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캅 김희애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우아함의 대명사' 김희애가 형사 아줌마가 되어 돌아온다.

29일 SBS 사옥에서 새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극본 황주하, 연출 유인식, 안길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미세스 캅'은 경찰로는 백점, 엄마로선 빵점. 정의롭고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경찰 아줌마 최영진(김희애 분)의 활약을 통해 대한민국 워킹맘의 위대함과 애환을 그린 드라마다.

이날 공개된 '미세스 캅' 하이라이트는 여형사 최영진에 초첨이 맞춰진 스토리에 영화적 감성이 더해진 영상미, 블록버스터급도 화려한 액션도 없었지만 김희애 특유의 감수성 짙은 연기가 이끄는 묘한 끌림을 선사했다.

'미세스 캅'의 연출을 맡은 유인식PD는 "'미세스 캅'은 미세스와 캅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아줌마 그리고 경찰 두 가지 직업을 슈퍼우먼처럼 동시에 제대로 하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고 자신의 선택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모두의 고민일 거라 생각했다. 모두의 고민을 함께 공감하고 싶었고 위로하고 싶었다. 그래서 상징적인 엄마와 경찰이라는 세계가 필요했다. 나아가 정의, 인간의 사랑 등 대놓고 말하기 쑥스러워진 가치도 이루려고 하는 사람의 가치는 얼마나 위대한 지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미디어 속 '형사'는 주로 남성들의 직업으로 그려진다. 거칠고 냉철하고 날 것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온다. 게다가 뛰고, 구르고,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는 빠르고 강렬한 역할들로 표현된다. 그래서 여형사, 특히 기혼의 여성이 형사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의 '의문점'과 '기대감'은 기존 형사 캐릭터와는 확실한 차별점을 갖는다.

극중 노련하고 능수능란한 수사력,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두뇌를 가진 산전수전 공중전을 섭렵한 에이스 형사 최영진 역을 맡은 김희애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이 많은 아줌마가 현장에서 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신선했다. 땀 범벅이 돼서 화장도 거의 못한다"고 말했다.

김희애를 기용한 제작진도, 40대 후반이자 실제로 부모이기도 한 김희애에게도 이번 도전은 쉽게 걸어갈 수 없는 가시밭길과도 같다. 믿고 보는 배우로 수십 년을 보낸 그인데,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느냐'는 의문이 가장 크게 든다. 이에 김희애는 "4회까지 받아본 대본이 구멍 없이 탄탄하고 재밌었다"면서 "아시겠지만 제 나이에 역할 선택의 폭이 엄마, 혹은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등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최영진은 활동적이고 한 사람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역할이다. 이런 역할을 맡기 쉽지 않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미 보장된 연기 경력을 떠나 작품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그의 착실한 연기에 임하는 태도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신뢰를 자아낸다. 김희애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는 후배 연기자 이다희는 "최근 액션스쿨을 다녀왔는데 제가 체력이 부족한지 2시간 만에 연습을 접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이 정도로 힘들면 어쩌냐. 김희애는 더 오래 하다 갔다'고 하더라"며 "연기도 잘하고 멋지고 아름다우시니 매 순간 롤모델로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김희애 선배를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김희애의 '끈기'를 보여주는 일화를 공개했다.


김희애의 말처럼 '미세스 캅' 속 최영진 캐릭터가 누구가의 연인, 또는 엄마로만 국한됐던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을지도 기대되는 지점이다. 한 드라마PD는 "더이상 새로운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는 없다"고 말할 만큼 드라마 장르와 캐릭터는 반복되고 있다.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캐릭터와 장르가 매 해 등장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다. 굳이 최영진과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를 찾자면 '신의 선물' 속 이보영을 떠올릴 수 있다. 모성애를 기반으로 한 직업여성의 고충을 건들이고 있다는 점과 장르적 특성만을 놓고 보자면.

이처럼 최근 브라운과에는 모성애를 기반으로 한 여성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희애 역시 이번 드라마에서 모성애를 전제로 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는 "찍을 때는 몰랐는데 오늘 영상을 보니 찡한 장면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서 직장을 다니는 다는 건 굉장히 힘들다. 극중 주인공 역시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픔 때문에 고통이 많은 인물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이 역할의 엄마도 굉장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고 마지막까지 엄마로서, 경찰로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오른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을 활보하고 있는 김희애의 새로운 도전이 이번에도 통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김희애는 "제가 배우라고 느낀 건 최근이다"라며 인상 깊은 멘트로 제작발표회를 마무리했다. "그동안 나 자신을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고 탤런트라고 느끼고 살았으니 얼마나 철이 없나. 이제서야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정말 나구나 라고 인지하고 생활하게 됐다. 배우로서의 목표도 가늘고 길게 80세까지 활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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