게 여기까지 큰 문제없이 온 것만으로도 제가 원하는 꿈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많지만, 한편으로 어떤 열정이 있기 때문에 나아갈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획을 길게 세우지 않는다. 마라톤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랫동안 좋은 배우가 되는 걸 집착하면 안 된다."

손예진의 바통은 배우 윤여정이 이어 받는다. 윤여정의 오픈토크는 6시 30분부터 시작한다. 한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 오는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다.

▶['미모 폭발' 손예진 "정우성-배용준-박해일 매력 비교?"]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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